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호

‘황우석 사태’ 촉발한 2005년 11월 난자 매매 수사 경찰 증언

“ ‘황우석 관련 가능성은 수사 말라’ 상부 지시로 ‘잔여 난자’ 수사 중단”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6-02-01 1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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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우석 박사팀에 제공된 난자의 채취·사용과정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언론·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2005년 11월 ‘미즈메디 난자’관련 경찰수사를 재조명했다.
    지난해 11월 초, 거대한 ‘댐’처럼 굳건해 보이던 ‘황우석 신화’는 경찰 조사실에서 처음으로 균열을 드러냈다. 그것이 원점이었다. 그후 2개월 만에 그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무너져내렸다.

    그 과정은 이렇다. 2005년 9월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난자 매매 실태를 고발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조사한 끝에 ‘수사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경찰에 전했다. 경찰은 박 의원을 찾아와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 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경찰은 난자 제공 여성(주로 한국인)과 불임시술 여성(주로 일본인) 사이에서 난자 매매 및 매매된 난자를 통한 불임시술을 알선한 뒤 그 대가로 수십억원을 챙긴 업체 대표를 11월초 구속했다.

    그런데 이 수사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부산물’을 낳고 말았다. 문제의 난자 매매 알선업체가 연결해준 난자 매매 여성과 불임여성이 서울 강남 미즈메디병원 등 4개 병원에서 난자 추출 및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미즈메디병원의 노성일 이사장은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황우석 박사팀에 연구용 난자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언론에 공개돼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황 박사가 “매매된 난자는 연구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이내 잠잠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당시 황 박사 연구를 추적 취재하던 MBC ‘PD수첩’ 제작진이 경찰에 찾아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경찰은 제작진에게 커다란 실질적 도움을 주게 된다. 박재완 의원은 “PD수첩 제작진이 ‘경찰 수사가 보도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PD수첩은 지난해 11월22일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미즈메디측에서 황 박사팀으로 건네진 난자 중엔, 노성일 이사장이 난자 제공자에게 ‘위로금’을 준 난자도 일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윤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황 박사 연구가 국내외에서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그런데 그 직후 노무현 대통령이 PD수첩측을 비판하며 인터넷에 올린 글에 ‘PD수첩측이 윤리문제뿐 아니라 황 박사 논문 문제도 취재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러자 ‘언론이 과학자의 논문을 검증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쟁점이 확산됐다.

    “매매난자 수백여개 채취”

    ‘동네 뒷산(윤리)’에 난 불이 ‘산맥 전체(논문 진위)’로 옮겨붙는 순간이었다. 이후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은 허위’ ‘2004년 사이언스 논문 허위, 원천기술도 없음’을 잇따라 발표했다. ‘최후의 심판의 날’에 ‘스너피’만 살아남았다.

    황우석 박사와 노성일 이사장은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에서 ‘난자를 제공한 공로’ ‘특허 지분 요구’ ‘판교 땅’ ‘줄기세포 바꿔치기’ ‘김선종 연구원 매수’ 공방을 벌이며 서로 상대를 검찰 수사 대상으로 몰아가고 있다.

    마치 ‘베이징의 나비 날갯짓이 뉴욕의 폭풍을 일으킨 격’으로 경찰 수사는 황우석 사태를 격발시켰다. 그래서 ‘원천 원인 제공자’인 경찰 수사로 돌아가봤다. 경찰이 미즈메디병원에서 황우석 박사팀으로 간 난자의 성격, 제공 경위 등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는 사실 규명의 필요성이 큰 사안이다. 경찰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와 관련된 경찰측 미공개 수사 결과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수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미즈메디병원과 황 박사팀 사이에 오간 난자에 대해선 현재 검찰,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재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경찰의 수사결과는 현재 검찰에 송치되어 있다. 공개되지 않은 경찰 수사에 대한 이번 취재 결과는 난자 유통의 생명윤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 크다.

    경찰은 인터넷상의 난자 매매 실태자료를 근거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 자료를 근거로, 브로커를 통한 난자 매매 및 불임시술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보자.

