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호

각종 상(賞) 30개 휩쓴 경남 창원시, ‘겹경사 행정’의 비결

탄탄한 인프라, 샘솟는 발상, 시민우선 리더십으로 만든 ‘자치 교본’

  • 김진수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6-02-15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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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언론·대외기관의 집중 찬사, 전국 최고 지자체 자리매김
    • 전국 확산된 ‘기업사랑운동’은 市長 아이디어
    • 시내버스 노선 개편 위해 1년6개월간 80여 차례 협상
    • 2005년 시민 아이디어 148건 중 50건 시책 채택
    • 주민 90% 이구동성, “창원은 살기 좋은 도시”
    각종 상(賞) 30개 휩쓴 경남 창원시, ‘겹경사 행정’의 비결

    창원시 청사 2층 복도에 진열된 각종 상장과 상패.

    경남 창원시가 ‘일’을 냈다. 2005년 한 해 동안, 시(市)가 추진한 각종 시책과 사업이 정부와 중앙단위 기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무려 30개의 상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하면서 ‘전국 최고 지방자치단체’로 그 위상을 뽐낸 것.

    주요 수상 명세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21일 ‘2005년 지속가능도시 대상’에서 2년 연속으로 지역정보화부문 최우수 시로 선정돼 건설교통부 장관상을 받은 것을 비롯, 12월15일엔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받은 지 1년 만에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 제2회 평생학습대상제에서 기초자치단체 부문 우수상을 받는 등 30개 상을 휩쓸었다.

    지방자치단체가 행정 운영과 관련해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렇듯 많은 상을 받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 게다가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주체들에 행정자치부, 산업자원부, 환경부, 한국언론인포럼, 한국공공자치연구원 등 정부와 언론, 공신력을 지닌 대외기관이 망라됐다는 점에서 창원시의 수상은 더욱 빛을 발한다(표 참조).

    그 가운데 창원시가 가장 가치 있는 상으로 꼽는 것은 지난해 12월7일 산업자원부가 주최한 ‘제1회 기업사랑 우수혁신사례’ 발표대회에서 전국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 이는 기업인과 근로자의 사기 진작, 시민과 함께하는 기업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창원시가 전국 최초로 펼쳐 확산시킨 ‘기업사랑운동’을 정부가 모범 시책으로 공인했다는 큰 의미를 지닌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엔 지방자치제 시행 10주년을 맞아 한국언론인포럼이 주최하고 한국신문방송연구원이 주관한 ‘2005 지방자치 대상’에서 ‘살기 좋은 도시’와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선정돼 2관왕을 차지함으로써 삶의 질이 높은 경제도시로 평가받았다. 창원시는 또 (사)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주관한 제10회 한국지방자치경쟁력조사에서 전국 종합 1위로 평가됐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은 매년 전국 234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경영자원, 경영활동, 경영성과 등 총 72개 지표를 통해 지자체별 경쟁력 추이를 조사하는데, 창원시는 안양·성남·과천 등 수도권의 쟁쟁한 도시들을 제치고 종합1위를 차지했다.



    창원시는 지난해 6월 환경부 주최 제7회 환경경영대상 공모에서 공공기관 부문 대상도 차지해 그린시티(Green City)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는 전국 최초의 강변여과수(강변에 취수정을 뚫어 지하수가 자연적으로 모래층을 통과하면서 토양의 자정능력에 의해 오염물질이 여과, 제거되게 하는 방식으로 취수함) 개발, 생태하천 복원, 환경경영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 관리를 위한 ISO 14001 운영 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로, ‘공단도시’ 창원이 ‘환경도시’로 거듭났음을 보여주는 징표라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창원시는 ▲교통안전평가 우수기관(국무조정실 주관) ▲통합방위유공 우수기관(합동참모본부 주관) ▲상반기 물가관리 우수기관(행정자치부 주관) ▲민원행정 추진상황평가 최우수기관(경상남도 주관) 등 기초적인 민생관련 분야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냈다.

