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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 주역들의 ‘무용담’ 통해 본 12·12 그날 밤, 최규하의 진실

탁! 대통령 앞에 내려놓은 권총… 최규하, JP에게 “나 간밤에 아주 죽을 뻔했소”

  • 천금성 소설가, 전두환 전기작가

신군부 주역들의 ‘무용담’ 통해 본 12·12 그날 밤, 최규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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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 주역들의 ‘무용담’ 통해 본 12·12 그날 밤, 최규하의 진실

12·12 쿠데타가 끝나고 군 수뇌부 인사가 발표된 뒤인 1979년 12월14일, 쿠데타 지휘부와 행동대장들이 보안사 본부건물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중 보안사 간부 일부는 쿠데타계획을 모른 채 전두환 사령관의 지시에 따랐다. 앞줄 왼쪽부터 이상규 최세창 박희도 노태우 전두환 차규헌 유학성 황영시 김윤호 정호용 김기택. 둘째줄 왼쪽부터 박준병 이필섭 권정달 고명승 정도영 장기오 우국일 최예섭 조홍 송응섭 장세동 김택수. 셋째줄 왼쪽부터 남웅종 김호영 신윤희 최석립 심재국 허삼수 김진영 허화평 이상연 이차군 백운택.

그 자리에서 그는 전두환 장군이 대위 계급장을 달고 (5·16 직후) 중앙정보부에 재직하는 동안 남긴 것으로 보이는 한 장의 인사카드 복사본을 내밀었다. “우리는 동지 사이다. 이 양반의 전기(傳記)를 써보겠냐?”고 물었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닐 성싶어 필자는 이를 흔쾌히 수락하고 곧 전 장군의 성장과정을 역추적해 두어 달 후인 10월말 탈고하는 것으로 일을 끝냈다. 이때 이미 전 장군은 11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상태였고, 자신이 이끄는 내각으로 하여금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헌법을 새로 만들어 7년 임기의 12대 대통령을 중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이 12대 취임식 날짜에 맞추느라 필자의 책은 이듬해 2월에야 세상에 나왔다. ‘인간 전두환-창조와 초극의 길’이라는 부제가 붙은 ‘황강에서 북악까지’였다.

출간 직후, 책을 읽어본 이순자 여사가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허문도와 함께 필자를 불렀다. 고생은 많이 했는데, ‘각하’가 보안사령관으로 부임하는 대목에서 끝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는 말이었다. 이태 전 12월12일 밤중에 일어난 군부 내 충돌사건을 진압하는 자초지종을 알아야 그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고 이 여사는 말했다. “그날 각하는 불의와 패륜을 일삼은 무리와 목숨을 내걸고 대결해 항복을 받아냄으로써 풍전등화 꼴의 나라를 구해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이 여사는 허 비서관에게 “수도권 일원에는 당시 관련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리기 십상이니, 당장 작가가 그들을 만나게 해 중요한 이야기를 완결짓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때까지 12·12는 언급조차 꺼리던 허 비서관이었지만 영부인의 지엄한 분부를 물리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날부터 필자는 청와대 제1부속실 요원의 주선으로 관련자들을 차례차례 만났다. 처음에는 워낙 장군들의 서슬이 퍼래 공연히 주눅들곤 했지만, 조만간 생각이 바뀌었다. 한 장군은 대담을 마친 필자에게 느닷없이 “작가 선생, 각하를 만나시거든 전방은 저희들이 튼튼히 지키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말고 국정에나 전념하시라고, 바로 제가 말씀드리더라고 전해주십시오”라며 경례까지 붙이는 것이었다. 청와대의 전화 한 통이면 모든 것이 가능하던 시절이었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만난 관련자는 위로는 노태우 보안사령관에서 아래로는 제1공수특전여단 운전병에 이르기까지 200여 명에 달했다. 군사작전 같은 그들의 1979년 12월12일 행적을 받아쓴 노트만도 십수권이다. 이를 바탕으로 필자는 2년 동안 매달려 원고지 3000장에 달하는 ‘10·26, 12·12, 광주사태’를 탈고했다.



그러나 필자의 작업은 끝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원고를 읽어본 ‘고위층(당시 보안사 요원의 표현임)’이 출간을 불허한 때문이었다. 더욱이 필자는 ‘광주학살의 원흉’을 미화했다는 죄목으로 그간 쌓아올린 명성에마저 먹칠을 당해 잡지사나 출판사로부터 원고를 퇴짜맞는 등, 그 뒤로 10여 년간 단 한 편의 작품도 발표하지 못하는 ‘식물작가’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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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성 소설가, 전두환 전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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