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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소말리아 인질사태 무력 진압 검토 지시

국방부, 작전기획안 없이 “불가능” 의견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청와대, 소말리아 인질사태 무력 진압 검토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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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소말리아 인질사태 무력 진압 검토 지시

해적에게 풀려난 마부노 1, 2호의 한국인 선원들. 한석호 선장, 이송렬 총기관감독, 양칠태 기관장, 조문갑 기관장(왼쪽부터).

합참이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과 김장수 장관의 논리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한 전직 안보부처 당국자는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장관은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한다. 김 장관이 제시한 이유도 꼼꼼히 살펴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대목이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이 전직 당국자는 한 달 반이나 걸렸다는 보고서의 형식이나 내용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한다.

“합참이 작전구성안을 아예 작성하지 않았다면 이는 분명 비판받아야 할 소지가 있다. 애초에 청와대로부터 가능한 군사적 방안 검토를 지시받았으면, 일단 가능한 옵션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기획안을 만들어 보고하면서 이 작전방안에 이러저러한 애로사항이나 장애요소가 있다는 의견을 덧붙이는 것이 순서다. 반대로 이러저러한 전제조건이 해결되면 군사작전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내용 없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만을 제출하는 건 군답지 못한 방법이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 어느 나라든 군의 존재 이유는 가능한 군사적 옵션을 대통령에게 제시하고 그 장단점을 설명하는 것이다.”

국방부가 제시한 ‘불가능의 이유’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가 있다. 우선 소말리아 영해 침범 문제는 외교통상부 등 다른 부처가 고민할 부분이지 국방부나 합참이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또한 진압작전 개시와 동시에 소말리아 정부에 통보하고, 추후 반발이 예상되면 무상원조 약속 등으로 무마하는 다양한 ‘우회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작전 종료 이후까지 소말리아 정부가 끝내 납득하지 못한다 해도 해적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공통의 인식을 감안하면 크게 불거질 리는 없다는 게 외교부 산하 연구기관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지 정보가 부족하다는 문제는 이 지역에서 이미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과의 협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외교채널을 통해 협의하면 설득이 불가능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 특히 PSI(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 등 공해상에서의 공동행동에 힘을 쏟고 있는 미국의 형편상 완강하게 마다할 리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부노호가 해적들의 손을 벗어난 11월3일, 합참은 미 중부사령부의 협조를 받아 해적선의 항로를 봉쇄하고 있는 미 5함대에 뱃길을 터줄 것을 요청하는 등 24시간에 걸쳐 미국측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가동했다. 이에 따라 중부사령부는 바레인에 주둔 중인 5함대에 마부노호를 호위할 함정 1척을 급파하고 건강상태 점검과 유류, 식량을 제공하기도 했다.



합참과 국방부 공보담당자들은 이러한 소식을 출입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11월6일 ‘중앙일보’는 “해적과 테러집단에 비타협적 입장을 고수하는 미군이 우리 선박의 안전을 우선시해 즉각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은 것은 오랜 군사동맹 관계를 고려한 조치”라는 합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적에 비타협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미군이 한국의 진압작전 수립에 정보 등을 협조할 리 없다고 판단한 근거를 의아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원래 민간인 일에 안 나서려 해”

한편 지난해 동원호 납치사건 당시에도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국방부와 합참의 결론은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설명한 9월 하순의 마부노호 대책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직접 동원호 사건 때의 검토안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 특히 동원호 사건 때는 정부가 피랍선박의 위치 등을 파악하고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그러한 기본정보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국방부의 반대의견이 명확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미 군사당국의 협조를 받으면 어렵지 않았을 마부노호의 위치추적 작업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어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의 무성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프간 인질사태 당시에도 군의 움직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정부 일각에서 제시된 바 있다고 군 관계자들은 말한다. 당시 현지에 나가 있던 연락담당관과는 별도로 육군 특수전사령부 등의 장성급 관계자가 피랍지역 주변을 돌아보는 등의 방식으로 ‘한국이 무력사용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미를 내비치면 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였다. 언론에 사진이 찍히되 보도가 나오면 ‘부대 철수 준비를 위한 것이었다’고 부인하는 식으로 핑계 대기가 가능한 압박을 시도하자는 구체적 방법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도 공식적인 차원에서 끝내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파트에서 오래 일한 전직 고위 장성은 “군은 원래 민간인의 일에 잘 나서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전쟁 이외의 작전(MOOTW·Military Operation Other Than War)’을 매우 부담스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해적 문제만 해도 군 내부에서는 ‘해양경찰도 특공대를 운용하고 있으니 그쪽에서 담당해야 할 몫’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이 전직 장성은 말했다. 다만 그는 “군의 역할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니만큼 이러한 태도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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