    ‘고품격 도시 건설’이 시정목표

    창원시가 받은 많은 상장과 상패는 창원시 중앙로에 자리잡은 시청사 2층 복도의 진열장을 가득 채워 오가는 직원과 시민의 눈길을 한몸에 받는다. 주변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한 창원시의 ‘싹쓸이 수상’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창원시는 그 비결을 최근 2년 동안 ‘고품격 도시 창원 건설’이란 시정목표 아래 ‘시민참여의 자치’ ‘도시경쟁력 강화’ ‘시민 삶의 질 향상’의 3대 시정 방침을 토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해 진력한 결과로 풀이한다. 무더기 수상을 그저 상복 많은 지자체의 특별한 행운쯤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2005년 창원시 시정 관련 수상 현황(30개 부문)
    평가명 평가 결과 주관
    제10회 한국지방자치경쟁력조사 전국 종합 1위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지자제 시행 10주년 기념 2005 지방자치대상 살기좋은도시 대상, 기업지원 대상 한국언론인포럼
    제7회 환경경영대상 대상(그린시티 선정) 환경부
    제6회 지속가능도시대상 지역정보화 부문 대상 건설교통부
    2005 대한민국 CEO 경영대상 기초단체장 부문 대상 헤럴드경제
    제1회 기업사랑 우수사례 발표 최우수 산업자원부
    기초단체 지역특성화 조사 동남권(부산·울산·경남) 1위 시사저널
    제6회 자치행정혁신 전국대회 지역경제 부문 최우수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제10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 경제활성화 부문 우수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제2회 평생학습대상 기초자치단체 부문 우수 한국교육개발원
    유형별 농촌지도기관 평가 농산물수출 부문 우수 농촌진흥청
    상반기 물가관리 우수 행정자치부
    교통안전 평가 우수 국무조정실
    지방행정혁신 우수사례 전국대회 장관상 행정자치부
    통합방위유공 우수 합동참모본부
    광업·제조업 및 사업체 기초통계조사 우수 통계청
    지방행정혁신경진대회 최우수 경상남도
    공중화장실 시책평가
    을지연습 및 비상대비업무 평가
    민원행정 추진상황 평가
    공공근로사업 평가
    음식문화개선 및 좋은 식단 실천 평가 우수
    상반기 물가관리
    지방세정 종합실적 평가
    에너지절약 시책추진실적 평가
    토지행정 종합평가
    여성정책평가
    제44회 도민체육대회 종합우승 경남도체육회
    제16회 경남생활체육대회 대축전 경남도생활체육회
    제6회 경상남도 건축대상제 대상 경상남도


    “창원시의 경사(慶事)가 가능했던 밑거름은 창원만이 가진 탄탄한 도시기반에 있다.”

    창원시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창원은 세계에서 네 번째,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도시설계기법에 의해 조성된 완전한 계획도시다. 1970년대에 대규모 기계공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우리나라 공업화 및 근대화의 상징 도시로 발전을 거듭해왔고, 1980년 창원시청 개청과 1983년 경남도청 이전으로 경남의 행정·산업·문화·교육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덕분에 사통팔달의 격자형 도로망과 풍부한 공원녹지, 도시 전역에 산재한 체육시설, 완벽한 환경기초시설 등을 갖췄다.

    주거지역과 생산지역이 분리돼 있는 등 주거·상업·공업·녹지 지역도 합리적으로 배분돼 있어 타 도시에 비해 정주 기반이 굳건하다는 강점을 지녔다. 이는 ‘행정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음을 뜻한다.

    일례로 창원시의 도로 포장률은 95%로 전국평균인 76.7%를 크게 웃돌고, 1인당 공원 면적은 28㎡로 전국평균 9.5㎡보다 월등히 높아 최고의 쾌적성(amenity)을 자랑한다.

    두 번째 비결은 현 박완수(朴完洙·51·한나라당) 시장의 다이내믹한 시정 전개. 2004년 6월 시행된 재·보선에서 당선된 그가 취임할 당시의 창원은 사실 시 발전의 역동성을 많이 상실한 상태였다. 시청 직원들도 현실 안주의 매너리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박 시장이 말하는 취임 당시 창원시의 분위기.

    “시청에 와보니 직원들이 다른 시 공무원에 비해 소극적이란 인상을 짙게 받았습니다.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데도 행정엔 원칙과 기준이 바로 서있지 않았어요. 시민도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시에서 잘 받아들이지 않으니 행정에 무관심한 편이었죠. 그래서 솔선수범하고 일 잘하는 직원을 특별 승진시키는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동원해가며 직원들을 독려했습니다.”

    각종 상(賞) 30개 휩쓴 경남 창원시, ‘겹경사 행정’의 비결

    쾌적함이 돋보이는 창원시청 민원실 전경(좌). 창원시는 공중화장실에까지‘고품격 우수화장실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우).

