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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벤치마크 스웨덴 ‘발렌베리家’

이윤보다 미래, 가족보다 사회…‘깔끔한 5대 세습경영’으로 국민적 존경

  • 조명진 EU 집행이사회 안보전문역 julgran@hanmail.net

삼성의 벤치마크 스웨덴 ‘발렌베리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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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어떻게 해서 150년에 걸친 세습경영에도 여전히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을까. 사민당(SDP)과 발렌베리의 ‘건전한 정경유착’은 스웨덴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이 상속 및 증여과정의 투명성과 정치자금 문제로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유럽 최대의 가족재벌 발렌베리 그룹이 한국 재벌에 주는 교훈을 짚어본다.


2003년 7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스웨덴을 방문했다. 이 회장의 해외출장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이재용 상무와 이학수 본부장이 동행하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었다. 당시 방문의 목적은 스웨덴 최대 재벌인 발렌베리가(家) 연구. 이건희 회장 일행은 스웨덴 체류기간에 마르쿠스 발렌베리 회장을 비롯해 발렌베리 그룹의 주요 임원들과 면담하며 새로운 경영 및 기업지배 시스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렵부터 삼성그룹은 공식·비공식적으로 삼성이 추구하는 이상형이 ‘스웨덴 모델(Swedish Model)’의 주역인 발렌베리 그룹이라고 지목해왔다. 1856년 창업 이래 5대에 걸쳐 오너경영을 유지해온 대표적 세습경영 가문이 한국에서 새롭게 주목받게 된 계기였다.

시야를 나라 밖으로 넓혀 보면 발렌베리 그룹에 국제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시기는 198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냉전 종식의 기운을 불어넣은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 ‘스웨덴 체제’를 모방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약 세인의 조명을 받았던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사회민주주의 모델로 스웨덴을 관찰하는 사람들이 지나칠 수 없었던 한 축이 바로 발렌베리 그룹이었던 까닭이다.

발렌베리 가문은 1938년 이래 집권당인 사회민주당(SDP)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복지사회 실현을 가능케 한 발판이 이 두 집단의 협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노동조합을 지지기반으로 장기집권해온 사민당과, 대를 물리며 전략산업에서 기업활동을 해온 발렌베리 가문의 안정된 공조체제야말로 스웨덴 모델의 핵심이다.



한국적 시각으로 보면 ‘정경유착’이라고 비판할 만도 한데, 스웨덴의 국민여론은 오히려 발렌베리 가문에 경의를 표하는 쪽에 가깝다. 5대에 걸친 성공적인 세습, 그럼에도 계속되는 국민의 지지. 이쯤 되면 삼성이 왜 발렌베리를 부러워하는지 짐작할 만하다. 발렌베리 가문이 이렇듯 독특한 방식으로 스웨덴을 이끌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며, 발렌베리 그룹의 정체는 무엇인가.

발렌베리 가문의 탄생

린셰핑(Link쉚ing)은 스웨덴의 대표적 기업인 항공기 제작사 스웨덴항공주식회사(SAAB·Svenska Aeroplan Akie Bolaget)와 트럭 및 중장비 차량 회사 스카니아(Scania)가 있는 도시다. 이들 기업이 린셰핑에 본부를 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도시가 바로 이들 기업의 모태인 발렌베리 그룹의 창업주 안드레 오스카 발렌베리의 고향인 것이다.

스웨덴 루터교 목사의 가정에서 태어난 오스카 발렌베리는 해군장교로 복무하고 난 후 은행업에 뛰어들어 1856년 스톡홀름 엔실다 은행(SEB·Stockholm Enskilda Bank, 훗날 스칸디나비스카 엔실다 은행으로 개명)을 창업했다. 이것이 이후 150년을 이어온 발렌베리 그룹의 태동이다.

창립 후 60년이 지난 1916년, 스웨덴에 새로 도입된 기업법은 은행이 제조업체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 것을 억제하는 방침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SEB는 주식회사 인베스토(Investor AB)를 설립하게 된다. 인베스토는 설립목적에 맞게 초기부터 포트폴리오 기업으로서 아틀라스 콥코(Atlas Copco)와 스카니아의 핵심 지주회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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