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스포츠카 전통을 이어오는 브랜드답게 포르셰는 시동장치가 핸들 왼쪽에 있다. 시동을 켜는 동시에 기어를 움직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박 부사장이 속도감을 즐기려고 박스터를 구입한 건 아니다. 고도의 자동차공학이 내재된 날렵한 디자인이 그야말로 거대한 예술작품에 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내달릴 때보다 덮개를 열어젖힌 채 한적한 국도를 부드럽게 달리며 햇빛과 바람, 자연이 내뿜는 향을 그대로 흡수할 때 가장 빛이 난다고 한다.
“바이올린을 고르듯 빈티지 카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피아노를 고르듯 기능과 성능을 중시해 최신 차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후자에 가깝지만, 포르셰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고성능 최신 차를 계속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한 브랜드예요. 한마디로 크로스오버인 셈인데, 디자인과 기능이 우수하면서 운전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카죠.”
박 부사장은 2000년에 1억여 원을 주고 박스터를 구입했다. 포르셰 자동차 중에선 대중적인 모델이라는데 그래도 적잖은 금액이다. 거금을 들여 쟁취한 사랑,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흡족해지는 매력적인 차지만, 아무래도 실용성 면에선 떨어진다. 그래서 평소엔 국산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박스터는 주말에 운전하는 맛을 느끼기 위해 경기도 포천, 강원도 철원 등지로 몰고 나가는 세컨드 자동차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마련하는 수단을 이토록 애지중지할 수 있는 건 ‘세컨드’인 데다 따로 ‘통장’을 만들어놓고 오래도록 간절히 원했기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