    불임(임신이 잘 안 되거나 불가능한 상태)의 유형은 남성측 생식기능에 문제가 있는 불임과 여성측 생식기능에 문제가 있는 불임 두 가지다. 전자의 경우 남성의 정자를 여성의 몸에 인공적으로 주입하는 인공수정 시술이 동원된다. 후자에서는 여성의 난자를 몸 밖으로 빼내 시험관에서 남편의 정자와 수정케 한(배아단계) 다음 이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시험관 아기 시술이 동원된다.

    그런데 자신의 난자로는 아예 남편의 정자와 수정이 불가능한 여성도 있다(난자를 생산할 수 없거나, 유전적 질환이 있는 여성 등). 이런 여성이 출산을 하려면 다른 여성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시험관 아기 시술로 수정해 그 수정된 배아를 자신의 자궁에 넣어 임신하는 방법이 현재로선 거의 유일하다. 적어도 남편의 핏줄은 이어받는다는 점, 자신도 10개월간 뱃속에서 키워 배아파 낳는다는 점에서 입양과는 다른 혈연적 연결성이 있다.

    이 경우에는 난자를 ‘기증’할 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금전적 목적으로 난자를 사고파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2005년 1월 이후엔 ‘생명윤리법’에 의해 법적으로도 처벌받는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난자 매매 알선업체인 ‘DNA뱅크’는 젊은 한국 여성에게서 100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원의 가격으로 난자를 사서, 불임 일본인 부부가 이 난자로 미즈메디병원 등 일부 국내 병원(2004년 이전) 또는 말레이시아 소재 병원(2005년)에서 불임시술을 받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DNA뱅크측은 일본인 부부에겐 1400만~1900만원의 알선료(항공료 등 포함)를 받았으며, 불임시술을 해준 병원엔 건당 200만~수백만원의 시술료를 지급했다.

    보통 여성은 한 달에 한 개의 난자를 생산하지만, 난자 제공자에게서 난자를 채취할 때는 과(過)배란 촉진제 등을 주사해 한 번에 많게는 10개 이상의 난자를 뽑아낸다.

    경찰은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수사결과 미즈메디병원은 DNA뱅크측이 데려온 난자 매매 여성에게서 난자를 추출해 이 난자로 DNA뱅크측이 데려온 불임여성에게 불임시술을 해주고 건당 200만~수백만원의 시술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미즈메디병원의 진료기록 등을 수사한 결과 이 병원이 이처럼 DNA뱅크측의 난자 매매자로부터 난자를 추출해 DNA뱅크측 불임여성에게 불임시술을 해준 횟수는 99~100회”라고 말했다.

    이어 “불임시술을 받은 불임여성 1명 당 난자 매매자 1명이 필요하고 난자 매매자로부터 한 번에 적게는 7~8개, 많게는 15개의 난자를 채취하므로 미즈메디병원은 수백~1000여 개의 매매된 난자로 99회 불임시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매매 난자로 99회 시술”

    다음은 미즈메디병원이 매매된 난자로 불임시술을 한 구체적 방법에 대해 경찰이 들려준 설명이다.

    “DNA뱅크측은 미리 난자 매매자와 불임 일본 여성을 1대 1로 짝지어놓았다. DNA뱅크측은 난자 매매자에게 대개 선수금을 줬다. 따라서 이 난자는 ‘매매(거래가 성사)된 난자’이다.

    이후 난자 매매자와 불임 일본 여성이 미즈메디병원과 시술 날짜를 맞춘다. 수 일~10여 일 전에 병원측이 난자 매매자에게 과배란 촉진제 등을 투여해둬야 난자 추출과 불임시술이 비슷한 시기에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미즈메디병원 홈페이지엔 ‘난자 추출과 시험관 아기 시술은 같은 날 이뤄진다’고 돼 있다).

    시술과정엔 DNA뱅크측 일본인 직원이 동행하며 이 직원은 통역도 했다. 시술이 끝나면 DNA뱅크측 직원은 일본 여성이 납부해야 할 불임시술료를 미즈메디 병원 수납창구에 대신 납부했다. 이어 DNA뱅크측이 난자 매매자에게 잔금을 주면 한 건의 알선이 종료된다.

    우리는 생명윤리법 발효 이전의 난자매매 및 불임시술 알선에 대해선 의료법 위반을 적용해 기소의견을 보냈는데, 검찰에선 생명윤리법 발효 이후의 난자 매매만 생명윤리법 위반을 적용해 기소했기 때문에 이전 부분은 기소되지 않았다.”

