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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기자의 공군 전투조종사 훈련 체험기

고도 2만5천피트에서 산소마스크 떼고 “구일은 구, 구이 십팔, 구삼은… 컥컥”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이은영 기자의 공군 전투조종사 훈련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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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F-4E, F-5E 사고

   2000년 11월, F-5E, 강원 강릉시 동해상공, 조종사 1명 사망
   2001년 4월, F-4E, 충남 금산군 부리면, 조종사 2명 탈출
   2001년 10월, F-4E, 강원 영월군 사격장, 조종사 2명 사망
   2002년 10월, F-4E, 전북 군산시 옥구읍, 조종사 2명 탈출
   2003년 5월, F-5E, 경북 예천군, 조종사 1명 사망
   2003년 9월, F-5E, 2대 덕유산 상공, 조종사 2명 사망
   2004년 3월, F-5E, 2대 서해 태안반도 상공, 조종사 2명 사망
   2005년 7월, F-5F, F-4E, 서남해안 상공, 조종사 4명 사망



“머리카락과 손톱을 잘라 제게 주세요.”

“왜요?”

“(빙긋이 웃으면서) 전투조종사가 되셨잖아요.”

박 대위는 “전투조종사들은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평소 머리카락 50가닥과 손톱을 잘라 보관해둔다”며 “조종사 체험인데 할 건 다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으름장을 놓았다.



농담처럼 한 얘기였지만, 조종사에게는 결코 웃을 일이 아니다. 사고가 나면 시신의 흔적조차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식표나 손톱, 살점 몇 점을 겨우 수거해 장례식을 치르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에 생전에 보관해둔 그것들이 유해 대신 묻히기도 한다.

“사고가 나면 항공기 잔해도 못 건져요. 기체 일부만 발견되거든요. 저는 아직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사고가 나면) 사람 모형을 허수아비처럼 만들어놓고 (현장에서) 수거한 것을 갖다 붙여요. 이때 머리카락과 손톱이 사용되죠.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죠”

지난해 9월, 공군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94년부터 10년간 발생한 전투기 추락사고는 모두 31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추락한 전투기는 F-5E 8대, F-4E 4대, KF-16 3대 해서 모두 15대다. 4개월에 한 대씩 추락한 셈이다.

그렇지만 공군측에 따르면 한국 공군의 사고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최근 10년간 비행 10만시간당 사고율을 비교하면 F-16의 경우 한국 공군이 2.26건인 데 비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미국 공군은 4.38건에 이른다는 것.

그런데도 순직률은 다른 나라 공군에 비해 높은 편이다. 민간 피해를 막기 위해, 혹은 항공기를 살리려다가 비상탈출 시기를 놓쳐 항공기와 같이 산화(散華)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량을 최대한 발휘해 비행과 사격을 조금이라도 더 잘해보려고 과욕을 부리다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생명수당 받는 일’을 부부가 함께 하고 있으니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박 대위는 “나라 지키는 일이라 서로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전투조종사라는 특별한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전투기 조종사를 ‘파이터(fighter)’라고 한다. 단순히 비행기를 조종하는 파일럿(pilot)이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에는 ‘전사’ ‘투사’답게 전투를 목적으로 고도의 특수 비행훈련을 받는 조종사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파이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종사임을 나타내는 조종흉장(Wing)을 받기까지는 마치 도자기가 뜨거운 불길 속에서 정성과 인내와 기술로 완성되듯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과 시간과 비용이 든다.

기자는 원주기지에 오기 하루 전, 충북 청주시 공군사관학교 내 항공생리훈련장을 찾았다. 전투기 탑승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다. ‘지옥의 테스트장’이라 하는 이곳에서 낙하산 훈련을 포함한 비상탈출 훈련, 비행착각 훈련, 저압실 훈련, 가속도 훈련 등 항생(항공생리) 훈련을 받았다.

블랙아웃·레드아웃 상태에서 기절

조종사의 고통을 이해하는 첫 단추는 중력(重力). 이와 관련된 훈련이 바로 G(gravity)테스트다. 가속도 내성(耐性)훈련으로 불리는 G테스트는 일반인의 경우 훈련참가자의 반 정도밖에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강도가 높다. G는 전투기가 고속 기동할 때 조종사가 받는 중력가속도 하중의 수치를 말한다.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이나 청룡열차 같은 놀이기구를 탈 때 느끼는 중력의 하중은 약 2G. 몸무게의 2배 중력에 눌린다는 뜻이다. 수직낙하 놀이기구 ‘자이로 드롭’의 경우 4G까지 받는다.

G테스트를 ‘곤돌라’라는 모형전투기 조종석에서 받았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한 훈련이었다. 곤돌라가 원을 그리면서 고속회전을 하는데, 몸무게의 6배(6G)나 되는 300kg 이상의 하중을 30초 동안 의식을 잃지 않고 견뎌야 통과할 수 있었다. 곤돌라에 올라탄 기자에게 교관은 이렇게 말했다.

“‘윽’ 소리를 내 기도(氣道)를 막고 배에 힘을 준 뒤 ‘푸~’ 하고 숨 쉬세요. 자,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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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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