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호

‘사장으로 산다는 것’

길을 열어가는 것과 길을 따라가는 것의 차이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입력2006-02-02 16: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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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으로 산다는 것’
    ‘사장으로 산다는 것’은 경제·경영 서가에 꽂히기에는 좀 이질적인 책이다. 앞선 사람, 그러니까 리더의 심리를 조각조각 해부했다는 측면에선 생물학 서가에 꽂혀야 할 것이고, 말 못할 고민이 많은 리더를 위로하는 부분을 부각시킨다면 상담심리학 서가에 있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사장들이 “내 처지를 절절하게 이해해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하는 것을 보면 책이 아니라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쓴 일기장 같다고나 할까.

    사장이라는 자리는 어떤 것일까. 대기업 부사장을 지내고 나와 모 회사 사장이 된 A씨는 기자에게 “부사장과 사장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부사장은 책임을 사장에게 돌릴 수 있지만, 사장은 책임을 돌릴 데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종 책임을 진다는 것, 그것만큼 외로운 작업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부사장 시절엔 일 하느라 밤을 새웠는데, 사장이 되고 보니 열 받아서 밤을 새운 적이 많다”고 고백했다. 일을 시키는 것과 일을 하는 것의 차이이고, 길을 열어가는 것과 길을 따라가는 것의 차이리라.

    그렇다면 저자는 우리가 ‘사장님’을 이해하는 게 어떤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저자는 사장의 마음을 아는 것이 세상을 아는 길이라고 믿는 것 같다. 새로운 길을 창조하는 리더의 욕구와 욕망, 분노, 외로움, 기쁨을 이해하면 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런 점에선 미래학 서가에 꽂혀도 될 것 같다. 미래학이 별건가.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욕망에 따라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대중을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마음 지도’를 읽었다면 우리의 미래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일간지 기자로 출발했고 지금도 경제주간지 기자로 뛰고 있지만, 기자가 아니었던 공백 기간이 눈에 띈다. 분식집 사장도 하고 회사를 차려 벤처 사장도 했다. 그가 직접 겪은 얘기를 써놓았으니 사장들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저자는 기자답게 취재원인 사장과 ‘거리감’을 둔다. 팽팽한 거리감을 두고 사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다. 책에서 사장들의 진실한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고 느낀다면 그건 저자가 설정해놓은 ‘거리감’ 때문이다.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서광원 지음/흐름출판/344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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