    DNA뱅크의 난자 매매 알선 과정을 거친 불임 여성을 미즈메디가 시술했다는 사실은 이미 공개됐다. 그러나 미즈메디병원이 추출한 ‘매매된 난자’의 숫자와 ‘매매된 난자로 한 불임시술’의 횟수가 이처럼 많았다는 경찰 수사 내용, 미즈메디병원이 매매된 난자를 직접 추출하는 등의 구체적 방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불임시술에선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활동성이 좋은 여러 개의 난자를 택해 정자와 수정시켜 여러 개의 배아를 만든다. 따라서 잔여 난자, 잔여 배아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미즈메디병원이 추출한 ‘매매 난자’와 관련, “난자 매매자에게서 채취한 난자가 전부 일본 여성의 불임시술에 사용된 경우도 있지만, 일부만 불임시술에 사용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미즈메디에는 불임시술 후 남은 난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황 박사에게 간 미즈메디 난자 1200개

    ‘황우석 사태’ 촉발한 2005년 11월 난자 매매 수사 경찰 증언

    한국여성민우회 등 전국 35개 여성단체 대표들이 1월4일 황우석 박사팀에 제공된 난자 문제와 관련, ‘난자채취과정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또한 “생명윤리법이 제정(2005년 1월)된 이후엔 남은 난자를 폐기할 때는 폐기대장에 기록하고 다른 용도로 쓴다면 난자 기증자에게서 동의서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당시는 생명윤리법 제정 이전이어서 병원측에 의무를 부여하는 처리 기준이 없었다”고 했다.

    경찰 수사 결과 미즈메디병원측이 난자 매매자로부터 상당히 많은 양(수백~1000여 개)의 난자를 추출, 불임시술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자연히 시술 후 미즈메디측에 남은 매매 난자의 규모와 그 사용처(폐기 여부 포함)가 관심거리가 된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미즈메디병원에서 황우석 박사 연구팀에 제공한 난자는 순수하게 기증받은 것”이라고 말해왔다. 당초 황 박사는 “(노 이사장이 황 박사팀에 난자를 제공할 때인) 2004년 2월 242개의 난자를 제공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노 이사장은 “황 박사의 ‘사이언스’ 논문은 가짜”라고 폭로하면서 “황 박사에게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난자를 줬다. 황 박사의 2004년, 2005년 논문을 위해 황 박사팀에 난자를 1200개 이상 줬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2005년 12월20일 KBS 인터뷰).

    황 박사는 “2005년 5월 185개의 난자를 제공받아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11개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는데 이후 서울대 조사 등에 따르면 황 박사가 실제로 2004년, 2005년 사용한 난자의 총수가 1600여 개~2000여개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자 “그렇게 많은 수의 난자를 과연 순수한 난자 기증자를 통해 모두 확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됐다.(“지금껏 이렇게 많은 난자 기증자를 모집했던 복제연구팀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었다. 2001년 미국 ACT사의 시벨리 교수는 인간복제 실험을 위해 20개가 채 안 되는 난자를 사용했다.”-오마이뉴스)

    경찰 수사 당시인 2005년 11월초는 황우석 박사가 영웅 대접을 받던 시기였다. 그렇긴 해도 수사 결과 미즈메디병원이 난자 매매자로부터 상당량의 난자를 추출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불임시술 후 남은 매매 난자의 규모와 사용처를 규명하는 데까지 수사를 계속하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일이었다. 수사 2개월 전 이미 국회 국정감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난자 매매의 부도덕성, 매매된 난자가 잘못 사용될 경우 발생하는 생명윤리 침해의 심각성이 여론의 공감을 충분히 얻고 있던 때였다.

    “수사할 수 없는 ‘성역’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남은 매매 난자의 규모와 용처를 수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생명윤리법 시행 이전의 일이었기 때문에 기소 대상이 되지 않는 등 수사의 실효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선 ‘기소 여부는 수사해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경찰이 수사하지 않은 것은 수사의 실효성 문제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황우석팀에 난자를 제공해온 미즈메디병원측의 ‘남은 매매 난자’ 사용처를 수사할 경우 자칫 황우석 박사가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아예 수사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의 다른 관계자는 “당시엔 경찰 내부에서도 황우석 박사를 ‘성역(聖域)’처럼 여기는 분위기였다. ‘국익(國益)’에 대한 고려도 있었다. 이것도 매매된 난자의 용처에 대해 수사하지 않은 이유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수사가) ‘황우석 박사와 관련될 수 있는 영역까지 가지 않도록 하라’는 ‘위’의 지시도 있었다. 그래서 실정법 위반 부분만 처리하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그는 ‘위’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음은 경찰과 한 인터뷰 내용의 일부다.

