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호

박준영 전남지사 딸 교수 임용 논란

한글논문 번역한 영어발표문도 연구실적으로 제출 vs 영어논문은 참고만, 한글논문만 실적평가(호남대)

  • 한상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

    입력2010-06-24 15:4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논문 4편에 실적 370%” 주장했던 호남대, 검증 시작되자 “하여간 200%는 넘겼다”
    • “박인혜씨 등위 안에 없었다. 제출논문 중 한 편만 전공과 일치”(심사위원 A씨)
    • “전임교원 안 뽑은 걸로 알고 있었다. 박씨 초빙교수 아니었나?”(심사위원 A씨)
    • 호남대, “국가대표 출신 프로골퍼, 영어실력 갖춘 젊은 교수 필요했다”
    • 박씨, “번역논문 맞다. 연구실적 평가는 호남대가 대답할 사항”
    • 국무총리실, 전남도경 동시 내사 착수 “전남도와 호남대 관계 보고 있다”
    박준영 전남지사 딸 교수 임용 논란

    박준영 전남지사의 둘째 딸 인혜씨가 호남대 골프학과 교수에 임용된 이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없음. 호남대학교 전경(오른쪽).

    6·2 지방선거에서 전남도지사에 당선되며 3선 도지사가 된 박준영(64) 지사의 둘째 딸 인혜(31)씨는 지난 3월2일 호남대 체육과학부 골프학전공 전임교원(교수)이 됐다. 현재 이화여대 체육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박씨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소속 프로골퍼다. 1998~99년에는 2년간 대한골프협회 국가대표(상비군)로도 활동한 바 있다. 2000년 프로로 전향한 이후 2005년까지 각종 대회에 참가했다. 서문여고(서울 서초구 소재), 이화여대를 졸업한 박씨는 2008년부터 한양대, 이화여대, 경기대 등에서 강사로도 활동했다. 박씨를 교수로 채용한 호남대는 학교법인 성인학원(이사장 박기인)이 설립, 1979년 개교한 광주·호남지역의 명문 사학으로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노무현 정부)이 2008년부터 총장을 맡고 있다.

    프로선수 활동 초기 박씨는 골프실력만큼이나 정치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프로 전향 직후인 2000년에는 이런 보도도 있었다.

    “미사일드림투어(여자골프 2부투어) 2차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박인혜(21·이화여대 3년).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프로테스트를 통과해 프로골퍼의 길을 걷게 된 그녀는 박준영 청와대 공보수석의 세 딸 중 둘째다. … 박인혜는 지난 5월 미사일드림투어 1차전에서 프로로서 첫 샷을 날렸다. 여기서 16위에 올라 상금 56만3333원을 손에 쥐었고 첫 월급이나 마찬가지인 이 돈으로 아버지에게 넥타이를 사드렸다. 남북정상회담차 북한에 간 박준영 수석이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문을 발표할 때 맨 넥타이가 바로 그녀의 선물. 물론 모든 사람의 관심이야 다른 데 있었지만 어쨌든 딸의 마음은 무척 뿌듯했다. 박준영 수석이 중앙일보 미국특파원 시절 연습장에 따라갔다 골프채를 처음 잡은 박인혜는 어릴 때부터 수영과 기계체조를 즐기는 등 운동에 소질을 보였다.”(2000년 7월12일자 매일경제)

    박씨 교수 임용되자 탄원서 돌아

    박씨가 호남대 교수로 임용된 사실이 알려진 직후 호남대 주변에선 작은 소란이 일었다. 골프학과 학생과 학부모 일부가 학교와 재단 측에 탄원서를 보내는 일도 벌어졌다. 탄원서에는 주로 초빙교수 자격으로 호남대 골프학과에서 5년간 강의해온 이율(52) 전 교수의 재임용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전 교수는 박씨가 전임교원이 된 직후 호남대로부터 재위촉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났다. 호남대 골프학과 학생과 학부모 25명이 서명한 탄원서(2010년 2월)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자제분이 이율 전 교수보다 탁월하고 전인적인 교육의 방침이 확고한 교수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됩니다. 만약, 위에서 소문으로 들은 이유로 이율 전 교수가 재임용되지 않았다면 이것은 도무지 묵과할 수 없고, 나아가 교육이 정치적인 도구로 전락되어 귀 학교에 우리 아들, 딸들을 계속 맡겨야 하는지에 대해 불안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탄원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호남대 측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신동아’에 전했다.

