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싸늘한 12월 아침. 인천공항 대한항공 제1화물터미널에 들어서자 요란한 기계음이 귀보다 가슴을 먼저 때린다. 가로 420m, 세로 130m, 높이 19.22m 총 5만460㎡의 광대한 규모.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아보니 사방 끝이 까마득하다. 차근히 터미널을 둘러보자 여기저기 흩어진 짐짝들이며 난생 처음 보는 투박한 기계들이 눈에 들어온다.
“조심하세요!”
기계음보다 더 날카로운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뒤를 돌아보니 정체 모를 노란 차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비키셔야죠.”
버티고 선 건 그 차가 아니라 기자였다. 잿빛 판타지를 만난 듯 터미널의 생경한 풍경에 흥분해 불청객 신분을 잠시 잊은 터였다.
가만 보니 터미널의 활기는 그 뿔 달린 노란 차들이 주도하고 있다. ‘쌩쌩’ 바람을 가르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 정교하고도 민첩한 운전술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화물을 들어서 옮기는 ‘토미룩(Tomiruc)’입니다. 아래에 달린 뾰족한 부분으로 짐을 들어 올리죠. 모두 83대가 있는데, 터미널 내 공기오염을 막기 위해 전기로 충전합니다.”
26년 베테랑의 회상
대한항공 운송지원팀 곽승훈 차장의 설명이다. 이 거대한 회색 공장에서 인천공항 화물의 50%가 들어오고 나간다.
화물터미널을 방문하려면 먼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을 거쳐야 한다. 목적지가 바다 건너 어딘가가 아닌 불과 10분 거리의 화물터미널이라고 생각하니 이날만은 공항이 애틋하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어디론가 떠나려는 사람들에 대한 시샘이 마음을 스친다.
여권 없이 여객터미널을 통과해 보안구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출입허가증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측의 도움으로 출입허가증을 받아들고 내부용 게이트에 들어섰다. 여행객들로 왁자한 바로 옆 일반 게이트와 달리 보안검색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썰렁하기 짝이 없다. 신분증과 허가증을 제시한 뒤 엑스레이 보안검색 절차를 받은 뒤에야 보안구역에 발을 내디딘다. 유니폼을 입은 여객터미널의 상주 직원들도 똑같은 절차를 거쳐 게이트로 들어간다.
“매일 이곳을 드나드는 직원들도 보안절차를 철저히 거쳐야 합니다. 법적으로 이곳을 통과하면 국외로 나온 셈이거든요. 예전에는 ‘아는 얼굴인데 뭘 그러냐’는 말이 통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테러 문제 등으로 인해 공항 내 보안의식이 높아진 거죠.”
함께 검색을 받으며 대한항공 최형찬 대리가 설명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