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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박경철의 증시 뒷담화 2

증권가 ‘사(詐)짜’와 ‘타(打)짜’의 세계

없는 ‘비급’ 만들어 떠벌리는 사짜, 1% 틈새 파고드는 무림고수 타짜

  • 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증권가 ‘사(詐)짜’와 ‘타(打)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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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사(詐)짜’와 ‘타(打)짜’의 세계

경마 승률조작 사건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게 있다. 바로 경마 예상지다.

이쯤에서 이분들께 도발적인 질문을 한번 던져보자.

“왜 당신들은 스스로 투자해서 재벌이 될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도 쥐꼬리만한 월급이나 받으면서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는가?”

이제 질문을 던졌으니, 답도 한번 찾아보자. 국가가 공인한 모든 도박(마사회는 경마가 도박이 아니라고 강변하겠지만)에는 정해진 수익률이 있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바다 이야기’조차 승률은 48%에 가깝다. 이론상 100만원을 투자하면 52만원 정도 잃는다는 얘긴데, 사실 그 정도라면 게임이지 도박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확률 차이가 반복되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도박을 할까. 이론적으로는 동전을 던지면 앞이나 뒤가 나올 확률이 50%인데 그보다 못한 도박을 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99%의 재능과 1%의 운

답은 ‘동전 던지기는 100% 운이므로 내가 개입할 여지가 없지만, 도박은 스스로 개입 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박의 ‘시장지배력’은 개입의 정도와 일치한다. 우리네 어린 시절 도박 등용문이던 ‘짤짤이’도 마찬가지다. 아이들도 코 묻은 동전을 들고 도박을 하면서 단순히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나 뒷면만이 나오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느새 ‘홀짝’으로, 다시 ‘삼치기’로 발전한다. 후자로 갈수록 개입의 정도가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입의 정도가 클수록 우열이 확연하게 가려진다. 상대의 수를 어느 정도 읽거나, 심지어는 남의 눈을 속여서 동전 하나 정도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고수가 된다. 아이들도 이런 고수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래도 한다.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세계엔 이런 동전 따먹기 같은 게임은 없다. 그것이 동전을 거래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할 수만 있다면 돌멩이로도 도박을 할 것이다. 홀짝게임에 1억원을 건다면 그것도 엄청나게 큰 도박판이 될 수 있지만, 그 손쉬운 방법 대신 마작이나 훌라, 포커로 이동한다. 왜냐하면 동전 던지기에서 내가 개입할 수 있는 범위는 고작 ‘손장난’뿐이기 때문이다. 동전 던지기에서 다른 사람의 수를 읽는 능력은 아무 소용이 없다. 돈을 거는 사람이 생각을 하지 않고 스스로 동전을 던져서 거기서 나오는 결과대로 돈을 걸면 승부는 온전히 확률의 영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즉 손동작의 숙련도밖에는 개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좀 더 복잡한 게임들에선 사정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서서히 능력의 차이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때 능력의 차이는 대개 태생적이다. 많은 사람이 포커를 열심히 치면 누구나 ‘도신(賭神)’이 될 수 있으리라 믿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카드와 마작, 화투 등의 경우엔 태생적으로 그것을 잘할 수 있는 재능을 보유한 사람이 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재능, 노래를 잘하는 재능, 춤을 잘 추는 재능이 보통사람의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듯 이런 도박에서도 재능의 차이는 점점 벌어진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그 사실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황영조가 울진 바닷가를 달린 끝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너도나도 한강변을 달리면 죄다 올림픽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데 유독 도박에서는 ‘1%의 재능과 99%의 노력’이라는 ‘천재론’을 신봉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박에 빠져든다. 도박에서 이들이 패퇴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99%의 재능과 1%의 운’이라는 도박의 진리를 모르는 데 있다.

그래서 국가가 공인하는 도박들은 대개 개인의 능력에 따른 편차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경마나 경륜, 경정, 심지어 슬롯머신이나 블랙잭까지도 대신 뛰는 말이나, 대신 달리는 자전거 혹은 카드를 나눠주는 딜러가 있다. 다시 말해 확률의 부분에 대해 개인의 차이가 작용하지 않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도박은 ‘99%의 재능’ 부분이 사라지고 공평한 것처럼 보인다. 강원랜드만 해도 승률이 49%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강원랜드에서 무수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것은 바로 그 1%의 손실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결국 강원랜드에서 최소한 비기기라도 할 수 있는 확률은 ‘1%의 노력’이 최대한 발휘된 경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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