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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신비 서린 중국 윈난성(雲南省) 기행

高山淸水에서 만끽하는 느림의 미학

  •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차마고도 신비 서린 중국 윈난성(雲南省)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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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신비 서린 중국 윈난성(雲南省) 기행

리장 구시가에서 민속춤을 추는 나시족 여인들(왼쪽 위). 개울가에는 식당과 카페가 진을 치고 있다. 오른쪽은 한때 궁궐이던 목부의 내부.

목부 건물의 뒤편에는 리장 고성을 조망할 수 있는 5층 목탑인 만고루가 우뚝 서 있다. 그 위에 올라 아래를 굽어보자 납작한 2층 기와집들이 고성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날씨가 화창해서 그런지 저 멀리 눈 덮인 위룽쉐산이 모두 보인다.

고성에는 개울이 많아 다리도 많다. 흔히 리장을 일러 ‘다리의 도시’라 부르는 것도 과장이 아니다. 다리 하나마다 고유의 이름이 붙어 있고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겉으로 보기에 조그맣고 낡은 나무다리들인데 예사롭지 않다. 어떤 나무다리는 리장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세월 사람들을 왕래시켜줬다고 한다. 다리들은 실용성에 아름다움까지 갖췄다. 중세 유럽의 다리가 아름답다 하나 리장처럼 친근하면서 아름다운 다리를 보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스케치북을 펴든 학생들이 그런 다리가 잘 보이는 곳에 터를 잡고 그림을 그린다. 솜씨는 아직 서툴지만 열성만큼은 대단하다. 저쪽 다리 옆에선 서양 여인이 바윗돌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다. 한가로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 자체로 한 폭의 풍경화다. 사람들이 리장을 일러 ‘고원의 쑤저우’ ‘동방의 베니스’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이곳에 개울이 흐르지 않는다면 무엇이라 했을까.

1000년 넘은 모계사회

점심때를 조금 넘긴 시각, 리장의 많은 다리 중 하나인 완쯔차오(萬子橋)를 지났다. 좁은 길을 따라 나아가자 작은 카페가 보였다. 운치 있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안으로 들어갔다.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는데,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주인이라고 했다. 그의 이름이 특이하게도 완쯔(萬子)였다. 청두(成都)에 살다가 최근 이곳에 왔다는데, 40만위안(약 5600만원)의 거금을 주고 이 카페를 빌려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집의 식사와 커피, 그리고 서양식과 중국식이 퓨전을 이룬 특이한 분위기가 내 취향에 딱 맞아 이후에도 두어 차례 더 찾았다.



골목 군데군데에는 기념품을 펼쳐놓은 좌판과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다. 밤이 되자 중국풍의 홍등과 오색찬란한 네온사인에 불이 켜진다. 가게 안은 때를 만난 듯 영어와 일본어를 해대는 사람들로 들끓는다. 그날은 마침 보름날이라 골목길에서도 둥근 달이 훤히 보인다. 그때 문득 ‘한(閒)’자를 떠올렸다. 열린 문틈 사이로 달이 보인다는 뜻. 이 얼마나 한가로운가! 노대(露臺)에서 보는 달은 방안 문틈으로 보는 그것과는 또 다른 운치가 있다. 그 차이가 바로 한가로움, 여유로움을 가르는 잣대가 될 터. 하늘의 둥근 달과 가게 처마에 걸린 홍등은 보색 대비의 묘한 조화를 이루며 조우한다.

작은 개울을 지나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道法自然(도는 자연을 따른다)’이란 글씨가 길게 내걸린 가게가 눈에 띄어 안으로 들어갔다. 40대의 서예가는 후난(湖南)성 출신이라 했고 글씨를 배우는 학생은 나시족 처녀들이었다. 리장의 총인구 28만 중 57%가 나시족이라는데, 나시족이 이곳에 뿌리내린 건 약 2000년 전이라 한다. 그들은 송나라 시대에 이르러 동바(東巴) 문화를 찬란하게 꽃피웠다. 동바 문화의 유적지답게 소박한 건축양식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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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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