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호

난치성 코 질환

콧물, 가래 뚝! 비염, 축농증 날리는 ‘청비환’

  • 글·진행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도움말 : 평강한의원 이환용 원장www.dr-lee.co.kr·02-3481-1656

    입력2007-05-03 16: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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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치성 코 질환

    환자의 코 상태를 진단하는 평강한의원 이환용 원장.

    20여 년간 원인을 알 수 없는 비염 때문에 갖은 고생을 한 박귀옥(63)씨는 최근 휴지통을 껴안고 산다. 비염과 축농증이 기침을 동반한 만성 천식으로 번지면서 가래를 뱉느라 손자들 보기에도 영 체면이 말이 아니다. 천식이 심해지다보니 두통에도 시달린다. 그저 “괜찮겠지” 하고 치료를 미루다 증세가 악화돼 어지럼증으로 걸어 다니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박씨처럼 비염을 방치하면 천식이 되고 천식으로 인한 두통을 방치할 경우 어지럼증으로 발전한다. 또 심할 경우 만성 천식이 돼 폐기종, 기관지 확장증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동반함으로써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비염은 천식의 원인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은 항원과 염증 진행 과정이 매우 흡사해 흔히 ‘형제 질환’으로 불린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천식 환자의 최대 80%가 알레르기 비염을,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30%가 천식을 동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많은 환자가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이는 그냥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평강한의원 이환용 원장은 “코는 외부의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관문이므로 코에 이상이 생기면 인체의 자정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을 방치하면 인체의 면역기능이 저하돼 감기에 잘 걸린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은 소아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나, 요즘은 중·노년층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의 2003년 자료에 따르면 천식에 의한 사망률은 1998년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져 연간 5000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 중 중·노년층 사망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천식은 같은 유발물질(알레르겐)과 염증 과정을 갖고 있으며, 목과 코가 하나의 기도(One Way)로 연결돼 있어 알레르기 반응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천식 환자의 최대 80%가 알레르기 비염을,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30%가 천식을 앓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천식으로 발전할 확률도 정상인보다 3배 이상 높다. 또 천식 환자의 77%가 질환을 앓기 전 알레르기 비염을 경험했으나, 환자 대부분이 알레르기 비염이 천식으로 발전하는 징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박씨처럼 천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두 질환의 상호관계를 이해하면서 알레르기 비염을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 만성 코 질환의 원인인 알레르기 비염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알레르기 비염은 일반적으로 공기와 음식, 접촉에 의해 유발된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늘어나는 환경적인 원인으로는 대기가 갈수록 오염되고 각종 화학물질 등 알레르기 유발물질(알레르겐)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알레르기 원인물질로는 나무, 잔디, 쑥 같은 식물의 꽃가루나 곰팡이, 먼지, 집먼지진드기 등 미생물, 그리고 애완동물의 털이 대표적이다.

    비염, 축농증 치료하는 유근피

    또 바다가재, 우유, 달걀흰자, 옥수수, 복숭아, 초콜릿, 땅콩, 딸기, 건강식품, 식품첨가물, 방부제, 식용색소 같은 음식물과 찬 온도, 햇볕, 압박, 더위, 접촉, 방사선 등 물리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 발생에는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유전적인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부모 양쪽이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 경우, 자녀의 75%가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가족력에 크게 좌우되는 질환이다.

    알레르기 비염을 앓다보면 점액성 콧물이 만성이 돼 화농성 콧물이 되고 결국 부비강염(축농증)으로 발전한다. 이런 난치성 코 질환, 비염과 축농증을 10여 년간 치료해온 평강한의원 이환용 원장은 “한방에서는 오장 육부가 서로 연관돼 있다고 보기 때문에 코에 병이 생겼더라도 폐나 심장에 원인이 있으면 이를 정상화하는 것이 근본치료라 본다”며 “콧병 치료 초기엔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체질을 개선해 막힌 기운을 뚫어주는 데 중점을 둔다”고 설명한다. 이 원장은 난치성 코 질환만 연구해 한의계에서 ‘코 박사’라고 불리는 사람. 이 원장은 지난 7년여 간의 연구 끝에 알레르기성 비염과 축농증을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고 그 이름을 ‘청비환’이라고 붙였다.