    “이율 전 교수는 2005년 본교에서 골프학 전공을 신설할 당시 비전임 교원으로 초빙돼 1년 단위로 재위촉돼온 초빙교수입니다. 이율 전 교수가 재위촉되지 못한 것은 골프학 전공을 학부체제에서 골프학과 체제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대학의 방침에 따라, 능력있고 책임감있는 전임교수 선발을 통해 학과를 특성화하고자 한 때문입니다. 2010년 2월8일자 탄원서와 관련하여 탄원인 측의 주장대로 이율 전 교수가 재위촉되지 않은 이유는, 학교방침인 2010년 1학기 전임교원 채용계획에 의거 더 이상 초빙교원을 임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율 전 교수를 포함하여 26명의 겸·초빙교수에게 2010년 1학기에 재위촉되지 못함을 서면(교무 - 1104 호 2010.1.25)으로 통보한 바 있습니다.”

    “영어논문도 쓴 재원”

    그렇다면 박씨의 교수 채용 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일까. ‘신동아’는 박인혜 교수 임용과 관련된 이런저런 의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4월 초부터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탄원서의 주인공인 이율 전 초빙교수, 탄원서에 서명한 호남대 학생 등을 차례로 접촉해 그들의 주장을 들었다. 박씨의 경력에 대한 검증, 연구실적 등 자격조건에 대한 검증도 취재 대상이었다. 호남대는 ‘신동아’의 계속된 요청을 받아들여 5월3일 박씨가 호남대에 지원할 당시 제출한 각종 서류를 호남대 교무처 관계자들이 참관한 가운데 공개했다. ‘신동아’는 취재내용을 바탕으로 호남대에 4월8일과 5월10일, 두 번에 걸쳐 질의서를 보냈고 답을 받았다. 박준영 지사 측에도 질의서(4월8일)를 보내 박씨의 교수 채용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박 지사 측은 “교수 채용 과정에 대한 문제는 박 지사와는 무관하며 호남대가 답변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5월9일에는 박인혜씨와 전화인터뷰를 했고, 교수 채용에 참여한 심사위원들과도 여러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호남대는 지난해 11월 초 교수모집 공고를 냈다. 당시 호남대가 공고한 골프학과 전임교원의 지원자격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석사학위 이상의 학력

    ▲연구실적물은 최근 3년 이내(2006년 11월~2009년 11월) 발표된 것으로 200% 이상이어야 하며, 해당전공분야의 저서(통·번역서), 논문(학술대회 발표논문 제외)을 말함. 단 석사 및 박사학위 논문은 위 인정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음.

    지원 자격과 관련, 호남대 측은 “모집 공고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골프 실기 가능자를 뽑을 계획이었다”라는 입장도 전했다.

    지난해 11월18일까지 지원자를 모집한 결과, 호남대 골프학과에는 총 8명의 지원자가 서류를 제출했다. 심사에는 총 3명(호남대 교수 2명, 외부 심사위원 1명)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들과 호남대 측에 따르면 서류 심사과정을 거쳐 2명의 지원자가 최종면접에 올랐다.

    당시 지원자 중 한 사람이었던 박씨는 호남대에 제출한 지원서류의 연구실적 항목에 총 4편의 논문을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2편은 한글 논문(석사논문 포함)이었고 2편은 영어 논문(모두 발표문)이었다. 다음은 박씨가 제출한 논문의 목록.

    1. ‘대학골프선수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학교생활과 진로결정’ (이화여대 석사학위 논문, 2007년 2월)

    2. ‘한국 대학생의 스포츠외교에 대한 인식조사’ (경기대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스포츠외교전문가과정 제2기 연구논문집, 2008년)

    3. ‘The Study of College Golf Player?s School Life and Professional Plan’ (Proceedings, Universiade Bangkok 2007 FISU Conference, 2007.)

    4. ‘Study on the Understanding of Sports diplomacy among the University Students in Korea’ (Proceedings, IOA Postgraduate Session, 2009.)

