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호

국내 체류 외국인 동향 분석한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보고서

2010년 국제결혼 정착 외국인 58만, 80%가 제3세계 출신… ‘新 하류층’ 형성 우려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6-02-01 13: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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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은 2005년 한 해 동안 외국인의 출입국 및 국내 활동 실태를 조사한 ‘체류외국인 동향조사 기법연구 보고서(비공개)’를 작성했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에게 제출된 이 보고서는 국제결혼을 한국사회 ‘신(新) 계층’ 출현의 관점에서 파악한 통계와 분석을 담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동향 분석한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보고서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보고서.

    체류외국인 동향조사 기법연구 보고서의 ‘국제결혼실태와 위장결혼 방지방안’ 편에 따르면 한국인과 외국인 간의 국제결혼은 2003년부터 급증했다. 보고서는 “국가간 인적 교류 및 이동의 증가로 국제결혼이 전체적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는 당연하다”고 보면서도 한국의 경우 국제결혼이 대내외 여건변화에 따라 증가와 감소가 반복되는 현상이 나타난 점에 주목했다.

    위장결혼 폭증, 브로커 활개

    즉, 한국인의 국제결혼은 한국과 중국 사이에 국교가 수립된 1990년대 초반 이후 비로소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조선족과 중국인들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례가 늘고 국내 농촌 총각의 결혼 문제와 맞물린 결과라는 것. 한국과 중국이 양 국민간 위장결혼을 방지하기 위해 1996년 10월 한중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같은 해 11월부터 이에 따른 혼인신고 및 사증발급제도를 시행하자 국제결혼 건수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1998년 6월14일 위장결혼 방지를 위한 신국적법이 시행됨에 따라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져 1999년엔 199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1996년 이후 일시적으로 감소하던 국제결혼은 1999년을 정점으로 2000년부터는 점차 늘기 시작했으며, 2003~2004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2003년 이후의 급증세엔 베트남, 필리핀, 러시아 국민 등과의 결혼도 한몫을 했다.

    보고서는 2003년 이후의 국제결혼 급증세는 ‘위장결혼 폭증’이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는)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자 2003년 7월1일부로 한중 양해각서를 폐기하고, 반드시 중국에서 먼저 혼인등기를 하도록 하던 것을 한국이나 중국 어느 곳에서든 혼인등기(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이러한 변화로 한국인 배우자가 중국을 두 번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되어 국민편익 차원에서는 도움이 되었으나, 중국 방문 경비의 절감은 곧바로 위장결혼 알선 브로커에게 더할 수 없는 호재가 됐다.”

    이어 보고서는 “한중 양해각서 시행 이후 급감하던 중국인과의 혼인건수가 각서 폐기 직후 통상적 증가율로는 보기 어려울 만큼 급격히(3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은 중국인과의 위장결혼이 우리 사회에 그만큼 만연되어 있고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내국인과 정상적 가정을 이루려는 의사 없이 위장결혼을 통해 국내에 정착하려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이어 보고서는 국제결혼의 증가 추세가 향후 한국사회에 미치게 될 영향을 예측했다. 보고서는 내국인과 결혼하는 외국인을 미국·일본 등 소득수준이 높은 선진국 국민과 중국·동남아 등 저소득 국가 국민으로 구분하고, 선진국 국민과의 결혼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저소득 국가 국민과의 결혼은 급증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한국 남성이 저소득 국가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현재의 국제결혼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한국 여성이 저소득 국가 남성과 결혼하는 사례, 내국인이 국내에 불법체류 중인 동남아 국가 국민과 결혼하는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결혼으로 정주(定住)하는 외국인과는 별도로,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는 33만2000명으로 추산된다(2005년 9월 기준).

    제주도 인구 넘어서는 이민계층

    국내 체류 외국인 동향 분석한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보고서

    서울 시내 한 방송사 주최 행사에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외국인들. 정부가 국내 정주 외국인의 삶의 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는 개발도상국 국민과의 국제결혼 폭증에 따른 전체 국제결혼의 폭증세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전망을 통계를 바탕으로 제시했다. 1995~2004년 10년간 한국인이 외국인과 결혼한 사례는 16만9167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김천시 인구(15만여 명)보다 많은 외국인이 결혼을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얘기다. 1991년 5012건이던 국제결혼은 2004년엔 7배가 늘어나 3만5447건이 됐다.

    보고서는 한국의 이 같은 국제결혼 증가현상을 미국과 비교해 설명했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라 국제결혼에 비교적 관대한 데도 국제결혼 인구가 전체 인구의 0.00055%인 데 비해 전통적 단일민족 국가인 한국의 최근 국제결혼 인구는 전체 인구의 0.00073%에 달해 인구비례 대비 미국보다 1.3배가 더 많다는 것.

