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호

바른병원 정제태 원장의 ‘척추수술 후 통증’ 해소법

‘경막외강 신경박리술’로 원인 모를 요통, 저림 훌훌 ~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8-02-06 1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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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병원 정제태 원장의 ‘척추수술 후 통증’ 해소법
    30년째 농사일을 해온 최인수(51·경남 고성)씨는 1년 전 서울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 수술을 받았다.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아도 허리 통증과 다리의 땅기고 저린 증상이 가시지 않고 대증적인 치료를 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 수술 후 최씨의 허리와 다리 통증은 많이 완화돼 일을 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었다. 그러다 몇 달 전 왼쪽 허리와 엉덩이 부위에 쿡쿡 쑤시는 통증이 다시 나타나더니 점차 허벅지와 종아리까지 땅기기 시작했다.

    최씨는 수술받은 병원을 다시 찾았다. MRI(자기공명영상장치) 촬영을 해도 이렇다 할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다. 병원에선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상황을 지켜본 후 재수술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다. 하지만 치료를 해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더 심해져 나중엔 걷기조차 힘들어졌다. 남은 선택은 재수술뿐. 하지만 최씨는 수술을 다시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재수술을 해도 통증이 사라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고향으로 내려와 민간요법에 의지하며 통증을 다스렸다.

    최씨의 이런 사연을 접한 그의 당숙이 경남 진주시 칠암동의 바른병원(www. barundung.com)을 찾아가보라고 권했다. 고성 인근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당숙도 척추수술 후 계속 통증에 시달렸고, 수소문 끝에 바른병원을 찾아 효과를 봤던 것. 최씨는 그날로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통증의 원인이 경막외강 유착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30분 남짓 간단한 치료를 받은 후 통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수술 후 통증 원인은 ‘경막외강 유착’

    바른병원 정제태 원장은 “척추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대개 수술이 실패한 때문이라고 여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요인으로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가 더 많다”며 근육 손상과 인대 약화를 그 예로 들었다. 척추수술 후 통증증후군의 원인을 찾을 때 근육 손상은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대목이다. 피부와 근육에 직접 메스를 대거나 메스나 다른 수술도구를 이용한 수술일 경우 근육 손상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



    그래도 이 경우에는 운동으로 근육을 강화해주면 상태가 한결 좋아진다. 운동을 충분히 했는데도 통증이 수그러들지 않을 때는 인대 약화를 의심해봐야 한다. 정 원장은 “대개 디스크(척추의 각 뼈 사이에서 쿠션 기능을 하는 물렁뼈)가 망가질 정도라면 주변 인대도 아주 약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수술 후 나타나는 통증 중 인대강화 주사를 놓으면 해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약해진 인대에 주사로 삼투압이 높은 물질을 주입하면 퇴화한 인대 세포가 죽으면서 그 자리에 새로운 세포가 자라고, 이 세포가 활성화하면서 인대가 재생하면 다시 건강한 인대가 만들어져 통증이 사라지는 원리다.

    30분 치료로 통증 없애

    바른병원 정제태 원장의 ‘척추수술 후 통증’ 해소법

    카테터를 이용해 경막외강 신경박리술을 시행하는 바른병원 정제태 원장.

    수술 부위의 염증과 흉터도 수술 후 통증의 주된 원인이 된다. 수술 후 척수에 난 상처가 아물면서 생긴 염증 물질이나 흉터 조직이 민감한 신경 조직을 자극해 통증을 일으키는 것. 정 원장은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보면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 수술 뒤 척추 신경 주위에 생긴 염증이나 흉터가 신경을 건드려 통증이 계속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술 부위의 섬유화 현상으로 인해 신경 주위 조직에 생긴 ‘경막외강 유착’은 척추수술 뒤 지속되는 통증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경막외강은 척수를 둘러싼 보호막인 경막과 척추관 사이의 좁은 공간을 말한다. 이 부위에 피부층이나 장기, 신경 등이 들러붙어서 생긴 흉터가 척추 신경을 압박해 묵직한 통증을 유발한다.

    예전에는 이러한 통증을 치료하는 게 쉽지 않았다. 재수술을 해도 낫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짧은 시간 안에 간단하게 해결하는 치료법이 등장했다. 바로 ‘경막외강 신경박리술’이 그것이다. 이 치료법은 특수 카테터(catheter·신경을 손상하지 않도록 스프링 장치가 내장된 가늘고 긴 튜브)를 이용해 유착 부위를 제거함으로써 통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 미국 텍사스대 의대 통증센터 가보벨라 라츠 교수가 개발한 이 치료법은 현재까지 5000여 건의 시술 사례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았다고 한다.

    경막외강 신경박리술의 치료 과정은 간단하다. 방사선 영상장치를 보면서 주삿바늘을 통해 지름 2㎜, 길이 40∼50㎝의 카테터를 통증의 원인이 되는 유착 부위에 고정시킨다. 그 후 염증을 완화시키는 신경 이완제(리도카인) 희석액이나 척수와 척추관의 유착을 분리하는 히알우로니다제 분해 효소, 삼투압 원리를 이용해 척추관 내 염증 물질이 배출되도록 유도하는 고농도의 식염수 등을 3회에 걸쳐 경막외강에 주입시켜 염증을 없애고 흉터를 제거하면 치료가 끝난다.

    이 치료법의 핵심 기술은 카테터다. 이는 비좁은 공간에서도 이동이 자유롭고, 치료 부위까지 정확하게 약물을 도달시킨다. 유착 부위를 원활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손잡이가 달려 있을뿐더러 카테터의 끝 부위도 시술자의 의도대로 휘어지게 설계돼 있어 원하는 위치에서 쉽고 정확하게 환부를 제거할 수 있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는 것도 이 치료법의 장점. 꼬리뼈 부위에 국소마취만 해도 되기 때문에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의사와 환자의 대화도 가능하다. 그만큼 편안한 상태에서 환자가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시술 시간은 30분 정도. 특별한 사후 관리가 필요치 않아 수술 후 2시간 정도만 안정을 취하면 일상에 바로 복귀할 수 있다.

    수술 없이 각종 척추질환 치료

    이 치료법은 수술 치료를 대신하기도 한다. 급성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 등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약물로 신경다발을 압박하는 부위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염증 유발 물질을 차단함으로써 수술 부담을 덜게 할 수 있다. 또한 이 치료술은 신경근육이 빠져나가는 통로인 신경공이 좁아지면서 생기는 신경공 협착증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경막외강으로 카테터를 넣은 후 좁아진 디스크 간격을 벌려줌으로써 신경 구멍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MRI를 찍어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허리 통증과 간, 폐, 혈압 등의 문제로 척추 수술이 힘든 경우에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만성 척추통증 같은 난치성 만성 요통일지라도 며칠 내에 통증이 가라앉는 등 치료 효과가 빠른 것도 특징이다.

    정 원장은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 압박골절 후 통증도 이 치료법을 활용하면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수술을 줄일 뿐 아니라 수술 후에 계속되거나 재발하는 요통을 해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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