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호

‘외계어’ 버금가는 현대 생활인 ‘쇼핑단어 6000’

  • 김민경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6-02-02 16:4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외계어’ 버금가는 현대 생활인 ‘쇼핑단어 6000’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 보그, 바자 등 ‘라이선스 패션 매거진’이 전래한 이후 쇼퍼홀릭에겐 한글과 영어가 뒤섞인 ‘앙드레 김’식 표현이 아주 친근해졌다. 요즘 누가 오른쪽, 왼쪽이라고 하나. ‘디스 페이지(this page)’ ‘오퍼지트 페이지(opposite page)’하지.

    ‘영어완전정복’ 수준의 잉글리시가 부티크에서 ‘플루언트(fluent)’해진 것도 그 덕분이다. 월스트리트를 기준 삼는 세계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그리고 뉴요커나 런더너인 영화 주인공이 망가진 구두를 움켜쥐고 “마이 지미 추!”라고 할 때 어떤 심정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현대 생활인은 쇼핑 단어 6000개는 정복해야 한다.

    그래서 많이 쓰이는 쇼핑 단어 몇 개를 추려봤다. 코스메틱(화장품) 단어는 영어와 불어, 한국어가 혼용되는 고난도라 제외했다. 해석은 웹스터 사전과 상관없이, 쇼핑몰에서 쓰는 관행을 따랐다.

    *지미 추(Jimmy Choo) 혹은 마놀로 블라닉(Manolo Blahnik) : ‘섹스 앤 더 시티’ 등 뉴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에 반드시 나오는 구두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섹시하고 비싸다. 현대 여성의 물질적, 성적 욕망과 동의어.

    *머스트 해브 아이템(must have item) : 이번 시즌에 꼭 사야 할 것들.



    *잇 백(it bag) : 티셔츠를 입어도 가방만은 명품을 들어야 한다는 이들이 꼭 사야 할 유행예감 백.

    *P.S.R : S(Super)VIP 고객을 위한 개인맞춤형 피팅룸과 쇼핑 도우미, 혹은 그 고객.

    *트렁크 쇼(trunk show) : SVIP와 쇼퍼홀릭만을 특급호텔 스위트룸 등에 불러 여는 패션쇼.

    *러키 드로(lucky draw) : 쇼 참석자들을 끝까지 잡아두기 위해 마지막에 하는 행운의 상품 추첨을 속물스럽지 않게 부르는 말.

    *트렌드 세터(trend setter) : 자기 돈 써가며 상품 홍보를 하는 쇼퍼홀릭.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 : 다른 사람이 사기 전에 빨리 사야 하는 상품.

    *셀레브리티(celebrity) : 배우, 방송인, 얼굴 알려진 예술가, 파티마니아 CEO, 스타들의 단골 미용실 오너 등 럭셔리 상품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

    *미니멀(minimal) : 아무런 장식이 없어서 비싸다.

    *빈티지(vintage) : 오래된 물건처럼 보여서 비싸다.

    *웨이팅 리스트(waiting list) : 물건을 보고 사겠다고? 매 시즌 카탈로그 배포 즉시 전세계에서 작성되는 구매 희망자 리스트.

    쇼퍼홀릭들의 이런 ‘외계어’ 사용에 분노할 분이 많을 줄 아나, ‘뾰족구두’와 ‘지미 추’의 문화적 함의가 너무나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길. Let there be shopaholics!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