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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와 말(馬)

한민족이 말고기 안 먹고 말 무덤 만든 까닭은?

  • 최 홍 작가 doksuri-ch@hanmail.net

우리 문화와 말(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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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마대와 마진산성

우리 문화와 말(馬)

고종의 장례식에 등장한 죽안마(竹鞍馬). 죽안마는 영혼을 하늘로 봉송하기 위한 인조말을 말한다.

임진왜란 때는 말이 전투에 직접 기여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도 오산 독산성의 세마대(洗馬臺) 전투다.

해상의 이순신 장군과 쌍벽을 이루며 육상 전투를 승리로 이끈 권율 장군은 충남 금산의 이치령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후 북상해 오산의 독산성에 포진했다. 이미 한양으로 진군한 왜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우키다 히데이에를 총사령관으로 하는 왜군은 독산성 아래에 진을 치고 유인책과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아군이 끄떡하지 않자 급기야 성 아래쪽을 포위했다. 산성이 조그만데다 고지대여서 식수가 금방 동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왜군의 판단은 적중해 아군은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으나, 권율 장군은 이에 굴하지 않고 계책을 생각해냈다. 왜군이 보이는 곳에 말들을 끌어다 놓고 말 잔등 위로 쌀을 끼얹게 한 다음, 마치 털에 묻은 물을 털어주듯 솔가지로 말 잔등을 쓸어주게 했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말을 씻겨주는 것처럼 보였다.

성 안에 물이 떨어질 때만을 기다리던 왜군은 식수가 남아돌아 말까지 목욕시키는 광경으로 보고 허탈해져 철수하고 말았다. 아군은 철수하는 적의 후미를 공격해 수많은 왜군을 척살하는 큰 전과를 올렸다.



마상과 동제(洞祭)

마진산성(馬鎭山城)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에 있던 조선시대 산성이다. 임진왜란 때 경기도 방어사와 이천부사를 지냈던 변응성 장군의 전적지로 알려져 있는데, 마진은 말로 진을 쳤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떻게 진을 쳤는지 구체적인 기록은 남아 있는 게 없다. 다만 아군의 군사행렬이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말들로 하여금 산성 주변을 계속 맴돌게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 지역은 왜군의 제2북상로, 즉 상주-충주-여주-양평을 거쳐 한양 동부에 이르는 길목이어서 산성은 왜군의 진로를 차단하는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었다. 현재도 군부대가 주둔해 있다. 산성 남쪽에 마뜰(‘말들’, 또는 ‘말의 들’에서 비롯된 듯)이란 지명이 있는 것이나, 마진이라는 명칭을 보면 말이 어떤 식으로든 전투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의병들을 모아 번뜩이는 지혜와 유격전으로 왜군에게 치명타를 가했던 홍의장군 곽재우는 말꼬리에 벌통을 매달아 적진으로 내달리게 해 적들을 큰 혼란에 빠뜨려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기도 했다. 경남 창녕군 남지읍에 있는 말무덤산(馬墳山)은 이 말들을 장사 지낸 무덤이 있는 산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처럼 임진왜란 당시 말은 전투에 크게 기여했다. 공정하게 평가하고 보상에 인색하지 않은 선조들이기에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어 말고기를 선호하던 풍속이 사라진 게 아니었을까.

대표적인 민간신앙이던 서낭당은 지금도 산간 오지나 해안, 섬 등에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주로 궁벽한 곳에 서낭당이 남아 있는 것은 조선시대 유교문화의 영향이 덜 미친 탓도 있겠지만, 근본으론 자연재해에 대한 관념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탓일 것이다.

당집은 마을을 수호하고 재난을 방지해 마을의 평안과 무병(無病)을 기원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현재도 일부 지역에서는 당집을 중심으로 정월대보름에 동제(洞祭)를 지내는데, 당집 안에 신체(神體)로 말을 모셔놓은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쇠나 흙, 자기(瓷器) 등으로 만든 조그만 말들을 단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동해안에서는 인조 말 대신 마신도(馬神圖)라 하여 백마를 그린 그림을 모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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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홍 작가 doksuri-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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