    이에 힘입어 강한 공직 마인드를 구축한 창원시는 창원컨벤션센터 개관, 전국 최초의 강변여과수 개발사업 준공, 노인종합복지관 건립 등 주요 투자사업에서 결실을 보았고, 컨벤션센터 연계시설 건립, 민·관 협의회를 통한 재건축 민원 해소, 택지개발 등 굵직한 지역 현안들을 순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등산로 정비, 테마로·탐방로 조성 등 도심 산을 시민 휴식공간으로 만들고, 도심하천의 생태하천 복원 추진, 환경올림픽으로 통하는 ‘2008 람사총회’ 개최지 확정 등으로 세계적인 생태도시의 기틀도 마련했다.

    30개 상의 평가대상 기간이 박 시장 취임 이후인 2004년과 200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시장의 행정조직 혁신은 제대로 성과를 거둔 셈이다.

    “협상만 시작되면 풀릴 수 있다”

    직원들의 ‘업무 마인드’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2005년 시정 결산에서 창원시의 으뜸 시책으로 꼽힌 시내버스 노선 개편. 이는 마산 중심으로 돼 있던 기존의 불합리한 버스노선 및 운영체계를 26년 만에 전면 개편해 창원 중심의 대중교통체계 기반을 확립함으로써 시민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노선개편이 이뤄지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80년 4월 마산시에서 분리돼 개청한 창원시는 이후 모든 부분에서 독립적 생활형태를 갖췄으나 유독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만은 마산시에 의존하는 체계를 유지해 시민이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고 한다. 버스업체 8개사 가운데 창원시 면허업체인 3개사도 승객이 많은 마산에 상주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노선 배치도 마산에서 출발해 창원지역을 한바퀴 둘러가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다음은 창원시 교통개선기획단 최용균 계장이 전하는 마산시와의 협상 뒷이야기.

    “노선 개편의 첫 단추를 끼우기 위해 마산시 실무자들과 인간적인 만남부터 시작했습니다. 복잡한 노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 내 준비된 업무 연찬과 조직 내의 격의 없는 토론이 필수였죠. 그러나 마찰이 깊어 오늘 싸우고 내일 화해하면서 1년 6개월 동안 창원과 마산을 오가며 80여 차례 협상을 벌인 끝에야 노선조정 협의가 완료됐습니다. 그런데 당초 시행 예정일인 6월1일을 앞두고 버스 파업이 벌어져 전면파업으로는 전국 최장인 12일간의 비상수송대책이 이어졌고, 파업 종료 이후 일주일간 홍보기간을 거쳐 6월20일 개편안대로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노선 개편은 한편으로 창원시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로 작용했다. 버스업체의 창원 이전을 위해 박 시장까지 직접 나서는 동안 “어떤 험난한 사안도 일단 협상만 시작된다면 풀릴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던 것.

    세 번째 비결은 풍부한 아이디어다. 아이디어 제안엔 지위 고하가 따로 없었다. 시가 지난해 시정의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기업사랑운동’을 주창한 주인공은 다름아닌 박완수 시장. 박 시장은 2004년 10월 기업사랑운동을 전국 최초로 창안해 기업사랑축제 개최, 기업 명예의 전당 건립, ‘기업의 날’ 운영, 경차우대조례 시행, ‘올해의 최고 경영인상’ 제정, ‘올해의 최고 근로인상’ 제정 등 타 지자체와 차별화한 7개 분야 81개 특수시책을 펼쳤다.

    박 시장이 기업사랑운동을 제창한 까닭은 기업인의 기(氣)를 살리고 근로자에게 자긍심을 심어줌으로써 지역 활성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시장이 되고 나서 창원공단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어요. 창원의 반쪽은 공단, 반쪽은 주거지역입니다. 그런데 1974년 조성돼 30여 년 된 공단지역은 사실상 행정의 공백지대나 다름없었어요. 50만 시민 중 7만명의 근로자가 공단지역에 근무하며 창원을 먹여 살려 창원시민 60% 이상이 창원공단에 생계를 의존하는 지역 특성상 공단지역을 소홀히 하면 창원의 발전은 요원하다고 봤던 겁니다.

