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을 위한 투자…딴 생각 끼어들 틈이 없다자전거를 타려면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달리기 시작하면 평균시속 25km에 이르니 잡념이 끼어드는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 있다. 오로지 자전거를 타는 데 집중해야 한다. 누구나 발로 페달을 밟아 간 만큼 다시 돌아와야 하니 차별이 없는 것도 매력이다. 정신과 육체에 이만큼 좋은 운동이 또 있을까.
“3년 전, 고등학교 동창들과 산악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어요. 나이 쉰에 가까워지면서 정신적으로 힘들고, 건강에도 신경이 쓰일 때였죠. 그때부터 ‘짝짜꿍’이 잘 맞아 주말마다 만나서 교외로 떠나곤 해요. 운동도 되지만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지속적으로 만난다는 게 굉장한 위로가 됩니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반포에서 출발해 의정부며 과천, 안양 등지로 떠나는 그는 평일에도 최소 2∼3일은 산악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일주일에 사흘은 동교동 김병후 정신과로, 일요일을 뺀 나머지 사흘은 청담동 ‘부부클리닉 후’로 출근하는데, 서초동 자택에서 사무실까지 자전거로 달리는 것이다. 그렇게 1시간 남짓 힘차게 페달을 밟고 달리면 한겨울에도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진다. 지칠 법도 한데, 사무실 인근 대중목욕탕에서 씻고 나면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고 한다.
“사무실 가까이에 목욕탕만 있으면 서울시내 어디든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어요. 생각보다 서울시내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요. 청담동으로 출근할 때는 양재천으로 해서 잠실운동장 쪽으로 돌아오는데 경치가 썩 괜찮습니다.”
그는 “다만 자전거 이용자에게 위협을 가하는 자동차 운전자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자전거 도로가 끊겨 일반 도로를 달릴 경우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여기기 때문. 대형차가 노골적으로 접근해 씽∼하고 달릴 때면 자전거가 쓰러질 듯 휘청거린다.
3년째 매주 주말 자전거를 타는 김병후 원장과 고교 동창들. 왼쪽부터 최승담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 이규형 국민은행 소공동기업금융 지점장, 신용운 인하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 김 원장.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후 김병후 원장은 웬만해선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지구력이 좋아진 것도 자전거를 타면서 얻은 소득이다.
“자전거만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 드물죠. 주말에 의정부에 다녀오려면 10시간 이상 자전거에 올라타고 있어야 해요. 그런데도 몸에 무리가 없어요. 제가 등산도 좋아하지만, 산에 다녀오면 관절이 아픈 건 어쩔 수 없거든요. 자전거를 탈 때는 관절을 균일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없죠.”
가족이 아닌 자신에게 투자하기 시작한 것도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달라진 점이다. 단단하면서도 가벼워야 하는 산악자전거는 우주선을 만들 때 사용되는 카본 튜브나 티타늄 재질로 되어 있다. 재료가 특수하다 보니 전문가용 산악자전거 가격은 웬만한 자동차 값과 맞먹는다. 김병후 원장도 산악자전거와 그밖에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하는 데 1000만원은 족히 썼다. 그는 “가끔 아내의 눈치를 살피게 되지만 출퇴근할 때 드는 교통비 몇년치 합한 것에, 건강에도 좋다는 점을 더하면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고 말한다.
2004년 여름, 자전거로 일본 대마도를 종단했던 그는 올해 후지산에 올라볼 생각이다.
산악자전거 용품에 욕심이 많아진 김병후 원장이 강남스포츠 인보식 사장에게서최신 산악자전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산악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뒤로 피곤한 줄 모른다는 김병후 원장. 혼자 탈 때는 잡념을 떨쳐버리고 오로지 자전거와 일체된 자신만을 생각할 수 있어 좋고, 친구들과 함께할 때는 동지애가 느껴져 든든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