    호남대는 4월13일 ‘신동아’에 보낸 1차 서면답변서를 통해 박씨의 연구실적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알려왔다. 다음은 호남대가 보내온 답변서 내용 중 일부.

    “심사 결과 박인혜 교수는 연구실적이 370%인 데다 국가대표 선수경력 등 실기실적도 우수하여 임용자로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초빙교수였던) 이율 전 교수는 연구 실적이 전무해 전임교원 기본자격에 부적합하여 탈락처리 되었던 것입니다. 이율 전 교수는 연구실적이 0%로 우수학술논문은 물론 석사학위 논문도 없어, 전임교원의 기본적인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연구실적이 370%라는 호남대 측의 입장과 관련, 호남대 교무처의 한 관계자는 5월3일 호남대 교무처장실에서 기자와 만나 “박인혜씨가 제출한 논문은 총 4편이었다. 그중 공저자가 있는 FISU(국제대학스포츠연맹·International University Sports Federation) 컨퍼런스 발표논문이 70%, 나머지 공저자가 없는 단독 논문은 100%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호남대 교무처의 또 다른 관계자는 “체육학계에서 영어로 논문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박 교수를 적임자로 판단했다. 젊다는 것도 선발과정에서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자기논문 번역해 만든 발표문

    그러나 ‘신동아’가 확인한 결과, 박씨가 연구실적으로 제출한 영어논문 2편은 모두 본인이 쓴 한글 논문을 영어로 번역한 것이었다. ‘신동아’는 박씨의 논문 중 IOA(국제올림픽아카데미·International Olympic Academy) 발표논문을 제외한 3편의 논문을 입수해 분석했다. 분석결과 FISU 발표논문은 석사논문을 약간 요약한 사실상의 번역논문임이 확인됐다. 논문에서 활용한 분석방법, 데이터, 결론 등이 100% 일치했다. 이와 관련, FISU 논문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박씨의 석사논문 지도를 맡은 이화여대 김OO 교수는 “번역은 박인혜씨가 직접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석사논문 지도교수 자격으로 공동발표자에 이름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 두 논문이 사실상의 번역논문임을 입증하는 몇 가지 중요한 대목을 소개한다.(괄호는 두 논문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영어논문 내용을 전문번역가에 의뢰해 번역한 것이다)



    “For this research, the subject were randomized and survey questionnaires were used to 250 college student golfers registered on the Korean College Golf Association playing competitively on national tournament. 45 surveys were omitted for inappropriate answering and final 205 surveys were applied to the SPSS program for analysis.”(FISU 발표논문 531쪽)

    (본 연구를 위해 현재 대학골프협회에 등록되어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250명의 대학생을 임의 추출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수집된 자료 중 응답 내용이 부실한 45개의 자료는 제외했으며 나머지 205개의 자료만 SPSS 프로그램에 적용해 분석했다.)

    “본 연구의 대상은 현재 대학골프협회에 등록한 선수 907명 중 각종 전국 규모의 골프대회에 참가하며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 250명을 무선 표집(Random Sampling)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수집된 설문 자료 중 응답 내용이 부실하거나 자료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자료는 분석대상에서 제외했고, 최종 분석에는 205명을 사용했다.(석사논문 22쪽)

    “본 연구에서는 설문지의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해 (중략) 회수된 설문지 중 내용이 부실하거나 신뢰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자료는 분석대상에서 제외하고 분석 가능한 자료는 컴퓨터에 개별 입력했다. 자료 분석은 SPSS/ PC +12.0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연구의 목적에 맞게 분석했다.(석사논문 27쪽)



    “Performance as a competitive golfer was the single most influential factor in the career decision-making process for students with low school participation, while interest and aptitude were the biggest for diligent students.”(FISU 논문 535쪽)

    (학교 참여율이 낮은 학생들에게는 골프선수로서의 능력이 진로결정에 있어서 가장 영향력 있는 요인이었던 반면, 부지런한 학생들에게는 ‘본인의 관심과 적성이’ 가장 큰 영향요인이다.)

