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 adverb-hater는 엘모어 레오나드(Elmore Leonard)이다. 그가 쓴 수십 권의 범죄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레오나드가 2001년 7월16일자 ‘뉴욕타임스’에 쓴 ‘10 tricks for good writing(좋은 글쓰기 10가지 비법)’ 중 몇 가지를 추려봤다.
Never open a book with weather(날씨로 이야기를 시작하지 마라). Avoid prologues(사건의 발단을 쓰지 마라). Never use a verb other than “said” to carry dialogue(전달(傳達)문에 “말했다” 외에 다른 동사를 사용하지 마라). Never use an adverb to modify the verb “said”. To use an adverb this way is a mortal sin.(동사 “말했다”를 수식하는 부사를 사용하지 마라. 이런 식으로 부사를 사용하는 것은 큰 죄악이다.) Never use the words “suddenly”(“갑자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마라).
대표적인 ‘adverb-lover(부사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는 레모니 스니켓(Lemony Snicket)이라는 필명(pseudonym, pen name)으로 잘 알려진 유대계 미국인 동화작가 대니얼 핸들러(Daniel Handler)다. 아동서적 시리즈인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가 핸들러의 대표작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간한 ‘Entertainment Weekly’지가 선정한 ‘연예 오락 부문 가장 창조적인 인물 100인’ 중 한 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Reptile Room(파충류의 방)’은 72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0위권을 고수해 ‘해리 포터’ 이후 어린이를 가장 열광시키는 책으로 호평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핸들러가 ‘Adverbs(부사)’라는 간단한 제목의 성인 소설을 냈다. 이 소설은 이미 뉴욕의 영화·TV프로그램 제작사인 GreeneStreet Films에 팔렸다. 이 책은 ‘briefly(간단히)’ ‘madly(열광적으로)’ ‘deeply(교묘히)’ 같은 제목하에 여러 인물의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를 담은 컬렉션이다.
▼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으로서의 부사
부사가 군더더기로 사용된 경우가 많다. He was literally penniless when he went over to America.(그는 사실상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미국에 건너갔다.) The air in Seoul is arguably the dirtiest in Korea.(서울의 공기는 논쟁의 여지없이 한국에서 가장 오염되어 있다.)
반면 표어는 부사 하나로 완벽하게 의미를 전달한다. Swiftly(신속히), Through(철저히)!, Faithfully(충실히)! 등. 이 경우 부사(副詞)는 부(副)가 아니라 정(正)이다.
미국의 민주당은 2006년 중간선거 공식 구호(slogan)를 “Together, We Can Do Better”와 “Together, America Can Do Better”로 정했다. 전자는 Together with the people(국민과 함께하면)을, 후자는 Together with the democratic party(민주당과 함께하면)를 함축한다. 그런데 이 공식 구호보다 훨씬 빛을 발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Had Enough?”다. 이렇게 된 사정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enough의 용법을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