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한일 북한전문가 긴급 좌담

“北 도발에 무대응하는 게 최선의 전략일 수도”

한일 북한전문가 긴급 좌담

2/8
한일 북한전문가 긴급 좌담

<b>朴斗鎭</b> 1941년 일본 오사카 출생. 1962년 일본 내 조총련계인 조선대학교를 졸업하고 1968~75년 같은 대학에서 정치경제학부 교수를 지냈다. 조총련 활동을 통해 북한체제의 모순을 세밀하게 관찰해온 그는 1970년대 후반 사상전향 후 김일성·김정일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현재 일본의 북한전문가 집단에서 북한 및 조총련 문제와 관련, 가장 정확한 분석을 내놓는 인물로 꼽힌다

이건 추측이지만, 북한 통일전선부에 숙청이 있었다는 둥 최근 북한 내부 소식도 그동안 대남정세를 너무 달콤하게만 분석한 게 아니냐 하는 반성이 그 배경에 있다고 봅니다. 제가 한때 조총련에 몸담았기 때문에 잘 아는데, 저쪽 조직은 어찌 됐건 윗사람(김정일)이 좋아할 만한 보고만 올립니다. 그러니까 남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장군님, 괜찮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나서봤자 우리가 다뤄나갈 수 있습니다’는 식으로 보고를 올리지 않았겠느냐, 그런데 나중에 가만히 보니까 이건 햇볕정책의 계승이 아니지 않으냐, 이렇게 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손 선생 말씀대로 지난 10년간 고생해서 구축한 구도가 무너지게 되거든요. 그간 북한의 전략이 미국과 한국, 미국과 일본, 일본과 한국 사이를 깨고 분열시키는 것이 기본이었는데, 북한은 아직 달라진 상황에 대한 대응책이 없어요. 내가 특히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북한은 남한의 민심(民心)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측근들도 우리가 협박하면 달라지겠지, 단순히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번 총선 결과를 보세요. 민심은 이제 햇볕정책 그만하자는 것 아닙니까.

2002년에 고이즈미 전 총리가 평양에 갔습니다. 그때 김정일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사과하면 북·일 국교정상화가 이뤄지고 100억달러의 돈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해서 사과를 했거든요. 그런데 김정일이 몰랐던 것은, 바로 그 사과가 일본의 민심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았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김정일 자신이 민심을 만들지만, 민주국가는 대중이 민심을 만드니까. 김정일의 오산이 이번에도 되풀이되는 것 아닌가 싶어요.

‘평화세금 내놔라’ 공갈

사회 지금이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의 과오를 바로잡고 판을 새롭게 구성할 기회라는 말씀인데, 그렇다면 현 시점의 북한이라는 상대를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 짚어봐야 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손광주 각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지난 10년간 북한의 대남전략을 보충 설명하는 역사적 사례로서, 10~11세기 잉글랜드의 소위 데인겔트(Danegeld)라는 ‘평화세금’을 들 수 있습니다. 데인(Dane)은 덴마크, 겔트(geld)는 돈(gold)이라는 뜻인데요. 당시 덴마크 주변 해역과 발틱해 쪽의 바이킹들이 잉글랜드 해안을 계속 침략해 식량과 젊은 여성들을 약탈하면서 생존했습니다. 그런 약탈이 일상화하니까 나중에 잉글랜드는 바이킹들에게 “전쟁을 하면 너희도 피해를 보지 않느냐, 그러니 우리가 세금을 거둬서 너희에게 줄 테니까 전쟁하지 말자”고 제의했습니다. 그것이 ‘이상한 평화세금’의 역사적 사례로 인용되는 데인겔트입니다.

2006년 5·31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북한 선전당국이 무슨 논리를 내놓았느냐 하면, ‘우리의 선군(先軍)정치가 남한을 미국의 위협과 전쟁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있으니 남한이 안전하게 경제활동을 해서 돈을 벌고 있다. 그러니 평화를 위해 우리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거예요. 한마디로 ‘데인겔트’를 내라는 소리예요. 2006년 남한에 온 권민웅(내각 참사)도 그와 비슷한 소리를 했고, 바로 얼마 전인 4월2일에도 6·15 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장인 안경호가 그런 소리를 했습니다. 안경호는 오래된 대남 전문가인데, “IMF 외환위기 때 한국에서 외국자본이 확 빠져나가지 않았느냐. 한반도에 평화가 깨지면 외국투자를 잃는다. 우리가 그런 일로부터 한국을 지켜주니까 돈을 내라”는 겁니다. 최근 북한의 대남, 대미관계가 복잡해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아주 단순하게 압축하면 북한이 남한 길들이기를 통해 ‘한반도 평화유지의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으니, 남한은 대북지원을 계속하면서 평화유지(?)에 기여해라’는 소리입니다.

박두진 앞서도 얘기가 나왔듯이 햇볕정책은 전제가 틀렸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 정부는 햇볕정책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끈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결과는 어땠습니까. 무언가 시장경제의 단서가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게 됐나요? 사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한 것은 남북 경제협력이 아니라 중조(中朝) 국경무역입니다. 북한 청소년들이 즐겨 본다는 남한의 드라마 CD도 휴전선이 아니라 중·조 국경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2/8
목록 닫기

한일 북한전문가 긴급 좌담

댓글 창 닫기

2023/04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