    “학교생활의 각 요인에 따라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수업 참여도에 따라서는 수업의 참여도가 다소 떨어지는 학생들은 ‘선수로서의 능력과 장래성’이, 수업에 참여도가 높은 학생들은 ‘본인의 관심과 적성’이 영향을 준다고 하여 차이를 보였다. 또한 수업이해도에 따라서는 이해도가 높은 학생들은 ‘본인의 관심과 적성’이, 이해도가 다소 떨어지는 학생들은 ‘선수로서의 능력과 장래성’이 진로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석사논문 73쪽)

    그렇다면 자기 논문을 번역해 발표한 논문에 대해 대학들은 교원인사(채용) 과정에서 어떻게 평가할까. 이와 관련, 박씨가 재학 중인 이화여대 체육학과의 한 교수는 “‘그런 실적도 있구나’하고 참고하는 정도로만 쓴다. 경우에 따라서는 10~30% 정도 점수를 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제목이 똑같은, 경기대에서 발간된 연구논집에 게재된 논문과 IOA 발표논문의 일치성(번역) 여부에 대해서도 검증하기 위해 ‘신동아’는 호남대와 박인혜씨 측에 논문 공개를 요구했으나 호남대와 박씨는 “아직 미공개된 발표문”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절했다. ‘신동아’는 그리스에 본부를 둔 IOA 측에도 전화와 e메일 등을 통해 논문공개를 요청했으나 IOA 측은 “아직 Proceeding(발표논문 모음집)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저자와 상의해야 한다”라는 답변을 보냈다.

    “번역논문 맞다”

    논문공개에는 반대했지만, 박씨는 영어논문 2편이 사실상 번역논문이라는 사실을 취재과정에서 인정했다. 박씨는 5월9일 ‘신동아’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번역한 논문임은 사실이다. 다만 내용을 조금 변경했다”는 취지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박씨와의 일문일답.

    ▼ 호남대 교수로 언제 임용됐나요.

    “이번 학기. 3월2일 임명장 받았습니다.”

    ▼ 교수 임용과 관련 논란이 많습니다. 알고 계시나요?

    “네.”

    ▼ FISU 컨퍼런스 논문은 석사논문을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데….

    “네, 내용은 조금 변경을 했습니다.”

    ▼ ‘신동아’에서 논문을 구해 번역해 보니 거의 같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호남대는 이 번역논문도 연구실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몰랐습니다. 골프학과와 조리학과 등은 연구실적에 대한 (규정 같은) 것은 없었던 걸로 압니다. 상세히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 IOA 논문도 경기대에서 발표한 논문을 번역한 것인가요?

    “내용이 조금 다르긴 한데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 제목만 봐선 같은 논문 같은데요.

    “IOA 논문은 외국에서 발표한 논문으로 제출한 것입니다. 저희는 (심사과정에 대한) 상세한 것은 잘 모릅니다.”

    ▼ 2편의 영어 논문이 저널에 실린 논문은 아니죠. 그냥 발표논문?

    “네.”

    ▼ 연구실적을 이중기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 해외에서 발표한 것이라서 발표논문으로 낸 것입니다.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모릅니다. 학교에 물어 보세요. 내가 학회지에 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호남대 입장

    한편 호남대 측은 애초 ‘신동아’에 보낸 첫 답변서에서 박씨의 연구실적이 370%였다고 주장했다가 논문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자 “하여간 호남대가 제시한 연구실적 200%는 채웠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호남대는 이와 같은 새로운 주장이 담긴 답변서를 5월11일 ‘신동아’에 보내왔다. 다음은 호남대가 보낸 답변 내용 중 일부.

    “우리 대학은 교수 초빙 시 공고하였던 대로 연구 실적을 200% 이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원자들의 연구 실적이 1000%든지 500%든지 관계없이 ‘200% 이상만 되면 된다’는 조건입니다. 박인혜 교수의 연구 실적은 석사 학위 논문(100%)과 경기대학교 논문집에 게재한 단독 논문 1편(100% 이상)으로 200%를 인정받아 자격 요건을 갖춘 자로 심사되었습니다. 다만, 4월13일자 답변서에서는 박인혜 교수가 제출한 총 연구 실적인 370%로 답변하였지만, 이 중 발표논문 170%는 자격 심사 기준인 200%에는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발표논문 실적을 연구 실적에 합산해서 370%로 했던 것은, 박 교수가 지원자 중 유일하게 영어 논문으로 발표한 경력이 있기에 그것을 강조하려다보니 발생된 상황입니다.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양해 바랍니다.”

