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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자녀, 행복의 관계를 묻는다

‘노 키드(No Kid)’ ‘맞벌이의 함정’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인류의 미래사’

  •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결혼, 자녀, 행복의 관계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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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가정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이 부부가 모두 직장에 다니는 맞벌이라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맞벌이를 하면 가정의 경제력은 두 배가 돼야 한다. 하나의 봉급은 생활비로 충당하고 두 번째 봉급은 저축을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오히려 맞벌이 부부의 저축은 감소한다. 왜 그럴까? 이들이 버는 만큼 놀고 먹고 명품을 구입하며 과소비를 했기 때문인가? 아니다. 각 가정은 더 벌어들인 소득을 미래에 투자했다. 바로 자녀를 위한 좋은 학군 내 주택이다. 아이를 더 좋은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더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더 안전하고 교육환경이 더 좋은 곳을 찾아 아낌없이 돈을 썼다.

덕분에 평균적인 맞벌이 가정은 한 세대 전에 혼자 벌던 가정보다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했다. 모기지 대금, 자동차 할부금, 세금, 건강보험료, 보육비…. 이렇게 지급하고 나면 맞벌이 가정이 한 세대 전 단일소득 가정보다 재량적 소득(세금, 할부금, 자녀교육비 등 가정의 고정경비를 제외한 나머지 소득)이 작아졌고, 만약을 대비한 저축도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다시 엄마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간단치 않다. 이미 맞벌이 부부들이 중산층 생활을 유지하는 비용을 올려놓았기 때문에, 엄마가 전업주부로 남으려면 대신 괜찮은 공립학교와 유치원, 건강보험, 대학학위 등을 포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녀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꿈도 날아간다. 한마디로 돈은 다 어디에 쓰였는가? 사랑하는 자녀들이 최선의 상태로 인생을 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쓰였다.

‘맞벌이의 함정’의 저자가 중산층 가정이 재정파탄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제시한 방법 중 하나가 ‘자녀 안 갖기 해법’이다. 자녀가 없으면 커다란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 자녀를 갖지 않기로 결심하는 순간 파산할 확률은 66%나 줄어든다.

파산 원치 않으면 낳지 마라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대니얼 길버트는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김영사, 2006)에서 행복에 대한 착시현상을 짚어냈다. 그가 지적한 인간의 ‘반복되는 실수’ 중 하나가 부모가 되는 일을 행복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흔히 ‘자녀’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요람에 누워 있는 아이의 볼에 얼굴을 문지르는 것, 잔디밭을 가로지르며 뒤뚱뒤뚱 걷는 사랑스러운 모습, 대학을 졸업하고 멋진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 사탕 하나에 좋아라 안기는 예쁜 손자 손녀들…. 하지만 자녀를 둔 사람들의 실제 만족도는 매우 낮다. 부부는 대개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만족도가 떨어지다가 자녀가 집을 떠날 때쯤 되면 처음에 그들이 누렸던 만족도를 회복한다. ‘빈둥지 증후군’은커녕 자녀가 없으면 나날이 웃음이 늘어난다니 놀랄 일이다. 게다가 이런 만족도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드디어 자녀양육에서 해방된 뒤 여성들은 웃음을 되찾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이들이 행복의 원천이라고 믿으며 기꺼이 고생길을 선택할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 다음 세대에까지 그런 신념을 전파한다. 왜 그럴까? 만약 자녀 양육을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자녀를 갖지 않게 된다면 몇십년 뒤 그 사회는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미래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준 것이 미래학자 W. 워런 와거가 쓴 ‘인류의 미래사: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교양인, 2006)이다.

이 책에서 와거는 2110년경 세계 인구 성장률이 제로 상태에 이르며 2130년경에는 37억명 수준으로 줄어들어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세계가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 인구증가를 억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등장으로 가족의 개념 자체가 희미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즉 성차별이 완전히 사라지고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40, 50대가 될 때까지 부모가 되는 것을 자꾸 미루다가 아예 낳지 않는 부부가 늘어난다. 설령 낳더라도 양육을 전문 보육센터에서 하기 때문에 하나의 사회 단위로서 가족의 유용성은 점차 줄어든다. 이혼율이 늘다 보니 처음부터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만 하거나 성관계는 갖더라도 함께 살지 않는 커플이 늘어난다. 이쯤 되면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상상하기도 싫은 결과인가?

새삼 1970년대식 산아제한 운동을 하려는 게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의 위험을 부인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자녀를 갖는다는 것은 많은 책임을 수반한다. 우리는 과연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나의 이기심 때문에 자녀를 키우는 것은 아닌가. 때로는 ‘자녀가 행복을 불러온다’는 통념을 뒤집어볼 필요가 있다.

신동아 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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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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