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선진국, 그것도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후천성 불임증후군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를 창조해 50년 후 미래 사회를 충격적으로 그린 과학 소설이다. 이 책이 두렵게 느껴지는 건 저자가 바이러스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의사라는 점. 프랑스 코생 병원 방사선과 전문의인 에릭 나타프는 학문적 탐구와 임상을 통해 축적한 의학 정보들과 상상력을 치밀하게 엮음으로써 프랑스 문단의 극찬을 받았다.
저자는 몇 해 전 유럽을 강타한 광우병 사태 당시 목도한 ‘연구소 내부 갈등, 각국 학계간 정보전, 보건 당국의 대처 방식, 특종을 노리는 언론의 행태’를 작품에 적절히 반영함으로써 인류에 치명적인 새로운 질병이 발견됐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설득력 있게 묘사했다. 과학과 의학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대인을 겨냥한 경고로 읽힌다. 현대문학/각 388쪽, 380쪽/각권 9500원
암에게 절대 기죽지 마라 고창순 지음
서울대병원 부원장을 지낸 내과 전문의로 김영삼 전 대통령 주치의였던 고창순 박사는 25세에 대장암, 50세에 십이지장암, 65세에 간암 진단을 받았다. 평생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암을 세 번이나 맞닥뜨린 고창순 박사는 세 번 모두 항암화학치료제를 맞지 않고 수술로 대처했다. 이 책은 암을 이기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고창순 박사가 암과 싸우면서 체득한 암 다스리기 노하우가 꼼꼼하게 정리돼 있으며, 항암화학요법과 면역요법, 대체의학 등에 대한 의학적 견해도 담겨 있다. 저자는 “암은 유전으로만 생기는 병이 아니며 유전 인자가 강해도 생활습관에 따라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고, 발생한 암도 다스릴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실천 가능한 암 극복법을 제시한다. 동아일보사/288쪽/1만1000원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윌리엄 새들러 지음, 김경숙 옮김
안정된 노후를 위해선 경제적 대비책뿐 아니라 심리적 준비도 필요하다.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의 윌리엄 새들러 박사가 쓴 이 책은 40세가 넘은 남녀 200여 명을 인터뷰한 후 그중 50여 명을 12년간 꾸준히 추적 연구하여, 마흔 살 이후 인생의 최고 전성기를 맞은 사람들을 통해 ‘마흔 이후 30년’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마흔 이후 30년을 인생에서 가장 긴 시기, ‘서드 에이지(third age)’라고 칭하며 다양한 중년의 실례를 들어 ‘인생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6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또한 그동안 사회적 관습과 문화적 편견이 마흔 이후 세대에게 얼마나 왜곡된 삶을 강요했는지 폭로한다. 사이출판사/312쪽/1만2000원
하늘과 인간 임석재 지음
이화여대 건축학과 임석재 교수가 야심차게 기획한 서양건축사(史) 시리즈 3편. ‘땅과 인간’ ‘기독교와 인간’에 이은 세 번째 권 ‘하늘과 인간’은 로마의 멸망 이후 침체에 빠졌던 유럽 문명이 오랜 숙성 기간을 거쳐 자신만의 문화코드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움직임이 건축분야로 표출되던 시기, 즉 로마네스크에서 고딕 양식에 이르는 9∼15세기를 다루고 있다. 10여 년의 강의 경험과 10여 차례에 걸친 유럽 답사를 기반으로 책을 쓴 저자는 장엄하고 화려한 건축물의 외관 뒤에 숨겨진 기술 진보와 역사적 배경, 사회 변화를 유기적,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1113컷의 풍부한 이미지 자료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북하우스/704쪽/3만9000원
권력규칙(전2권) 쩌우지멍 지음, 김재영ㆍ정광훈 옮김
“권력을 도모할 때는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권력을 견고히 할 때는 살얼음을 밟듯 한다. 권력을 누릴 때는 방 안 가득한 재물을 쓰듯 마음껏 누린다.” 저자는 중국 역사 속 예화(例話)들을 통해 권력의 속성과 실체를 구명한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을 죽인 명 태조 주원장, 스스로 중국 최초의 여성황제가 된 무측천, 나라를 사들인 거상 여불위, 상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진해서 똥물을 들이켠 신하 등 다양한 출신의 인물들이 권력을 어떻게 쟁취하고 또 어떻게 잃게 되었는지 소설처럼 그리고 있다. 저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인이나 은자의 사례를 가미하고, 고대 중국의 사상과 역사, 정치, 교육, 외교 등으로 이야기 폭을 넓힌다. 한길사/472쪽/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