    ‘신동아’는 호남대가 채용공고에서 밝힌 지원자격 중 ‘연구실적 중 학술회의 발표논문은 제외’라는 부분도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씨도 인정한 것처럼 영어논문 2편은 모두 학술회의 발표논문이기 때문에 모집 공고에 기재된 조건을 적용하면 연구실적에서 제외된다. ‘신동아’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호남대 측에 입장을 물었다. 다음은 ‘신동아’와 호남대가 주고받은 서면 질의-답변 내용.

    ▼ 호남대는 전임교원 지원 자격과 관련 논문에 대해 ‘학술대회 발표논문은 제외’라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박 교수의 영어논문은 모두 연구실적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2편의 영어논문(발표 논문)은 공고 기준인 200% 연구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다만 참고 자료로 전공 심사에 활용했다.”(5월11일 2차 답변서)

    박준영 전남지사 딸 교수 임용 논란

    호남대 전경

    채용심사 당시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 3명 중 한 사람인 A씨는 5월 초 ‘신동아’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난해 11~12월경 실시된 전임교원 채용 심사와 관련, “해당자가 없어 교수를 채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새로운 의혹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A씨는 “만약 교수를 채용했다면 그것은 지난해 진행된 교원심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심사과정에서 논문의 질적 심사(논문과 전공의 일치 여부 판단)를 담당했다고 밝힌 A씨는 또 “박인혜씨가 제출한 연구실적 중 전공과 합치되는 것은 단 한 편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박씨와 함께 최종면접에 올라갔던 박OO(34·서울소재 K대 출신 박사학위 소지자)씨도 “12월경인가 채용결과가 궁금해 호남대 교무처에 전화로 문의했더니 ‘대상자가 없어서 골프학과의 경우 교수를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더라”고 A씨와 같은 주장을 했다. 박씨는 “당시 그 얘기를 전해준 교무처 직원이 누구였느냐”는 질문에 “OOO씨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심사위원 A씨와의 5월7일 전화인터뷰 내용.

    “교수 안 뽑았었다”는 주장도 제기

    ▼ 박씨가 교수로 채용된 과정을 설명해 주시죠.

    “(11~12월 심사과정에서) 채용을 안 했기 때문에 그 이후 상황은 학교에 물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박씨가) 교수가 된 것은 내가 심사한 것과 관련 없고, (대학에서) 임의적으로 뽑은 것입니다. 이 문제로 여기저기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는 교수님은 ‘대답 잘 해야 한다’고 당부하더라고요.”

    ▼ 박씨는 논문 4편을 지원서에 기재했습니다. 그중 2편의 영어논문은 사실상 번역 논문인데 알고 있나요?

    “그래서 내가 (심사과정에서) 논문 한 편만 인정했어요. 원래 (전공에 부합하는) 논문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양적 심사는 (호남대 자체) 규정이 있어요. 저는 논문이 전공에 맞냐, 안 맞냐만 분석했습니다. 일치 불일치만 판단하면 되는 거죠. 그 친구(박씨)가 제가 심사했을 때는 등위 안에 없었습니다.”

    ▼ 박씨가 지원서에 논문을 사실상 중복 기재했습니다. 호남대는 최근 그 논문들이 연구실적 총 370%를 받았다고 밝혔고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연구) 윤리문제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내가 논문 심사 평가를 직접 한 것은 아니니까. 나는 양적 심사가 나와 있는 상태에서 적합도만 분석했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그 친구가 골프관련 논문은 석사학위 논문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당시 심사에서 대상자가 없어서 안 뽑았잖아요. 결과 발표할 때, 지원자 중에 박OO, 김OO, 박인혜가 골프전공자였습니다. 그런데 발표할 때 합격자 발표 안했잖아요. 내가 알기로는(그렇습니다). 호남대에서 전화가 왔는데, 안 뽑았다고. (박씨는) 초빙교수로 뽑은 걸로 아는데….”

