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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생태계 교란하는 지상파 DMB 무료 서비스

방송 3사·단말기업계 배불리고, 신규사업자·콘텐츠업계 쪽박차고

  • 박준석 이동통신 전문가 suminpapa@empal.com

산업 생태계 교란하는 지상파 DMB 무료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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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2월부터 지상파 DMB 서비스가 실시됐다. 단말기만 구입하면 누구나 무료로 휴대이동방송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공짜라고 좋아만 할 일은 아닌 듯하다. 중장기 수익 기반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정책 시행, 비즈니스 모델의 편향성과 일방성으로 인한 폐해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 생태계 교란하는 지상파 DMB 무료 서비스
지난해 6개월의 간격을 두고 출범한 위성 DMB와 지상파 DMB 서비스. 국내 이동통신업계와 지상파 방송업계, 휴대전화 제조업계의 대표 기업들이 모두 참여하는 ‘휴대이동방송’ 대회전이 임박하면서 관객의 반응도 열기를 띠고 있다.

대다수는 “사실상 승부는 지상파 DMB로 기울었고 위성 DMB가 시장점유율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한다. 일각엔 재전송 위주의 안이한 편성전략, 수익모델상의 약점 때문에 지상파 DMB가 독주하기는 힘들 것이란 주장도 있지만 그리 힘이 실리지는 않는 형국이다. 결국 무료 서비스 전략을 앞세운 지상파 DMB가 유료 서비스인 위성 DMB와의 경쟁에서 월등한 우위를 차지할 것이란 다소 싱거운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그러한 시나리오에 아무런 문제도 없을까.

외국도 놀란 무료 서비스

지난해 가을에 열린 한 DMB 전시회 현장. 컨퍼런스와 전시회를 겸한 이 행사에는 적잖은 외국인이 참가해 한국의 수준 높은 DMB 단말장비 제조능력과 서비스 기술력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지상파 DMB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는 안내자의 설명.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전세계 통신과 방송 서비스 부문을 통틀어 최첨단 신규 서비스라 할 만한 휴대이동방송을 단말기만 사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건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이 서비스를 위해서는 사업권 또는 주파수를 확보하고, 송출할 방송국을 짓고, 필요한 방송장비를 사들이고, 방송신호를 전국으로 중계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지하 및 폐쇄공간에는 중계기를 따로 설치해야 하고, 콘텐츠도 구매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이 모든 일을 해낼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러한 막대한 투자의 최종 결과물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게 어찌 놀라운 일이 아닌가. 외국인들이 눈이 휘둥그레져 무료 서비스의 ‘비밀’을 말해달라고 조르던 광경이 기억에 생생하다.

사실 지금도 단말기만 구입하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방송 서비스가 많다. 대표적으로 지상파 TV와 라디오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수신기를 구매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물론 월 2500원의 공영방송 수신료를 납부하고 프로그램 앞뒤로 붙는 광고방송을 봐야 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완전 무료’는 아니지만). 인터넷 보급과 함께 활성화된 인터넷 라디오 방송도 광고 및 협찬 덕분에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애플 아이포드(iPod) 구매자들은 아이튠즈(iTunes)를 통해 무료로 제공되는 포드캐스팅(podcasting) 클립들을 이용할 수 있다.

단말기와 수신장비 구매를 전제로 무료로 제공되다 점차 사라지는 방송 서비스도 있다. 대형 위성 안테나와 셋톱박스를 구매하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채널을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초창기 위성방송이 대표적. 직접위성방송(DBS)의 출현으로 예전 같은 인기를 누리진 못하지만 지금도 국내에선 30∼40개의 채널을 무료 제공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유럽에서도 무료 방송 서비스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국에선 저렴한 셋톱박스만 사면 30여 개의 디지털 지상파 채널을 무료로 즐기는 프리뷰(Freeview)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시작한 프랑스에서는 지금까지 100만대 이상의 셋톱박스가 판매됐다고 한다. 영국이나 덴마크, 독일 등에 보급된 디지털 라디오 서비스(DAB)도 전용 수신기를 구매하면 일부 유료 채널을 제외한 대부분의 채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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