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호

공중파, 소수의 미디어로 전락?

  • 류현정 / 전자신문 기자 dreamshot@etnews.co.kr

    입력2006-09-13 1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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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파, 소수의 미디어로 전락?
    오늘날 정보통신혁명은 급격하고 파괴적이다. 음반시장을 보자. 오디오 데이터 압축 파일방식 MP3가 등장한 후 10대들은 PC나 휴대전화로 듣고 싶은 곡만 검색해 다운로드하는 데 익숙하다. MP3 등장 10년 만에 우리 가요계는 올 상반기 단 두 명의 가수만이 10만장의 음반을 판매했다.

    스포츠신문업계는 또 어떤가. 포털사이트들이 첫 화면을 연예와 스포츠뉴스로 도배하면서 5대 스포츠신문은 금융위기 때보다 더 혹독한 불황에 빠져 있다.

    IT 신기술은 이제 운명의 화살을 공중파 방송에 겨누고 있다. 올초 미국 광고주협회가 마케팅 담당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TV 광고 효과가 줄었다는 응답자 비율이 무려 80%에 달했다. 퍼스널비디오레코더(PVR) 때문이다. VCR보다 프로그램 녹화 기능이 탁월한 덕분에 시청자들이 프로그램만 보고 광고는 보지 않아서다.

    방송국 편성표를 무의미하게 만든 것은 PVR뿐만이 아니다. KT의 ‘홈랜’,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 등 통신사가 인터넷을 활용해 드라마, 영화, 뉴스 등 각종 동영상 서비스에 나서면서 프로그램 방영 시간대라는 벽을 무너뜨렸다. IPTV(인터넷 TV) 서비스에 가입하고, 방송신호를 변환하는 셋톱박스를 TV와 연결하기만 하면 준비 끝. 녹화할 필요 없이 통신사 서버에 저장된 영화나 드라마를 원할 때마다 다운로드해 보면 된다.

    신종 기기들도 방송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슬링박스의 경우 방송을 수신하는 공간의 의미를 없애버렸다. 슬링박스는 집 TV에서 수신한 모든 방송을 인터넷 신호로 변환, 외부에 있는 PC로 중계해준다.



    EVDO·와이브로·HSDPA 등 무선망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니, 휴대전화만 터지면 계곡이나 해변에서도 방송을 즐길 수 있다. TV를 ‘안방극장’에 비유하는 것도 어색해질 날이 멀지 않았다.

    앞으로는 소수만이 TV를 실시간으로 볼 것이다. 조형기, 임예진 같은 올드 스타들이 공중파에서 다시 활약하고 방송사마다 사극이 활보하는 것은 공중파가 올드 미디어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공중파 3사가 ‘어느 방송사가 올림픽·월드컵 중계권을 싹쓸이’했고, ‘다른 방송사는 미국 메이저리그 독점권을 사느라 중계권료를 천정부지로 올렸다’고 헐뜯는 속사정도 마찬가지다. 공중파 방송사가 실시간 방송을 통해 광고 수익 극대화를 확실히 실현할 수 있는 장르는 대형 스포츠 경기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중계권 확보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히트 드라마 방영 시간이면 골목길을 한산하게 만들고 수도 계량기를 멈추게 했던 공중파의 위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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