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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한자 삼국지·下│ 韓國편

한자 폐기는 大과오… 국한 혼용으로 ‘東 아시아성’ 살려내자

  • 김정강 이데올로기 비평가 gumgun@naver.com

한자 폐기는 大과오… 국한 혼용으로 ‘東 아시아성’ 살려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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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한자를 폐기하고 정서법을 채택함으로써 베트남은 민족의 고전적 전통으로부터 유리됐는데, 베트남이 프랑스·미국과 싸워 이겨 독립과 통일을 쟁취한 주체성을 보면 그들은 결국 어떤 형태로건 민족의 전통이 녹아 있는 한자의 부활과 사용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서세동점(西勢東漸) 시기에 한국이 알파벳 전용으로 가지 않고 한글 전용에 머물러 있는 것은 베트남에 비하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우수한 한글이 발명되어 있었고, 한민족의 문화적 주체성이 베트남보다는 강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반도에 등장한 한자

한반도에 한자가 들어온 것은 서북지방에서는 위만조선(衛滿朝鮮) 이전의 시대였는데, ‘기자조선’을 찬탈해 위만조선을 세운 위만에 관한 기록은 ‘한서(漢書)’에 정확히 남아 있다. 한서에 따르면 위만은 연(燕)나라의 장수였는데, 연왕으로 봉해진 한고조(漢高祖)의 건국공신 노관(盧琯)의 부하였다가, 노관이 궁정 권력투쟁에서 실각해 흉노로 도망하자 기자조선의 마지막 왕이던 준왕(準王)에게 투항해 신임을 얻어 정착한 후, 세력을 길러 준왕을 쫓아내고 위만조선을 세웠다고 한다.

또한 한서는 위만조선이 멸망할 때의 마지막 왕은, 위만의 손자인 위우거(衛右渠)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로써 위만가(衛滿家)의 성씨가 위씨였음을 알 수 있는데, 위씨는 당시 한나라에 실제로 있었던 장군의 가문이었으므로 위만 일파는 한인이었으며, 필연적으로 한어와 한자를 사용했을 수밖에 없다. 이때 위만이 지배하던 한반도 서북지방의 지배계층은 한자 교양을 습득했을 것이다.



한반도 남부지방에서는 삼한(三韓)시대부터 한자가 유입되었다. 한민족(韓民族)의 연원인 삼한에 한자가 유입될 당시 삼한에는 고유의 문자가 없었다.

신라의 지증 마립간(智證麻立干·500~514)이 처음으로 중국식 주군현제(州郡縣制)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때까지 쓰고 있던 니사금(尼師今), 거서간(居西干), 마립간(麻立干) 등의 고유어 수령 칭호를 버리고, 중국식의 왕(王)으로 칭하게 했다. 신라는 8세기에 이르러 당률(唐律)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나라 안의 모든 고유 지명까지 한자 지명으로 고쳤다.

신라가 초기에는 그 수령을 니사금, 거서간, 마립간으로 호칭했는데, 이 니사금이나 마립간은 모두 흉노(匈奴, Huns)를 비롯한 북방 기마민족의 군장(君長)을 이르는 명칭이다. 니사금이나 마립간, 거서간은 모두 카간(可汗, Khaghan) 또는 칸(汗)이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이런 호칭을 쓴 족속은 원래 금산(金山, 알타이 산) 부근에서 수렵과 유목에 종사했으나, 뒤에 동진·서진·남진해 다른 종족을 정복하거나, 그 이동 과정에서 스스로 다른 종족에 정복되거나 동화·흡수됐다.

신라가 그 군장의 칭호를 고유한 호칭에서 중국식의 호칭인 왕으로 고친 지증왕 때에는, 이미 신라의 지배계급은 중국 문화의 영향을 깊이 받은 뒤였다. 신라의 지배계급이 이렇게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먼저 중국 문화의 운반 매체인 한자를 도입해야 했다. 그러므로 당시 동아시아의 유일한 문자이던 한자는 삼한시대에 이미 한반도 남부에 들어와 있었다.

즉 기록상으로 한반도 서북지방에는 위만조선 이전에 이미 한자가 들어왔는데, 그와 거의 동시적으로 한반도 남부의 삼한지방에도 한자가 전래된 것이 확실하다. 근대 부르주아 혁명을 계기로 민족이 형성된 서구와는 달리 한민족은 신라의 삼국통일을 계기로 민족을 형성했는데, 신라 삼국통일의 문자적 계기는 한자의 국자화(國字化)였다.

동아시아의 공통문자

오늘날 한국, 일본, 베트남은 미국으로부터 압도적인 문화적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화 맹아기인 고대에는 현재 미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문화적 영향보다 훨씬 큰 영향을 중국으로부터 받았다. 오늘날 이 민족들은 영문을 나라 문어로 채택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한문을 공통의 문어로 채택해 1000년이 훨씬 넘게 사용해왔다. 또 한국인이 지금 아무리 친미(親美)적이라고 해도 과거 스스로를 ‘소중화’로 자부한 것처럼 오늘날 스스로를 ‘소아메리카’로 자처하진 않는다.

한자는 고대 중국의 선진 문화와 더불어 동아시아 각국으로 전파돼 그 나라의 국자가 됐고, 동아시아 각국이 모두 한문을 자기 나라의 문어로 사용함으로써, 결국 동아시아의 공통국자(共通國字)로 자리매김했다. 한자는 그 천수백년 전부터, 당시 문자가 없던 한국, 일본, 베트남 등의 주변으로 전파돼 토착화했다.

서세동점이 거의 수습된 오늘날, 중국과 일본은 모두 한자를 상용하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대만, 홍콩, 싱가포르도 모두 한자를 상용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에도 한자와 중국어 열풍이 불고 있다. 베트남도 결국 한자를 부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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