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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점검, 호남 표심 & 호남 정치권

“노무현에 배신당한 전라도가 정동영한티 몰표 줄 것 같여?”

  • 조인직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cij1999@donga.com

막판 점검, 호남 표심 & 호남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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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점검, 호남 표심 & 호남 정치권

11월12일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와 정동영 대선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박상천 대표(오른쪽부터)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당 대 당 통합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11월10일 실시한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호남지역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그런대로 ‘호남 후보’로서의 체면치레는 했다고 할 수 있으나 수도권에서의 지지율은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

정동영 후보는 광주·전라(45.7%)에서 과반에 가까운 지지를 얻었으나 서울(10.3%)과 경기·인천(10.8%)에서는 범여권의 전통적 약세지역인 부산·울산·경남(9.1%)과 큰 차이가 없었다. 서울·경기에서 영남권 정도의 지지율밖에 얻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측은 아직은 ‘집토끼의 방황’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수도권 지지율의 저하는 정 후보가 ‘진보개혁세력’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수화한 20대가 별로 지지를 보내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정 후보는 이 여론조사에서 30대에서는 16.0%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20대에서는 8.6%에 그쳤다.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호남권에 원적을 둔 거주자가 3분의 1이라고는 하지만, 서울·경기에서는 이미 새로운 종류의 지역정서가 나타나는 징후도 엿볼 수 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한나라당의 텃밭이랄 수 있는 대구·경북(47.2%)보다 서울(47.5%)에서 오히려 조금 더 높았다. 경기·인천(45.1%) 역시 부산·울산·경남(43.7%)보다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호남과 수도권 표심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시작되고 있다고 표현한다. 기존 선거에서는 호남 표심의 향방에 따라 호남 출신 거주자 비율이 높은 서울 등 수도권의 표심이 따라가는 현상을 보였지만, 이번 대선만큼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특히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네 번의 대선에서 서울·경기에서는 한 번도 민정당,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 보수정당이 이긴 적이 없다. 전국 유권자 3700만명 중에서 수도권 두 지역에는 1600만명이 거주하기에 위력면에서 거의 절대적이다.



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도 이런 분석에 공감하는 듯하다. 그는 기자와 사석에서 만나 “지난해 지방선거 때부터 그런 현상이 감지됐다. 고향이 호남인 부모와 다르게 투표하는 2세들이 늘고 있고, 또 아예 수도권 호남 출신들의 성향이 그야말로 ‘실용’으로 바뀌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현 정권의 ‘세금폭탄’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고향이나 출신지와 상관없이 수도권 서민들이 과연 범여권 후보 쪽에 애정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예기치 못한 ‘엇박자 상황’은 범여권 전략기획통들에게도 적지 않은 당혹감을 주고 있다. 전통적인 집표(集票) 공식이 어긋나고, 선거구도 역시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조짐을 보임에 따라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강래, 이광재 의원 등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호남 표 결집과 이에 따른 수도권 동조화로 인해 누가 후보가 되든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면 후보 지지율은 최소 25%대에서 시작할 것이고, 컨벤션 효과로 인한 ‘플러스 5%’도 노려볼 수 있다고 호언하곤 했다. 그러나 ‘본전’이라던 25%는 역설적으로 정동영 후보를 기준으로 보면 아직 한 번도 찍어보지 못한 고지(高地)인 셈이다.

한나라당의 ‘10%+α’ 방정식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무소속으로 출마함에 따라 한나라당은 최악의 경우 ‘전통적 지지층’이던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서 표가 갈라질 공산이 커졌다. 다소 역설적이긴 하지만, 이명박 후보가 다자구도 속에서도 40%대를 유지하려면 이념적으로는 중도, 연령대로는 20·30대, 지역으로 보자면 호남에서 지금보다 표가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한나라당 선거 전략가들의 속내다.

이명박 후보는 11월 하순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지율 12~17%를 기록하고 있다. 한때 30%를 웃돈 것에 비하면 ‘거품이 빠진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이미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까지 진행된 마당이라 더는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호남 지역의 경제 살리기 여론이 이명박 후보에 대한 기대로 전이돼 있는 측면이 있고, 상대적으로 이명박 후보가 이 지역의 비토 정서가 강한 ‘정통 한나라당’ 출신이 아니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이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고 난 뒤 호남 지역의 한나라당 지지율도 후보 지지율과 큰 차이 없이 15%대를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노무현식 진보개혁주의’에 지친 호남 지역 내 50대 이상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표심도 관건이다. 대선 한 달여를 앞두고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본부의 체육·청소년분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초빙된 김주훈 전 조선대 총장은 공개석상에서 “대학 행정을 책임졌던 내가 본의 아니게 이런 자리를 맡게 된 것은 정권교체의 시급성 때문이다.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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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직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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