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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외이사가 본 ‘삼성 사태’

“기업 생존 자구책 매도할 수 없으나 무리한 경영승계 작업은 오점”

  • 예종석 한양대 교수·경영학 yepok@hanmail.net

삼성 사외이사가 본 ‘삼성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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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지배구조 왜곡 vs 적대적 M·A 위협

삼성 사외이사가 본 ‘삼성 사태’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근거로 이건희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참여연대와 민변.

실제로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규모기업집단 소유지분구조에 대한 정보공개’를 보면 공정위가 지정한 62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43개 기업집단의 전체 지분 중 총수 일가의 지분 비중은 4.90%에 불과하다.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11개 가운데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의 경우 총수 일가의 지분 비중은 3.45%에 불과하다. 심지어 재벌그룹 계열사 10개 가운데 6개 이상은 총수 일가가 사실상 단 1주의 주식도 없이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43곳의 총수 일가는 평균 9.52%의 지분을 소유(소유지분율)하고 있으면서 40.80%의 의결권(의결지분율)을 확보, 행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지분율과 의결지분율의 차이인 소유지배 괴리도는 31.28%포인트, 두 지분율간 비율(의결권 승수)은 6.68배로 나타났다. 의결권 승수가 2배면 총수 일가가 실제 가진 지분의 2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유지배 괴리도와 의결권 승수가 클수록 소유지배구조의 왜곡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소유지배구조는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총수 일가의 지분 비중은 낮고, 계열사 간 순환출자가 심해 소유지배구조가 왜곡돼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또한 기업에 대한 총수 일가의 의결권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상장사들에 비해 훨씬 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나라의 경우 의결지분율이 소유지분율과 거의 일치한다.

삼성을 비판하는 이들은 삼성의 소유지배구조가 심하게 왜곡됐다고 지적한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고작 0.81%의 지분으로 제왕적 지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보유지분에 비해 엄청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통해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돈은 고객이 맡긴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권 강화나 보호 등에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14개 재벌 29개 금융·보험사가 86개 계열회사에 1조7567억원을 출자하고 있는 등 재벌은 여전히 금융계열사에 맡겨진 고객 돈을 쌈짓돈처럼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쓰고 있다.

삼성을 비판하는 이들은 삼성이 주장하는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M·A 위협론’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지배구조 개선 압력에 직면한 삼성이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협상카드 성격의 담론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삼성의 이 같은 ‘작업’ 때문에 자신들이 아무리 재벌규제 강화를 외쳐도 정치권은 물론 정부에서조차 공공연히 금산 분리나 출자총액제한 폐지가 거론되는 실정이라고 개탄한다. 또한 정부의 재벌정책이 이대로 계속되면 다음 정권에서 ‘삼성은행’이 탄생하고 다른 재벌들도 은행권에 진출함에 따라, 한국 경제가 산업과 금융을 함께 장악한 재벌에 의해 명운(命運)이 좌우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 견제 위한 규제’

재벌에 대한 규제, 나아가서 삼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측은 재벌이 잘돼야 수출이 잘되고 경제도 좋아지고, 재벌이 투자를 늘려야 고용도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산분리, 생명보험사 상장억제,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 방어방안 반대 등이 글로벌시대에 뒤떨어지는 정책이고 우리나라밖에 없는 제도라며 규제 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나 폐지를 요구한다. 그들은 “환상(環狀)형 순환출자를 끊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는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세계적으로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나라가 없는데 이것을 어찌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통박한다.

그들은 “재벌 총수가 5%밖에 안 되는 지분으로 40~50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세계적 대기업의 총수지분을 보면 대부분 그리 높지 않고, 오히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대기업이 한국 대기업보다 훨씬 복잡한 출자구조로 얽혀 있다”고 반박한다.

또한 지금 우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려면 대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도록 북돋워줘야 하기 때문에, 삼성공화국 운운하는 재벌 때리기는 경제에 마이너스가 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삼성전자가 한국에서는 우뚝 선 기업일지 몰라도 세계시장에서는 사면초가(四面楚歌)로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세계가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경제력 집중 운운하면서 규제를 하겠다는 공정위의 발상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은 심지어 삼성 때문에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정책이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을 견제하고, 삼성이 절대 권력으로 떠오를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필요한 규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 삼성이 없었다면 대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출자총액규제는 벌써 폐지됐을 거라는 얘기다. 삼성이 없었다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막는 금산분리 정책도 벌써 풀려 다른 나라들처럼 산업자본이 자유롭게 은행을 소유했을 것이고, 재벌의 20년 숙원사업인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도 벌써 해소됐을 것이며,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를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제도도 진작에 도입됐을 거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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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 한양대 교수·경영학 yep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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