    기업사랑운동을 펼치게 된 또 다른 배경은 기업인들이 신규투자를 잘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기업을 부정부패의 온상쯤으로 치부하는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 때문이란 점입니다. 제가 직접 조사해보니 2001∼2004년 우리나라 제조업 근로자가 6만명이나 줄었더군요. 중앙정부가 기업 살리기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방정부라도 나서야 할 것 아닙니까. 처음 기업사랑운동을 주창할 때 한 대기업 임원이 “노동자단체가 ‘사용자 편들기’라며 심하게 반발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사랑운동은 사용자뿐 아니라 노동자와 공생을 모색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기업사랑운동이 기업인에 치우친다는 노동계의 비판이 없지 않았다. 기업사랑운동에 관한 방송 홍보와 각종 기업의 날 지정 운영 등에 대한 노동계의 공식, 비공식적 문제 제기가 잇따른 것.

    이에 대해 창원시는 기업체 방문시 반드시 노동조합 대표가 동참토록 하거나 노조 사무실을 방문하고, 기업 명예의 전당에 경영인과 근로자가 나란히 헌정되게 했다.

    근로자에 대한 복지정책도 만들었다. 창원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수립한 ‘근로자종합복지 5개년 계획’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343억원을 투입해 근로자 복지인프라 구축, 생활안정 지원, 복리후생 증진, 사기진작 등 4개 분야별로 추진된다. 두산중공업과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진입도로는 ‘두산·볼보로(路)’로 명명되기도 했다.

    전 행정력을 집중하며 창원시가 불을 지핀 기업사랑운동은 곧 전국으로 확산돼 중앙정부 차원의 시책으로 채택되면서 기업사랑운동의 효시로 인정받는 성과를 일궈냈다. 그 결과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창원시 수출이 100억달러를 넘어섰고, 박 시장은 ‘헤럴드경제’가 주관한 ‘2005 대한민국 CEO 경영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05년 9월 현재 창원공단에는 1828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2004년 1604개보다 200개 이상의 기업을 더 유치한 것.

    외국 도시의 창원 벤치마킹

    시민이 내놓는 아이디어도 시정에 적극 반영했다. 창원시에 따르면, 지난해 창원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시민 아이디어는 148건. 분야별로는 일반행정 30건, 건설교통 44건, 위생환경 20건, 문화체육 25건, 사회복지 7건, 기타 22건 등이다. 제안된 아이디어 중 일부는 해당 부서가 그 실현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저소득층 자녀 가정방문 학습도우미제 운영 등 50건의 아이디어가 시책으로 채택됐다.

    이렇듯 시정에 대한 창원시민의 관심도가 높은 이유는 창원의 인적 구성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인구 50만의 창원은 시민 평균연령이 30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따라서 도시 분위기가 개방적이고 활력이 넘친다. 취업 기회가 많은 만큼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지역 텃세도 없다. 이 때문에 시정에 대한 자발적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창원시청 이상규 공보담당은 “박 시장 취임 이후 야간행정이 강조되면서 정시 퇴근은 옛말이 됐다”며 “지난 한 해 동안 각 부서가 달성한 업무에 대한 현황판까지 만들어 현재 대회의실에 전시하고 있을 만큼 일 중심의 조직문화가 정착됐다”고 귀띔한다.

    높은 시민 만족도

    창원시의 이처럼 놀라운 성과들에 대해 해외 도시에서 벤치마킹을 하기도 한다.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관계자들은 지난해 8월1일 창원시를 방문해 정보화교육시스템 구축 사례, 사랑의 PC 보급 및 시민정보화교육 추진 현황, 인터넷 민원서비스 운영 사례, 지방세 인터넷 신고납부 시스템 운영 사례 등을 둘러보고 가기도 했다.

    창원시의 행정서비스에 대해 시민이 체감하는 만족도는 매우 높다. 창원시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시 본청과 사업소, 읍·면·동의 모든 민원부서를 방문한 민원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209명 중 민원실 환경개선 만족이 95%, 민원처리 간소화 만족이 96%로 나타났다. 또한 경남발전연구원이 지난해 6∼7월 창원시민 9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창원시가 다른 시 군에 비해 살기가 어떻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0%가 ‘살기 좋은 도시’라는 평가를 내렸다.

    경남도가 지난해 5월10∼13일 도내 1만 가구를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인 ‘2005년 도민 생활수준 및 의식조사’에서도 창원시가 ‘가장 살기 좋은 지역’으로 꼽혀 주민생활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시민들의 이런 화답에 ‘잘나가는 지자체’ 창원시의 부담은 한층 커질 듯하다. ‘행정의 달인’들이 보여줄 창원시정의 앞날이 자못 기대되는 이유다.

