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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過半의 경고장’ 받은 이명박 정권 4개월 진단

국정철학 ‘실용(實用) ’, 그대들이 먼저 실천해 보여라!

  • 전진우 언론인 youngji@donga.com

‘過半의 경고장’ 받은 이명박 정권 4개월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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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후 지난 4개월 동안 이명박 정권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영어몰입교육 파동, 인사 파동, 친이 내분 파동, 친박 파동…그야말로 ‘파동’의 연속이었다. 우여곡절 끝의 한나라당 총선 과반. 위기의 근원은 국정철학과 실천의 부재에 있다. 국민은 이명박 정권이 내세우는 ‘실용(實用)’이 무슨 뜻인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 말과 행위가 따로따로이기 때문이다.
‘過半의 경고장’ 받은 이명박 정권 4개월 진단
이명박 대통령은 4·9 총선 결과와 관련해 “역시 국민이 정치보다 앞서가고 있으며, 국민을 낮은 자세로 섬겨야 한다는 점을 새삼 절감했다. 겸허한 자세로 열심히 일하자”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정치보다 앞선 국민’은 과반(過半) 의석을 만들어준 국민이다. 이는 대통령으로서 의례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다. ‘섬겨야 할 대상으로서의 국민’ 또한 말하기에도 좋고 듣기에도 좋은 말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153석 과반’의 함의는 대통령의 말하기 좋고 듣기 좋은 수사(修辭)를 거부한다. ‘정치보다 앞선 국민’은 오히려 대통령에게 ‘과반의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경고장의 요지는 이럴 것이다. ‘출범한 지 달포밖에 안 된 새 정부가 초장부터 흔들려서는 안 되겠기에 밀어준 것이지, 그동안 잘해서 밀어준 건 아니오. 그러니 국민보다 앞서가지는 못할망정 더는 실망시키지 마시오. 앞으로 우리를 어떻게 섬기는지 지켜보겠소.’

“잘 해서 밀어준 건 아니오”

너무 야박한가? 천만에, 후한 평가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46%. 절반이 넘게 투표하지 않은 선거에서 절반 이하의 득표율(전체 유권자의 4분의 1 이하)로 과반을 차지했으니 한나라당은 ‘표의 과(過)대표성’을 누리는 셈이다. 이는 한나라당의 정당투표 득표율이 37%대에 머문 것에서도 입증된다.

비록 46%의 투표였지만 민심은 녹록지 않았다. 집권 여당에 과반의석을 줬지만 독주는 허용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 내용이 ‘보수 2대(對) 진보 1’의 판도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여당 내 박근혜계와 야당의 이중 견제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황금분할’이 될 수도 있고, 최악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그림을 그려내느냐는 결국 이 대통령에게 달렸다.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을 끌어들여 여당 의석을 안정 과반수로 만들면 될 거라고 쉽게 생각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떨어뜨린 탈당파들을 무조건 복당시키는 것은 강재섭 대표의 말마따나 표심(票心)에 어긋나는 것이고, 그들이 한나라당에 돌아온다고 지난날이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어차피 ‘박근혜의 존재’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면 그들이 바깥에 있든 안으로 들어오든 근본적으로 변할 것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원칙과 정도(正道)로 가는 편이 낫다. 길게 보아 그것이 민심을 얻는 길이다. ‘수(數)의 정치’는 마스터카드가 아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만성적인 분점 정부, 즉 행정 권력은 대통령이 갖고 의회권력은 야당이 지배하는 대립구도를 보여왔다. 1987년 체제가 내포한 정치의 불안정성은 5년 단임제의 구조적 문제로 부각됐고, 이로부터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같이 시작해서 함께 끝나게 조정하자는 ‘원 포인트 개헌론’이 제시됐다.

그러나 개헌 논의에 따르는 여야의 정략적 접근 및 개헌 시점의 문제, 여론의 분열이 뒤엉키면서 유야무야되곤 했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를 10개월 남짓 남겨놓은 2012년 4월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2010년의 지방선거를 포함하면 임기 내 세 번의 큰 선거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선거로 시작해서 선거로 끝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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