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도 아일랜드와 영국 출신이 대다수다. IRA 단원인 퍼거스 역의 스티븐 레아가 아일랜드 출신이고, IRA의 여자 조직원으로 나오는 주드 역의 미란다 리처드슨은 영국 배우다.
영화의 핵심 배역인 여장 동성애자 딜을 연기한 제이 데이비슨은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어릴 때부터 영국에서 자랐다. 제이 데이비슨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나 수상하지는 못했다. 1994년 영화 ‘스타게이트(Stargate)’에서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라(Ra)’역으로 또 한 번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으나 그 뒤로는 영화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않았다
IRA를 다룬 또 하나의 명화 ‘아버지의 이름으로’와 함께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영국과 아일랜드의 역사와 정치적 관계를 알아야 한다. 17세기 이후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던 아일랜드가 1922년 독립하자 뿌리 깊은 종교문제가 전면에 대두됐다. 개신교도가 수적으로 많은 북아일랜드 6개 주가 가톨릭 주도의 아일랜드공화국 신정부를 거부하고 영연방에 잔류함으로써 분란이 시작된 것이다. 영국이 무력으로 북아일랜드 지역의 통치를 기정사실화하자 아일랜드계 과격조직인 IRA가 1969년부터 영국에 대한 테러활동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1969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다행히 꾸준한 노력이 결실을 보면서 1998년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가 중재한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의 결과로 북아일랜드 강경 개신교도 정당인 민주연합당과 가톨릭 원주민 정당인 신페인당은 화합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마침내 2005년에 IRA가 무장해제를 선언했으며, 2007년에는 공동 자치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최근 RIRA(Real Irish Republican Army)와 같은 강경 반정부 테러 조직이 부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개구리와 전갈 이야기
영화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파견 나와 있던 영국군 흑인병사 조디(포레스트 휘태커 분)가 주드의 미인계에 넘어가 IRA 일당에게 납치되면서 시작된다. 조디를 납치한 일당은 영국 정부에 감옥에 갇혀 있는 IRA 간부들을 사흘 안에 풀어주지 않으면 조디를 처형하겠다고 통고한다. 영화의 주인공 퍼거스는 IRA의 일원으로서 조디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천성이 여린 퍼거스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죽을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조디에게 동정심과 함께 인간적인 정을 느낀다. 서로 어느 정도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자 조디는 퍼거스에게 자신의 여자 친구 딜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기가 죽거든 딜을 찾아가 자기의 사랑을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이 말을 들은 퍼거스는 감시병인 자신에게 굳이 그런 부탁을 하는 이유를 되묻는다. 그러자 조디가 개구리와 전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에 개구리와 전갈이 살고 있었어. 어느 날 전갈이 강을 건너고 싶은데 자신은 수영을 할 수가 없었지. 마침 개구리가 옆에 있어 자기를 등에 태워 개울을 건너게 해달라고 부탁했어. 그러자 개구리는 전갈이 자기를 쏠까 두렵다고 말했지. 전갈은 그러면 둘 다 강에 빠져 죽는데 그렇게 하겠느냐고 반문했어. 개구리는 전갈의 논리를 받아들여 전갈을 태우고 출발했지. 그런데 강 중간에서 전갈이 그만 개구리 등을 독침으로 찌르고 만 거야. 개구리는 둘 다 죽게 되는 어리석음을 저지른 전갈에게 기가 막혀 했어. 그러자 전갈이 대답했지. “어쩔 수 없어. 그게 나의 천성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