    인터뷰 박완수 창원시장

    “시장과 CEO는 동일체, 창원은 ‘영남의 강남’”
    각종 상(賞) 30개 휩쓴 경남 창원시, ‘겹경사 행정’의 비결

    창원시 행정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박완수 시장. 경남 통영 출신인 그는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를 거쳐 경남도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 합천군수, 경남도 경제통상국장, 김해부시장, 가야대 행정대학원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경남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할 만큼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자타 공인의 ‘행정통’이다. 그는 매주 목요일 민원현장을 꾸준히 방문해 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일꾼 시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싹쓸이 수상’을 한 소감은?
    “예상외로 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창원시의 한 해 살림살이에 대한 대외적 평가가 높았다고 생각해요. 이는 모두 창원시민, 그리고 한 해 동안 고생한 시청 직원들 덕분입니다.”

    -평소 시정 운영과 관련해 수상이나 표창을 염두에 두는 편인가요.
    “그렇진 않습니다. 수상은 다만 그동안 열심히 한 노력의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시정에 시민 의견을 대폭 반영한다던데….
    “시장에 취임한 지 1년6개월 남짓 됐는데, 사실 이전부터 지방행정이 ‘행정 따로, 시민 따로’ 이뤄지는 것에 회의를 느꼈어요. 민선 자치시대 들어 시민 의견이 행정에 많이 반영된다지만, 실제 공무원들이 그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풍조는 여전하거든요.
    그래서 시장으로 당선된 후 시정 운영 기조를 ‘시민과 함께하는 행정’에 뒀습니다. 시민은 시의 주인이자 행정서비스의 고객이므로 가로수 하나를 베든 도로 하나를 놓든 모든 행정을 시민 처지에서 펼치려 노력해왔습니다.”

    -취임 때부터 직원들에게 특별히 강조해온 점이 있다면?
    “친절하자는 것입니다. 민원인을 언제나 친절히 대할 수 있도록 손거울을 수시로 보며 친절 마인드를 체득케 했습니다. 그것이 지난해 1월 도입한 이른바 ‘미소 거울’인데, 중앙행정기관에까지 파급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지난해 6월 창원컨벤션센터 연계시설 건립 추진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바람이 불어 인근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적이 있어요. 당시 국세청과 함께 투기대책을 마련해 겨우 해결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갖가지 새로운 시책을 추진하다 보면 시행착오도 없지 않을 텐데요.
    “행정에서 시행착오는 가끔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시책을 내놓아선 안 됩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어느 시책이든 해당 부서 결재라인만 통하게 하지 않고 반드시 시의 실·국장 논의까지 거치도록 하고 있어요. 무엇이든 광범한 여론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일례로 창원엔 도시가 형성되면서 지어진 25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가 많아 한때 재건축 요구가 빗발쳤죠. 그런데 그런 요구를 다 들어주면 계획도시로서의 틀 자체가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민·관 협의회를 구성해 거기서 도출되는 결론에 따르기로 하면서 집단민원을 해결했습니다.”

    -앞으로의 시정 운영 방향은?
    “행정조직 내부의 보수성 등 기존 폐단을의 개선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창원시의 핵심인 공단을 고부가가치 첨단업종으로 산업구조의 세대교체를 이루는 데 총력을 기울이려 합니다.”

    -스스로 공직자라는 점에 더 비중을 둡니까, CEO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까.
    “경력으로 보면 행정가이지만, 기업가적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도전과 모험이 수반되는 기업가 정신이므로 행정의 수장이라고 해서 CEO와 다를 것은 없습니다. CEO의 실패는 직원들의 노력으로 보상하기 어려운 만큼 항상 신중하려고 합니다.”

    -행정의 최고 목표는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해 지역 주민이 잘살게 만드는 것이 최고의 가치 아닐까요?”

    -‘창원은 영남의 강남’이라는 말도 있는 듯합니다.
    “외부에서 그렇게 칭하는 모양이에요. 창원의 주택가격과 소득수준이 높다 보니 마산, 김해, 진해 등 인접 도시의 구심점 구실을 합니다. 서울의 강남이 지닌, 다소 부정적인 의미와는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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