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시기는?“연초니까, 내일부터 들어가봐야지”
1월2일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이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등 4인의 입각을 발표했다.
1월3일 청와대 국무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이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에게 물었다.
-후임 경찰청장 인선은 어떻게 되나.“다음주 초(9일이 월요일)나 돼야…. 적임자가 나타나면 인사추천회의를 거쳐 경찰위원회의 동의를 얻은 다음 행자부 장관 제청을 거치게 된다.”
1월4일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택순 경기경찰청장을 경찰청장에 내정한다”고 발표했다.
1월2일 김완기 인사수석은 “유시민 의원 입각은 예우를 갖춰 당 지도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받아 김만수 대변인은 “1월5일 만찬 때 얘기가 오갈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1월4일 김완기 수석은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유시민 의원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엔 김만수 대변인이 무색해졌다. 세 사람이 설마 금방 드러날 허언을 한 것은 아닐 테고….
‘대세론 불허 전략’
청와대와 여권 주변에서 답이 나왔다. 여당의 자존심 상하게 하고, 청와대 비서실장·인사수석·대변인도 모르게, 검증 시스템도 작동시키지 않고 장관 인사가 이뤄졌다. 누가 했을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밖에 없다. 왜 그랬을까. 장관 인선은 단순 인선이 아닌, 절차 따르고 예의 갖추기엔 너무나 시급했던 ‘고도의 통치행위’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인선은 ‘차기’와 깊이 연관된 포석이라는 의미다.
여권 핵심 인사는 “곧 월드컵이고, 지방선거고, 끝나면 대선국면인데, 대통령이라면 DJ나 이회창 같은 ‘확실한 여권 차기 후보’가 미리 옹립되는 게 부담스럽지 않겠냐”고 했다. ‘대세론 불허 전략’이다.
“그러기 위해선 가능하면 여러 명의 대선주자급, 조금 더 확장해 한 도에 한 명씩 내세우면 어떨까. 대통령 자신에게 ‘전국 순회경선의 추억’이 있으니까.”
경선은 자기 고장에서 후보가 나와야 언론과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고 흥행이 되는 법. 한나라당처럼 경선 후보가 TK에만 쏠려있으면 재미없다고 한다.
장관직으로 한 도에 한 명씩 대선후보급 키우기. 한번 대입해 보자.
제주 강금실(전 법무부 장관), PK 김두관(전 행자부 장관), 호남 정동영(전 통일부 장관)·천정배(법무장관), 충청 이해찬(총리), 수도권 김근태(전 보건복지부 장관). 여기에 이번 개각으로 TK 유시민(보건복지부 장관), 호남 정세균(산자부 장관)이 가세하고 PK에 또 한 명(김혁규·총리 물망)이 대기 중이다. 강원 빼고는 그림이 나온다. 꼭 이대로 되진 않겠지만, 차기 구도로 이어지는 큰 윤곽은 이런 다자 구도가 아니냐는 것이 이 인사의 생각이다.
절대강자를 인정하지 않는 이런 구도는, 열린우리당의 ‘기존질서 해체’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새천년민주당 소장파가 열린우리당 창당의 ‘코어(core)’였고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동일체’는 그 ‘코어 중의 코어’였다. 창당 때부터 이들은 성골이었고, 지분도 가장 많았다.
우리당, 기존 질서 해체과정
그런데 변하고 있다. 너무 느리게 진행되어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천신정 동일체’는 세 사람이 서서히 갈라서면서 와해되고 있다. 정동영 전 당 의장의 노인 발언 하차, 신기남 전 당 의장의 도중하차 및 ‘친 김근태’로의 변화,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천 장관의 입각은 상징적 사건이다.
천신정 동일체 중 유일하게 세력이 결집된 정동영계가 유시민 의원 입각을 비난했다. ‘작용에 대한 반작용’의 시사점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위기를 느꼈는지 모른다. 유 의원은 정동영계가 불편해 마지 않는 기간당원제를 당에 뿌리내리는 전사(戰士)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주역 계파가 이완되는 사실, 반대로 유시민류의 친대통령계가 대선주자급으로 ‘배양’되고 기간당원제와 결합돼 당내에서도 부쩍 커가는 사실. 창당 초기에도 ‘열린우리당의 객(客)’이었던 대통령은 ‘탈당’ 발언을 했지만 사실은 ‘진정한 코어’로 나아가려는 듯 보이기도 한다. 개각은 시급했고, 앞으로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