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호

방랑 끝에 닻 내린 섬, 생활을 발견하다

  • 글/사진·한현주,‘섬이야기’(자인)

    입력2006-02-16 1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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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뉴 밀레니엄의 시작을 기념하며 호주 나들이에 나섰던 우리는 여행이 아홉 달을 넘을 즈음 도시로 돌아가는 대신 태즈메이니아에 딸린 작은 섬 브루니로 향했다. 그로부터 5년. 가족, 친구들이 노상 묻는다. 외롭지 않으냐, 도대체 매일 무얼 하고 사느냐…. 사람이 사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단지 도시에 살 때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 자연 속에서 손과 몸을 움직여 일하는 기쁨을 발견한 것은 큰 결실이다.

    방랑 끝에 닻 내린 섬, 생활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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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에서 누리는 혜택 가운데 하나는 풍성한 해산물이다. 밥 먹듯 여행하던 시절, 부다페스트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남편 토니가 자신의 얼굴만한 스파이더 크랩을 건져올렸다.

    방랑 끝에 닻 내린 섬, 생활을 발견하다
    동네 사람 몇이 모여 어느 집 일손이 달릴 때 돌아가며 일을 돕는 ‘워킹 비(working bee)’ 날이다. 일을 마친 뒤 모두 풍성한 식탁에 둘러앉았다.

    방랑 끝에 닻 내린 섬, 생활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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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새 생명의 탄생과 결혼,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행복한 신랑 신부가 경쾌하게 걷던 그 바닷가에서 나와 친구들은 와인을 마시며 P를 떠나보냈다.



    방랑 끝에 닻 내린 섬, 생활을 발견하다
    방랑 끝에 닻 내린 섬, 생활을 발견하다


    방랑 끝에 닻 내린 섬, 생활을 발견하다
    방랑 끝에 닻 내린 섬, 생활을 발견하다


    여름이면 열리는 아이들 축제 때, 중고품 상점에서 건진 희귀하고 재미난 의상들을 아이들에게 입혔다. 마을회관에 모여 영화를 보는 날, ‘적극파 트리오’ 자넷, 앤, 매튜는 세 명의 게이가 주인공인 영화에 맞추어 의상까지 갖춰 입고 나타났다. 섬에서 케이크를 가장 잘 만들기로 소문난 울리와 그의 가족,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기쁨을 발견하는 아니타.

    방랑 끝에 닻 내린 섬, 생활을 발견하다
    방랑 끝에 닻 내린 섬, 생활을 발견하다
    컬러풀한 색상에 기묘한 디자인의 모자를 파는 샤론은 과연 시장을 환∼하게 밝히는 존재다. 세 마리 헝가리 푸들이 힘차게 끌어당기는 줄을 잡고 가자면 누가 누구를 산책시키는 건가 싶다. 개를 산책시킨다는 명목 아래 실은 우리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해방시키는 것이다. 여기저기 방랑하다 섬에 뿌리를 내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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