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2번

  • 최은정 음반평론가 rabnina@dreamwiz.com

    입력2006-02-02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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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2번
    언제부턴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고 있자면 두 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 ‘밀회(Brief Encounter)’의 장면이다. 시골의 한가로운 풍경과 기차역 카페를 배경으로 두 중년 남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담담히 그려낸 이 작품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처연하고도 아름답게 빛을 발했다.

    또 하나는 필자의 모스크바 유학 시절, 고국 러시아에 대한 민족적 자부심이 유난히 투철했던 ‘세계영화사’ 담당교수의 희뿌연 침이다. 그는 입에 거품을 물고 2시간의 수업 중 절반이 넘게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비롯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에 찬사를 퍼부었다.

    다른 이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으며 어떤 상념에 잠기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이 음악을 마냥 평온하게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름답고 극적인 멜로디는 우리를 평온함으로 인도하지만, 그 평온 속에는 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정이 마치 응축된 정리판처럼 꼭꼭 감춰져 있다.

    수많은 연주자가 연주해온 이 곡을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가 최근 연주해 음반에 담았다. 명료한 핑거링과 물 흐르듯 유려한 선율, 적절하게 조절된 음량과 무엇보다도 이지적인 음악적 자세로 팬의 지지를 받아온 그는 이 앨범에서 각각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유럽 최고의 지휘자라 할 수 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안토니오 파파노와 화려한 협연을 펼쳤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은 안스네스가 그간 무대에서 선보인 인기 레퍼토리이다. 이번 연주를 통해 그는 작곡가의 의도에 집중하는 것을 뛰어넘어 탄탄한 구조 속에 잘 정돈된 레가토를 선보인다.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는 정확함과 격정적 감성이 조화돼 있으며,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선 명석하게 만들어진 정밀함과 전혀 과장되지 않은 부드러움이 매혹적인 멜로디와 뒤섞여 환상의 소리를 자아낸다.



    막심 벤게로프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 ‘로망스 1 & 2’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2번
    “베토벤의 언어는 신의 언어”라고 표현하면서 베토벤에 특별한 애착을 보여온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가 첫 베토벤 앨범에 도전했다. 누구보다도 방대한 레퍼토리를 보유한 벤게로프가 연주자들이 흔히 도전하는 베토벤 음반을 아직 발매하지 않은 것은 그의 연주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 앨범은 벤게로프로부터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그와 수차례 함께 작업해온 첼로의 거장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가 지휘를 맡아 더욱 뜻깊다. 두 사람은 열정적 호흡을 자랑하며 완벽한 연주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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