    -DNA뱅크측이 데려온 난자 제공자들은 순수한 난자 기증자인가요.

    “아 그거야, 돈 받고 난자 준 거죠. 그렇게 여러 사람이 진술했으니까요. 그런데 미즈메디는 시술료만 받고 해준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의료법으로 보면 알선자는 처벌하도록 되어 있는데, 병원측은 ‘우리는 시술만 했다’고 계속 주장하니까…. 병원측이 난자 제공자에게 교통비라도 제공한 것이 나와야 되는데 그건 안 나왔고, 일본인 여성에게서는 조서를 못 받았어요. 같은 방식으로 불임시술 받은 한국 여성에게서도 조서를 못 받았어요. 어렵게 임신하게 됐는데, 조서 받다가 유산이라도 하면… 인권 문제도 있으니까요.

    난자 매매와 불임시술 알선 수사는 일본에서도 크게 보도됐어요. 그런데 당시 황우석 박사는 ‘성역’ 비슷하게 된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미즈메디가 난자 매매 알선자를 통해 불임시술한 뒤 남은 난자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난자가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대해 조사하다가 실정법 위반과는 무관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해 그만둔 것이죠.”

    “실정법 위반만 딱 해서 넘겨라”

    -한국의 난자 매매가 일본 언론에도 크게 보도됐다고요?

    “‘요미우리’ ‘아사히’ ‘NHK’ 같은 데서 특파원이 와서 난리를 쳤어요. 외국 언론까지 난자 매매 수사에 그처럼 큰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황우석 박사에게까지 수사의 불똥이 튀면 국익에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그렇게 판단해 수사를 중단한 측면도 있습니다.

    경찰은 불임시술하고 남은 매매 난자가 황우석 쪽에 흘러들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까지 수사할 수는 없었습니다. 난자매매 알선자만 검거해서 그것만 빨리 넘겨야 된다는 분위기였죠. 그래서 종결한거죠.”

    -결국 미즈메디병원의 잉여 매매 난자 처리 결과를 규명하진 못했군요.

    “그렇죠. 그때 마침 PD수첩측이 찾아왔어요.”

    -그러면 PD수첩의 ‘황우석 신화의 난자의혹’ 최초 보도는 경찰의 미즈메디 관련 수사를 PD수첩이 취재하면서 탄력을 받게 된 것이군요.

    “그렇죠. 경찰에서 문제 제기하려다 그만둔 것을 PD수첩이 보도한 거죠. 당시 다른 방송사 기자도 나를 찾아와서는 ‘이건 황우석까지 진상을 파헤쳐야 수사가 완결되는 것이다’고 했어요.”

    -미즈메디병원이 시술하고 남은 난자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는 해놓고 법 저촉 여부를 판단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디에다 썼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지 않았습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거기까지 들어갔지. 그런데 당시에는 ‘위’에서 ‘황우석 수사 어떻게 됐냐, 황우석이 관련될 수 있는 부분까지 할 것 있냐’고 했거든요. ‘빨리 종결해서 넘겨라. 실정법 위반 부분만 딱 해가지고 넘기라”고 했어요. 그래서 DNA뱅크 대표를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해 종결했죠.”

    이 같은 수사 처리는 ‘황우석 신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당시의 관점에서 이해해야지, 황 박사의 연구성과가 무너진 현재의 상황에서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경찰이 ‘수사 실효성’을 강조한 부분도 일정 부분 타당한 측면이 있다. 경찰 수사는 ‘난자 매매’라는 바이오테크놀로지 시대의 신형 범죄를 최초로 파헤쳐 공론화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경찰 수사마저 멈추게 했다는 ‘성역’에 대해서만큼은 지금이라도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노성일 이사장은 지난해 11월8일 기자회견에서 DNA뱅크측 알선으로 병원을 찾은 일본인 불임부부를 시술할 때 난자 매매 가능성을 짐작했다고 밝힌 바 있어 여러 언론에서 미즈메디병원 난자의 진상 규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노 이사장이 이 발언을 하면서 함께 언급한 바 있는 불임시술의 인간적 측면, 황 박사의 연구를 돕기 위해 난자를 제공한 것이 생명공학 발전 차원이었다는 측면, 황 박사에게 제공한 난자 중에 매매된 난자가 없다고 당사자인 노 이사장이 증언한 측면, 경찰 수사 결과 미즈메디병원의 시술에서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시민단체, “잔여 난자 처리, 진상규명”

