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완전정복’ 수준의 잉글리시가 부티크에서 ‘플루언트(fluent)’해진 것도 그 덕분이다. 월스트리트를 기준 삼는 세계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그리고 뉴요커나 런더너인 영화 주인공이 망가진 구두를 움켜쥐고 “마이 지미 추!”라고 할 때 어떤 심정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현대 생활인은 쇼핑 단어 6000개는 정복해야 한다.
그래서 많이 쓰이는 쇼핑 단어 몇 개를 추려봤다. 코스메틱(화장품) 단어는 영어와 불어, 한국어가 혼용되는 고난도라 제외했다. 해석은 웹스터 사전과 상관없이, 쇼핑몰에서 쓰는 관행을 따랐다.
*지미 추(Jimmy Choo) 혹은 마놀로 블라닉(Manolo Blahnik) : ‘섹스 앤 더 시티’ 등 뉴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에 반드시 나오는 구두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섹시하고 비싸다. 현대 여성의 물질적, 성적 욕망과 동의어.
*머스트 해브 아이템(must have item) : 이번 시즌에 꼭 사야 할 것들.
*잇 백(it bag) : 티셔츠를 입어도 가방만은 명품을 들어야 한다는 이들이 꼭 사야 할 유행예감 백.
*P.S.R : S(Super)VIP 고객을 위한 개인맞춤형 피팅룸과 쇼핑 도우미, 혹은 그 고객.
*트렁크 쇼(trunk show) : SVIP와 쇼퍼홀릭만을 특급호텔 스위트룸 등에 불러 여는 패션쇼.
*러키 드로(lucky draw) : 쇼 참석자들을 끝까지 잡아두기 위해 마지막에 하는 행운의 상품 추첨을 속물스럽지 않게 부르는 말.
*트렌드 세터(trend setter) : 자기 돈 써가며 상품 홍보를 하는 쇼퍼홀릭.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 : 다른 사람이 사기 전에 빨리 사야 하는 상품.
*셀레브리티(celebrity) : 배우, 방송인, 얼굴 알려진 예술가, 파티마니아 CEO, 스타들의 단골 미용실 오너 등 럭셔리 상품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
*미니멀(minimal) : 아무런 장식이 없어서 비싸다.
*빈티지(vintage) : 오래된 물건처럼 보여서 비싸다.
*웨이팅 리스트(waiting list) : 물건을 보고 사겠다고? 매 시즌 카탈로그 배포 즉시 전세계에서 작성되는 구매 희망자 리스트.
쇼퍼홀릭들의 이런 ‘외계어’ 사용에 분노할 분이 많을 줄 아나, ‘뾰족구두’와 ‘지미 추’의 문화적 함의가 너무나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길. Let there be shopahol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