    특히 1995~2004년 사이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를 국적별로 분석한 결과,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 국민과의 국제결혼이 11만7721건으로 전체 국제결혼의 69%를 차지했다. 개발도상국가 국민과의 결혼 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2004년의 경우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은 3만5447명이었는데 개발도상국 출신과 혼인한 비율이 최근 10년 평균 비율인 69%보다 11%포인트 증가한 80%에 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인·일본인과의 국제결혼은 1991년 4433건, 2000년 5402건, 2004년 6294건으로 1.5배 안팎의 증가세를 보인 반면 중국인과의 국제결혼은 1991년 262건, 2000년 3804건, 2004년 2만2148건으로 증가세가 100배를 넘었다.

    국제결혼의 증가, 그중에서도 개발도상국가 국민과의 국제결혼 폭증에 보고서가 주목하는 이유는 저소득층 이민자의 대거 유입에 따른 사회적 부담의 가중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개발도상국 국민과 결혼한 후 주로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에 입국해 생활하는 편임을 감안할 때 국제결혼은 외국인의 국내 이주를 의미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국제결혼으로 인한 외국인의 유입과 외국인 노동자(불법체류자 포함) 국내 거주를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본다.

    “국제결혼으로 인한 외국인 국내 이주는 불법체류자 문제와는 시각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불법체류자는 일시적인 체류이지만 결혼으로 인한 이주는 영구적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국제결혼이 대한민국 최초의 이민계층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계층의 규모에 대해서는 “이런 추세라면 2010년에는 1995년 이후 국제결혼 누적 건수가 58만7418건에 달할 것이며, 결혼으로 인한 개발도상국 국민의 국내 이주 인구는 제주도 인구(2005년 12월 현재 55만7000여 명)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재정부담 증가, 정치적 갈등 우려

    보고서는 개도국 출신의 외국인 배우자는 주로 저소득층 한국인과 결혼해 결국 국내에서 ‘저소득 국제결혼 가정’을 양산하게 되며, 이들 사이에 2세가 태어나면서 새로운 형태의 하층 이주계층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러한 계층의 출현에 대해 “저출산으로 인한 한국의 노동력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민계층은 새로운 저소득층을 만들어내고 이로 인한 정부의 재정부담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제3의 사회계층 형성으로 인한 문화·사회·경제적 갈등과 더 나아가서는 정치적 갈등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개도국 국민의 대거 국내 정착을 단지 농촌 총각의 혼인이라는 개인 차원의 문제로 보지 않고, 빈곤층이 두터워지는 국가적 문제로 연결짓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의 경우 이슬람권 저소득 이민자가 프랑스로 대거 이주했지만 이들 대다수가 사회의 하층 이주민 계층으로 편입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인종차별이나 폭력 등 사회갈등 요인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프랑스 사례에 대해 보고서는 다른 난에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대책과 관련, 보고서는 위장 국제결혼은 그 자체가 사회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행위인 만큼 이를 근절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국제결혼은 단순히 행정적 문제로 처리할 성격이 아니며 국가정책적 문제로 접근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면서 “(미국, 호주처럼) 이민정책의 도입, 이에 대응하는 정부 조직 및 새로운 법률이 수립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위장결혼죄’ 및 국제결혼중개업소 등록제 신설을 주문하는 한편, 외국인 배우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모호한 법률적 지위를 더욱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배우자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보고서는 한국 남성과의 충분한 교감 없이 결혼이 성사되는 문제, 한국 생활의 부적응 문제, 한국인 배우자의 학대와 이로 인한 가출, 결혼알선업소에 의한 사기 피해, 국제사회에서 ‘신부 우편주문 사업(mail-order bride business)’ 등으로 통용되는 국제결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해결할 사회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장 국제결혼을 통한 외국인 불법체류 유형

    잠적형 : 국적 취득이 아닌, 돈을 벌 목적의 위장결혼. 외국인이 한국인과 합의 하에 위장결혼을 해 입국한 뒤 한국인에게 대가 지급을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자마자 잠적. 또는 형식적 동거관계를 유지하다 친척 초청 등 추가적 목적 달성 뒤 잠적.

    회귀형 : 외국인이 한국인과 위장결혼을 해 입국한 뒤 쌍방 합의로 평소엔 각자 별거를 하며 생활하다가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을 때만 한국인 배우자의 거소로 회귀.

    가출신고형 : 위장결혼으로 입국한 후 한국인 배우자가 외국인 배우자로부터 초청대가를 모두 받았거나 적발위험에 노출됐을 경우 외국인 배우자를 잠적시킨 뒤 가출로 신고.

    동거형 : 실제로 동거하면서 일종의 계약결혼 형태를 취하는 것. 적발하기가 가장 어려우며 브로커의 자백 또는 제3자의 고발이 있더라도 범행 사실을 부인하면 기소하기 힘듦.
    ‘처음엔 위장결혼이었지만 그후 함께 살면서 서로 마음에 들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함.


    * 자료: 법무무 출입국관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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