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호

평범했던 그 친구가 성공한 비결

  •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입력2006-01-1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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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했던 그 친구가 성공한 비결

    실력만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세상살이. 성공의 원칙과 처세술을 일러주는 책들.

    동창회, 송년회, 신년회까지 각종 모임으로 어수선한 계절이다. 이런 모임에서는 몇 년 만에 전해지는 친구들의 성공신화가 좋은 안주거리다. “책하고 담 쌓았던 그 녀석이 대학 교수가 됐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도시락도 못 싸오는 날이 더 많던 그 친구가 요즘은 운전기사 딸린 고급차를 타고 다닌대” “걔는 벌써 강남에 빌딩이 두 채라지?” “그 놈이 성공할 줄 누가 알았겠냐?”….

    오랜만에 모임에 나온 사람이라면 더더욱 친구들의 괄목상대할 변화에 놀라게 마련이다. 학창시절, 눈에 띄지 않는 외모에 그저 그런 성적으로 늘 뒷자리에서 머뭇거리던 친구가 성공한 기업인이 되어 나타났다면? 멍청이인 줄 알았던 친구가 좌중을 휘어잡는 리더가 됐다면? 야릇한 질시의 감정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별볼일 없는 월급쟁이 신세인 자신을 돌아보며 절로 한탄이 나온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평범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성공했을까’(위즈덤하우스)는 바로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변호사이며 성공학 강사로 활동하는 토마스 A. 슈웨이크는 어느 날 공항에서 만난 중년 남자에게서 이 책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그 남자는 저자가 근무하는 법률회사에 자신의 친구도 다닌다며 말을 건넨다.

    “그 녀석이 당신 같은 사람하고 일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 녀석, 고등학교 다닐 때 여간 멍청한 게 아니었거든요. 아마 당신은 그 녀석 이름도 못 들어봤을 거예요.”

    “이름이 뭔데요?”



    “월터 멧칼프라고 합니다.”

    “그 분은 우리 회사 회장님입니다.”

    “말도 안 돼! 월터가 회장이라고요? 세상에!”

    중년 남자가 멍청하다고 한 그 친구는 현재 미국에서 제일 큰 법률회사 회장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 100인 중 한 명이다. 도대체 평범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변할 수 있었을까.

    실력과 성실만으론 부족하다

    저자는 연예계 스타부터 대통령까지 성공한 사람 100여 명을 인터뷰해 성공의 진실에 다가갔다. 그가 면담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성공의 원칙(진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비결(오해)과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예를 들어 성공하려면 처음부터 확실한 목표를 세워야 할까? 아니오(95%).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 오히려 이들은 특정 목표에 집착할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두 번째 질문.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아니오(95%). 헛된 꿈은 일찌감치 접고 잘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심지어 성공에 운이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90%, 외모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100%다. 또한 성공하려면 한우물만 파기보다 2, 3년마다 직무를 바꿔 활동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 즉 ‘스페셜리스트’도 어느 정도의 명예와 부를 얻을 수 있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면 다방면에 걸쳐 지식을 갖춘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융통성’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 책에는 ‘성공과 멀어 보이던 그 친구가 잘나가는 이유’를 27가지로 정리해놓았다.

    ‘평범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성공했을까’가 성공의 원칙을 제시했다면 캐서린 K. 리어돈의 ‘성공한 사람들의 정치력 101’(에코의 서재)은 노골적으로 승리하는 방법(저자는 그것을 ‘정치력’이라고 표현한다)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왜 정치력을 길러야 하는가. 이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실력과 성실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칼리 피오리나는 휼릿패커드(HP) 창업주의 아들인 월터 휼릿과 CEO 자리를 놓고 경쟁했는데, 두 사람은 컴팩과의 합병에 대해 견해가 판이했다. 피오리나는 합병을 추진했고 월터는 강력히 반대했다. 초기에는 월터를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러나 중요한 주주총회를 며칠 앞두고 피오리나는 월터를 제외한 HP 중역들과 저녁식사를 나누며 합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회사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라고 말한 뒤 자리를 뜨는 예상외의 행동을 했다. 사실 이것은 중역들끼리 자연스럽게 대화할 시간을 벌어준, 고도로 계산된 행동이었다. 이 회의에서 중역들은 피오리나를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그로부터 몇 달 뒤 피오리나는 HP의 CEO가 됐다. 저자는 이것을 ‘사전 작업과 연합세력 형성하기’ 기술이라고 말한다. 사전작업이라는 정치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동원된다.