    경찰이 미즈메디 난자 부분을 건너뛰지 않고 수사했다면, 오히려 수사 결과 문제될 것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미즈메디 난자에 대한 여러 의문 자체가 제기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에라도 미즈메디 난자에 대해 사실 규명이 이뤄지는 것은 당사자인 미즈메디측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노 이사장도 ‘신동아’에 검찰의 진상 규명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여성·시민단체들은 “과배란 유도로 여러 개의 난자를 한꺼번에 뽑아내는 난자 채취가 여성에게 미치는 부작용의 문제, 난자 매매의 비도덕성 문제, 채취된 난자 사용에 대한 문제, 생명의 근원인 난자와 태아의 전단계인 배아를 적절하게 다뤄왔는지에 대한 생명윤리 문제 전반도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35개 여성단체는 지난 1월4일 프레스센터에서 ‘황우석 교수팀에 제공된 난자 채취 진상규명’ 기자회견을 열고 “황우석 교수팀에 제공된 난자가 어떻게 채취된 것인지 검찰 수사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불임시술 병원에서 이뤄진 난자 채취는 물론 잔여 난자나 잔여 배아 처리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를 통한 진상파악을 촉구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인터뷰

    “불임시술 후 남은 난자는 모두 폐기처분했다”
    난자 매매 수사의 미즈메디병원 관련 부분에 대해 ‘신동아’는 1월6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측에 인터뷰 요청서를 보냈다. 노 이사장은 다음날 ‘신동아’에 전화를 걸어와 “인터뷰에 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경찰 수사 내용에 대한 자신과 미즈메디병원측 입장을 설명했다.

    노 이사장은 “경찰 수사를 토대로 ‘신동아’가 의문을 제기한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경찰이 미즈메디 부분에 대해선 무혐의 처리한 사실에 주목해달라.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병원 자료를 다 가져가서 난자 부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도 수사하고 있다. 어떠한 잘못이 발견된다면 대가를 치르겠다. 이런 조사나 수사가 끝나면 사실관계가 분명해질 것 아니냐. 그래서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 이사장은 ‘미즈메디병원에서 DNA뱅크측이 데려온 난자 매매자와 불임여성에 대해 수백개~1000여 개의 난자 추출 및 불임시술을 했다’는 경찰 수사에 대해 “횟수를 일일이 기억하지는 못한다. 병원 기록을 관련 기관에 제출했으니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이사장은 “DNA뱅크측 난자 제공자와 불임여성이 난자 추출로 불임시술을 해달라고 해서 그대로 해준 것뿐이다. 불임시술을 해달라는데 못해주겠다며 돌려보내면 오히려 그것이 문제다. 타인의 난자로 불임시술을 하는 것은 우리측 난자공여 프로그램대로 한 것이다.

    난자 매매나 알선 등은 자기들끼리 병원 밖에서 하는 일이라 병원측은 전혀 관련이 없다. 병원측은 시술만 해준 것이다. 난자 제공자에 대한 생명윤리법상의 금전적 보상 금지 규정은 현실적이지 못한 측면도 있다. 미국에선 난자 공여자에게 합법적으로 4000달러 정도를 제공한다”고 했다.

    그는 “DNA뱅크측 난자 제공자로부터 추출된 난자 중엔 불임시술에 사용하고 남은 난자들이 있었다”며 잔여 난자의 존재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남은 난자는 모두 폐기처분했다. 기록이 다 있다. 난자 제공자의 동의 없이 난자를 연구목적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적이 없고, 황우석 랩에도 난자 제공자의 동의 없이 난자를 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일본인 불임여성 시술료는 한국 환자와 똑같은 액수로 받았으며 그 명세는 전산처리되기 때문에 그대로 매출에 잡혔고 납세 등에서도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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