    자연약초 박물관 ‘평강식물원’

    난치성 코 질환
    평강한의원 이환용 원장은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신정리 산정호수 인근에 한약재를 비롯한 희귀식물과 약초를 키우는 평강식물원(ww.peacelandkorea.com)을 운영하고 있다.
    7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 식물원에는 제주황기, 자생식물원엔 노루귀·복수초·삼백초·만병초·들쑥·두메양귀비·비로용담 등 300여 종의 약초와 희귀식물 4500여 종이 18만평의 부지에서 자라고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북단의 자연 생태 식물원으로 고산지역의 특이종 등 일상에서 보기 힘든 식물이 많다. 특히 이곳에서 자란 한약재를 살 수 있는 약초원이 있어 무농약, 유기농 한약재를 원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평강식물원에서 자라는 참느릅나무 뿌리는 알레르기성 비염과 축농증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을 위한 청비환의 재료가 되고 있다.
    이환용 원장은 “한의대에 진학하면서 길거리에서 볼 수 없고 책에서만 접할 수 있는 온갖 약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동산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약초를 학생들이 직접 관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오랜 시간 준비한 끝에 식물원을 열게 됐다”고 말한다.


    난치성 코 질환

    유근피를 주재료로 만들어진 평강한의원의 코 질환 치료제 청비환.

    청비환은 ‘코나무’로 불리는 유근피를 기본 약재로 해 살구씨, 목련꽃 봉오리, 수세미 등 20여 가지 약재를 첨가해 만든 녹두알 크기의 환약이다. 이 청비환을 사용할 경우 유근피 하나만으로 치료할 때보다 효능이 뛰어나며 맛이 거북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다. 청비환을 두 달 정도 복용하면 복잡한 치료과정 없이 고질적인 비염이나 축농증이 치료될 정도로 효과가 뛰어나며 한번 치료되면 재발하는 일이 드물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이 원장이 코 질환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대학시절 찾아왔다. 30여 년간 축농증으로 고생하던 이웃집 할머니가 ‘나무조각’ 하나를 가져와 같은 것을 구해달라고 부탁한 것. 이 원장은 “그 나무조각은 코나무로 불리는 유근피였는데, 그때부터 약재의 효능을 실감하고 청비환 개발에 몰두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 원장은 유근피의 치료 효과를 근거로 청비환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많은 비염, 축농증 환자의 증상을 개선시키고 있다.

    “예로부터 각종 코 질환에는 유근피를 사용했고, ‘본초강목’ ‘약성초’ 같은 전통 한의약서에도 유근피가 코에 좋지 않은 염증이나 담, 분비물을 없애는 데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염작용이 뛰어나 종창 약으로도 쓰였는데 날것으로 붙이거나 말린 것을 가루로 빻아 복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원장은 “청비환에는 유근피를 기본약재로 해 행인·신이화 등 20여 가지가 들어간다. 유근피에 다른 약재를 가감하면 증상 개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약효가 뛰어나더라도 100% 청비환에만 의존해 비염이나 축농증을 치료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 좋지 못한 환경을 개선하려는 환자의 자세와 노력이라는 것. 또 약을 복용해 증세가 호전되면 적절한 생활습관과 운동, 식이요법으로 꾸준하게 관리해야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원장은 “좋다고 소문난 약이라도 무작정 복용하기보다는 몸이 허약해 질환이 악화됐을 때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약만큼이나 개인 섭생이 중요

    예로부터 코 질환, 즉 비염이나 축농증은 찬 바람이 부는 계절에 크게 증가했지만 요즘은 계절에 상관없이 여름철에도 코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많다. 이 원장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조금 덥다고 차가운 음료수를 무절제하게 마시고, 에어컨 바람을 지나치게 많이 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비염이나 축농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냉동식품을 수시로 먹고 수영을 즐기며 여기에다 음주와 과로까지 겹친다면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힘들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결국 그런 환자는 아무리 약을 잘 써도 만성 질환으로 옮아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 원장은 “대부분의 만성 질병은 환자 스스로 그 병을 중시하지 않아 치료를 받지 않거나 포기해서 생긴다”면서 “좋은 치료제와 환자 스스로의 노력이 병행될 때만이 우수한 치료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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