    ▼ 호남대에서는 당시 심사과정을 거쳐 정상적으로 뽑았다고 주장합니다.

    “정상적으로 뽑았다고요? 그건 모르겠네. 내가 알기로는 그렇게 안 뽑았어요. 3월경인가, 누군가에게서 (박씨를) 초빙교원으로 뽑았다고 들었습니다. 초빙교원을 정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학교 마음이니까.”

    ▼ 심사과정에서 영어논문이 번역논문이라는 걸 아셨나요?

    “제목이 똑같은 걸 봤어요. 분석틀이 조금 다른 줄 알았죠. 심사하면서 그걸 다 읽어볼 수도 없고, 영어 논문은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것도 있었던 것 같고. 확인이 안 되는 게 있어서 불일치했던 것 같고요.”

    심사위원 A씨의 설명처럼, 박씨가 제출한 논문 중 한 편(호남대가 100% 실적으로 인정한 경기대 논문)이 전공과 무관한 논문이어서 실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면 박씨는 호남대가 제시한 연구실적 200%를 채울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 호남대는 2차 답변서를 통해 “2편의 영어논문(발표 논문)은 공고 기준인 200% 연구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다만 참고 자료로 전공 심사에 활용했다”고 설명하면서 실적 200%에 해당하는 논문은 석사논문(100%)과 경기대 논문(100%)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포괄적인 전공논문이다”

    “지난해 전임교원 채용 당시 대상자가 없어서 뽑지 않았다”, “4편 중 한 편만 인정됐다”는 심사위원 A씨의 주장에 대해 호남대 측은 4월13일과 5월11일 보낸 답변서에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혀왔다.

    “‘12월까지 진행된 교원 임용 심사는 무효가 됐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임용절차는 계속 진행됐으며…”(4월13일)

    “박 교수는 번역본을 인정받아 채용되지 않았습니다. 박 교수가 쓴 ‘한국 대학생의 스포츠 외교에 대한 인식조사’ 논문이 ‘골프학과와 무관하다’는 것과 관련하여 반드시 ‘골프’라는 글자가 들어가야 된다는 이야기입니까? 골프를 통한 스포츠 외교는 이미 보편화된 지 오래입니다. 골프를 전공한 스포츠 전문인으로서 스포츠 외교에 대한 고민은 어쩜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질의한 논문에 대하여 우리 대학은 비전공 논문이 아닌 포괄적인 전공 논문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언급한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전공 논문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고 했다는데 당시 골프학 전공을 심사한 심사위원 3명의 심사표의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고 모두 전공자로 인정을 하였으며 그에 대한 적합한 판정이 있었습니다.… 우리 대학은 지난 4월13일자 답변서와 같이 박인혜 교수를 초빙교수로 임용한 사실이 없습니다. (기사에서 언급된) 심사위원은 여러 심사위원 중 한 명일 뿐입니다. 최종 임용에 대해서는 그 사람은 알지 못합니다. 그냥 그 시점에서 세 명의 심사위원 중 한 사람으로 기초 및 전공 심사를 담당했었고 그걸로 그 사람의 역할은 끝이며, 그 이상의 어떠한 진행 상황이나 결과도 그 사람은 알지 못합니다. 지원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5월11일)

    한편 박인혜씨의 호남대 교수 임용과 관련, 국무총리실 공직자윤리지원관실(총리실)과 전라남도경찰청(전남도경) 등이 내사를 진행 중인 사실도 취재과정에서 확인됐다. 이율 전 교수에 따르면 지난 3월경 총리실 직원이 자신을 찾아와 호남대와 전남도의 관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면서 박씨의 교수채용 배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사했다고 한다. 이 전 교수는 “점심을 먹으며 조사를 받았고 식사가 끝난 뒤 총리실 직원의 자동차로 이동해 1~2시간 조사에 응했다. 그 직원은 ‘전남도와 호남대의 관계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전남도경 광역수사대도 4월 말부터 교수 채용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5월 중순경에는 OOO 호남대 교무처장 등 골프학과 교수 채용에 관계된 호남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전남도경의 한 관계자는 “호남대 측은 조사과정에서 ‘박인혜씨가 심사과정에서 2등을 했다. 채용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학술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