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원 로비 중앙에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 소개 자료가 빼곡히 걸려 있고, 한켠에는 각종 국제중학교, 외국어고, 대학 국제학부 및 영문학부 등의 특별 전형, 특기자 전형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Q·A 방식으로 정리해 붙여놨다. 지난해 합격한 학원 선배들이 작성한 수기에는 “시험 점수는 지원자 대부분이 비슷하고…, 영문 에세이의 고득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더라”는 충고가 빠지지 않았다.
상담을 마친 한 40대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미국 사립고교 3학년인 자녀가 최근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 필수과목으로 포함된 영어 논술(에세이)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SAT가 우리 수능시험과는 영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필수 교재에 나오는 것 외우고, 문제를 계속 풀다보면 ‘끝’이 보이는 시험이라는 거죠. 그래서 SAT를 한 번도 치러보지 않은 한국 선생님들이 더 잘 가르친다는 말도 있잖아요. 아무튼 ‘멀티플(객관식)’은 시키면 다 되는데, 에세이는 정말 쉽지 않은가 봐요. 이 다음에 애플리케이션(원서접수) 때도 어차피 지도받아야 하니까 미리 선생님들과 호흡을 맞춰볼 필요도 있지요.”
이 학부모의 자녀는 지난 여름방학 때 귀국해 에세이 지도를 받고 갔고, 9월부터 올해 10월 시험 직전까지는 인터넷 카페와 e메일 등을 통해 원격지도를 받고 있다. 두 달치 온라인 에세이 과외비만 200만원. 일주일에 한 번씩 첨삭을 해주고, 글의 구조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는게 대부분이지만, 그는 “여기에서 배우고 점수가 오른 학생이 많아 기대가 크다”고 했다.
“미국 유학생이면 미국 학교 선생님들에게 배우는 게 낫지 않냐”고 물었더니, “‘마인드셋(mindset·사고방식)’에 차이가 있어서 한국 선생님들이 지도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아이들 얘기가, 그 쪽 선생님들은 때로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해서 답답하다고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자녀가 내년 초에 미국 대학에 지원할 예정이라 입학원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상담하러 왔다고 했다. 4개 학교를 기준으로 원서를 쓰는 게 기본인데, 학교별로 필요한 에세이와 자기소개서 등을 써주고 자질구레한 서류전형을 대행해주는 비용이 대개 1000만원부터라고 했다.
리더십 경험, 봉사활동 경험, 기본 가치관, 인생설계 등을 묻는 항목으로 이뤄진 에세이를 얼마나 잘 쓰느냐가 한국에서 논술시험을 잘보는 것보다 입시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A외고 유학반에서 SAT 2300점대(만점 2400점)를 받은 학생은 컬럼비아대 입시에서 떨어지고, 다른 학생은 1900점대를 받았으나 입학 에세이를 잘 써서 합격했다’는 식의 얘기를 학원가에선 귀가 따갑도록 들을 수 있다. 입학 에세이는 그만큼 중요한 데다 사전에 준비가 가능한 부분이어서 이름난 ‘에세이 튜터’들의 수입은 상상을 초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