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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삼 사망 계기로 본 한국 프로복싱 현주소

“파이트머니 1라운드 10만원꼴, 세계 챔프도 생계 때문에 타이틀 반납”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최요삼 사망 계기로 본 한국 프로복싱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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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삼 사망 계기로 본 한국 프로복싱 현주소

홍수환

권투인들은 최요삼이 쓰러진 뒤 순천향병원을 거쳐 현대아산병원에 입원한 사이 2주일간 여기서 머물다시피 했다. 이들은 챔피언에 대한 응급처치가 늦어져 숨졌다고 주장하며 한국권투위원회(KBC)에 건강보호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선수 출신 권투인들은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권투인협회를 결성하고 홍수환씨를 회장으로 추대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린 프로복싱이 이렇게 쇠락한 데 대해 개탄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프로복싱을 중흥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어떤 조문객은 소주를 마셔 불콰해진 얼굴로 “요즘 K1이니 프라이드니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복싱이 최고여”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는 문상(問喪)을 갔다가 심야시간을 이용해서 권투인들을 만나 한국 프로복싱의 어제, 오늘, 내일에 대해 들었다. 기자는 청년 시절에 대원체육관, 동아체육관 등 명문 복싱체육관에서 복싱을 수련한 적이 있어 인터뷰 때 이들과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국민 영웅’ 홍수환의 회한



조문객 가운데 홍수환(58) 한국권투인협회 회장은 단연 돋보였다. 여러 조문객이 그를 깍듯이 대했다. 그는 동심원의 중심에 선 듯했다. 하기야 전성기인 1970년대에 ‘국민 영웅’이었으니….

그는 197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WBA 밴텀급 세계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아놀드 테일러를 누르고 왕좌에 앉았다. 이듬해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멕시코의 강타자 알폰소 사모라에게 4회 KO패하며 타이틀을 뺏겨 “한물갔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1977년 11월26일 파나마에서 열린 WBA 주니어페더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그는 ‘신화’를 창조한다. ‘지옥에서 온 악마’라는 별명을 가진 헥토르 카라스키야는 11전 전적을 모두 KO승으로 장식한 돌주먹답게 2회전에 홍수환을 난타, 4번이나 다운시켰다. 패색이 짙은 홍수환이 전세를 역전시키리라고는 누구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3회 들어 카라스키야의 턱에 카운터 펀치를 적중시켰고 휘청거리는 상대방에게 속사포 펀치를 퍼부어 통쾌한 역전 KO승을 거두었다.

1998년 프로골퍼 박세리가 LPGA 경기에서 연못 옆에 떨어진 공을 치기 위해 양말을 벗고 물에 발을 담그며 환상적인 샷을 날린 순간과 홍수환의 그 KO승은 한국 스포츠 역사상 쌍벽을 이루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아닐까.

신수가 훤해 보이는 그와 병원 로비 의자에 나란히 앉아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앞을 지나가는 복싱계 후배들이 그에게 끊임없이 인사를 했다. 그는 여전히 카리스마와 열정을 지닌 듯하다. 눈매에도 힘이 실려 있다.

▼ 장례 준비하느라 힘들었겠습니다.

“우리 권투인들이 기꺼이 감수해야지요. 최요삼 선수의 희생으로 권투인들이 단결하는 계기가 됐어요.”

▼ 복싱이 외견상으로는 위험하지만 실제로는 승마, 카레이싱, 행글라이딩 등 다른 스포츠보다 덜 위험하다는 통계를 봤는데요. 경험상 어떻습니까.

“단련된 선수끼리 경기를 벌이면 별로 위험하지 않아요. 응급 상황이 생기면 신속히 대처하면 됩니다. 펀치를 맞고 다운되면 잠시 정신을 잃을 뿐이지 대부분의 경우 큰 지장은 없어요. 물론 평소 수련하지 않은 일반인이 불의의 주먹을 맞으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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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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