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호

‘세계 부와 경제를 지배하는 3개의 축’

우리식으로 세계 읽기

  •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 vision2010@sknetworks.co.kr

    입력2008-02-04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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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부와 경제를 지배하는 3개의 축’

    ‘세계 부와 경제를 지배하는 3개의 축’: 조명진 지음, 새로운 제안, 312쪽, 1만3000원

    수세기 동안 ‘계몽’과 ‘진보’의 힘을 믿고 살아온 인류에게 21세기는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로 다가와 있다. 끝없이 발전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은 과학기술은 환경 문제라는 복병을 만났고, 근현대의 가장 큰 성과라 할 보편성과 객관성의 가치는 다원화되고 변화무쌍한 사회 흐름 속에서 힘을 잃은 지 오래다.

    우리가 맞닥뜨린 이 대전환기를 제대로 읽어내고 미래를 명쾌하게 전망하고 싶지만, 우리가 분석하고 전망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세계는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보다 근본적인 성찰과 핵심적인 지평의 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국의 특수상황과 전략

    서점에 나가보면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근본적이고 전 인류적인 전망을 갈구하는 우리의 자화상을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이나 자기계발서보다 더 잘 팔리는 경제경영서와, 대학생 필독서로 꼽히는 미래학 서적 목록을 보고 있자면 개인의 성공과 행복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세계 경제와 국제 전망에 대한 공부가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 흐름과 전망에 관해서는 세계적 석학들의 훌륭한 저서들을 통해서도 해소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서양 학자들의 서양 중심적인 분석과 전망만 넘쳐나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세계의 경제나 정치를 들여다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과 전략을 논한 책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다룬 책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아쉬움을 단번에 해소하면서 놀라운 통찰력으로 세계의 움직임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는 책이 바로 ‘세계 부와 경제를 지배하는 3개의 축’이다. 저자 조명진 박사가 세계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식을 바탕으로 오늘날 급변하는 세계 권력의 흐름을 경제·정치·안보·외교 등 종합적 관점에서 빼어나게 분석, 전망한 책으로 한국인이 쓴 획기적인 세계 전망서이자 미래 예측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조명진 박사는 유럽연합 집행이사회(European Commission)의 안보전문역을 맡고 있으며, 안보컨설팅 전문회사인 독일 아디아컨설턴시 주식회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간 스웨덴국방연구소, 본국제군축센터, 독일국제안보연구원에서 방위산업분석가와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다층적인 경험과 연구 결과들이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자료와 함께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경제학자의 시각에 안보전문가로서의 실무경험이 더해져 한 차원 높은 곳에서 세계를 조망한다.

    이해타산적 제3의 축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3개의 축’이란, 냉전체제 종식 후 계속된 미국 주도의 세계 주도권 체제를 지나 3개의 중심축으로 세력이 재편되는 ‘경제 3극체제’에서의 3개 축을 가리킨다.

    제1의 축은 근대사를 주도해온 미국과 유럽으로 대표되는 서구 세계를 말하는데, 우월한 경제력을 앞세워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주체로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종교적·역사적 이유와 더불어 빌더버그 그룹(현재 유럽 및 세계 정·재계의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를 이어온 대(大)자본가와 경영주 집단)의 영향력 등의 이유로 미국과 EU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같은 범주에 넣어 하나의 축으로 설명한다.

    제2의 축은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부존자원을 앞세워 신흥 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랍 지역을 주축으로 한 이슬람 세계인데, 서방 기독교 문화와 종교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현재는 이슬람 내부가 사분오열된 상태이지만, 아랍민족주의로 강력하게 통합하여 결집력을 발휘한다면 그 국제적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제3의 축은 제1, 2의 축에 속하지 않는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집합으로, 오로지 경제논리로만 움직이는 이해 타산적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제3의 축은 이슬람권과 기독교권의 갈등과 대립을 적절히 이용해 자국의 경제적 실리(實利)를 추구하며 인적 자원과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통해 새로운 주도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탈(脫)종교적 실용주의 진영’인 제3의 축에 속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세계 경제를 3개의 축으로 분석한 것은 과거 양극체제 시절에 ‘제3세계’의 등장을 이야기한 것만큼 획기적인 발상이다. 기존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분석이나, 서양과 동양을 대립적으로 보는 이분법적 분석 모두 서양 중심적 분석의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국제 주도권 쟁탈을 둘러싼 새로운 각축전의 양상을 분석하는 데 치우침이나 모자람 없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세계 경제 세력을 다루고 있다. 또한 ‘3개의 축’은 이데올로기와 같은 한 가지 기준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세계 종교와 경제, 안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분류한 것이라 세계 주도권 체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명료한 인식을 가능케 한다.

    문학과 예술을 아는 민족

    3극체제 속에서 제3의 축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국가적 역량을 갖추고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세계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지혜롭게 준비, 대처해야 한다. 저자는 독자에게 세계의 움직임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는 동시에 우리가 3극체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래 국가 경영과 미래 기업 경영을 위한 조언뿐만 아니라 미래 자기 경영을 위한 조언까지 해주는데, ‘문학과 예술을 아는 민족만이 창의적인 문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미래 국가 경영을 위한 조언은 매우 현실적이다. 역점을 두어야 하는 국제 관계부터 시작해서 주요 행정부처별 대비방안, 정부개혁 사안들, 제2의 외환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 국부(國富) 증식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 정부가 정치, 경제, 안보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립적 실용주의’ 노선을 선택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2008년 새롭게 들어설 새 정권의 주요 인사들도 읽어보면 유익할 것으로 보인다.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세계인이 뉴스 화면을 보면서 경악했지만, 이 사건이 세계 경제·안보·종교 문제가 얽히고설킨, 세계를 움직이는 세력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것을 분석하고, 이것이 세계 중심 세력의 이합집산을 예고하는 서막이 되리라 전망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세계 곳곳의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통찰력 있는 전망이나 균형 잡힌 시각은 오히려 접하기 어렵다. 단순한 볼거리로만 다루어지는 해외 뉴스나 단편적으로 기술된 신문 국제면 기사 속에서 행간 이면의 국제 역학 관계를 파악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3개의 축’을 읽고 나면 세계 각 축의 경제, 종교, 안보, 문화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면서 국제 관계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불확실성 시대의 통찰력

    우리식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있어야 국제 경쟁 및 협력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다. 이 책은 서양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한국적 주체성을 바탕에 둔 명확한 세계관을 갖는 데 뚜렷한 기준이 되어주는 책이다.

    예리한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통찰력을 갖춘 이 책을 통해 개인은 미래에 대한 올바른 비전을 갖게 될 것이고, 기업인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고 현명하게 기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정치인들은 국제 정치·경제의 역학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국정 운영의 올바른 방향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는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21세기 세계 사회에 대한 균형 잡힌 통찰, 세계의 움직임을 읽고 전망하는 힘, 이것이 이 책의 존재 이유이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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