    -특정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 알아두기

    -중요한 행동을 취하기 전에 그러한 사람 만나기

    -시험 풍선 띄우기(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기 위해 아이디어의 일부를 제시하거나 발설한다)

    -어떤 의제를 제시하기 전에 좋은 인상 주기

    -장애물 예측하고 준비하기

    ‘성공한 사람들의 정치력 101’에서 저자는 어떤 직업이든 간에 업무 능력이 어느 수준에 오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정치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나는 조직의 최고 자리에 오르기 직전에 실패의 고배를 마신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내게 자신보다 먼저 승진한 사람들이 얼마나 무능력한가에 관해 토로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회사에서 원한 것은 뛰어난 업무능력이 아니라 탁월한 정치력과 인식능력을 지닌 직원이었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은 종종 벌어진다. 여러분도 기술적인 업무 능력과 더불어 정치적 기민함을 갖춰야 어릿광대 같은 작자에게 추월당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지연·역공·침묵

    이 책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조직 안팎에서 벌어지는 지저분한 게임-예를 들어 험담, 말 자르기, 모함, 배신, 상대편 바보 만들기 등-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방법부터 권력을 키워 나가는 세부지침까지 알려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나올 때는 지연작전이 유용하다. “흥미로운 아이디어로군요. 한번 생각해보죠. 다음 주에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아니면 상대에게 질문을 던져 역공을 편다. “그 아이디어가 우리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때로는 좀더 공격적인 자세로 상대를 압박할 필요도 있다. “우리 관계가 난국에 부딪혔다고 상사에게 보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그러고 싶습니까?” 여기서는 침묵도 전술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며 주제를 바꿔버리는 식이다.

    저자에 따르면 권력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도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 명성을 쌓고 동료들의 존경과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해야 할 뿐 아니라, 경력에 도움이 될 만한 권력자들과 친분을 유지해야 하며, 대화할 때는 말하기보다 듣기에 신경 써야 한다. 조직 내에서 팀플레이는 당연하지만 자신의 모든 생각을 아무한테나 발설해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하지만 아무 때나 필요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정보원을 찾아 그 주변에 있어야 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어떤 분야의 정보를 요구하는지 찾아서 공부해야 한다 등등.

    정치는 천박한 술수가 아니다

    이런 모든 일이 천박한 술수에 불과하다며 정치라는 말 자체를 혐오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조직에 있는 한 정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외면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만 묵묵히 한다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가. 별볼일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먼저 승진한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가. 어느 날 상사가 자신의 공(功)을 가로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겉으로는 친한 척하던 동료가 실제로는 험담을 하고 다닌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얄팍한 처세술에 절대 넘어가지 않겠다는 순수주의자들에게는 ‘反처세론’(마티)을 권한다. 중국 작가 구원은 “진정한 처세술은 자기 자신을 인격자로 성장시키고, 물러설 때와 나아갈 때를 바르게 판단하며, 동반자와 반드시 헤어져야 할 적을 가려내는 능력”이며, 이것은 한순간 외우거나 익히는 기술로는 얻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진정한 처세술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

    중국 춘추시대 경전인 ‘역경’을 토대로 선인들의 지혜를 설명한 이 책에는 이런 조언이 나온다. 경쟁자들과 나란히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가운데 자리를 피하라. 아는 것의 70%만 말하라. 잘 듣는 능력으로 환심을 사기 쉽지만 잘 말하는 능력으로 칭찬받기란 무척 어렵다. ‘적을 만들지 마라’는 충고는 실천 불가능하다. 다만 적에게 ‘당신이 아주 뛰어난 적’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라.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라. 이처럼 ‘反처세론’은 처세술에 관한 기존의 법칙을 뒤집음으로써 새로운 지혜를 구한다. 이쯤 되면 동양의 지혜가 서양의 정치를 뛰어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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