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호

5년 연속 세계 1위 공항 달성 영종도 ‘아시아 대표 관광지’로 만든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채욱사장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0-07-05 1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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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공항이 국가브랜드 크게 높여”
    • “외국인 환승객 급증…동북아 허브 가시권”
    • “지금도 최고 성공사례, 미래가치는 더 크다”
    5년 연속 세계 1위 공항 달성 영종도 ‘아시아 대표 관광지’로 만든다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국제공항 청사가 시골 버스터미널처럼 낡고 허름하다면, 냉방시스템이 엉망이어서 땀이 비 오듯 흐른다면, 면세품 숍이 초라하기 짝이 없다면, 출입국수속이 고행(苦行)의 연속이라면, 기다리고 기다려도 짐이 잘 나오지 않아 공포감이 엄습해올 지경이라면 해외여행의 재미는 반감될 것이다.

    여러 인종의 ‘멜팅 아일랜드’

    인천 영종도의 인천국제공항은 해외여행객의 80%가 거쳐 가는 우리나라 대표 관문이다. 여행객이 보기에 인천국제공항은 어떨까. 2009년 2월 러시아 ‘로시스카야 가제타’지 기자가 ‘공항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제목의 인천국제공항 르포 기사에서 밝힌 의견과 마찬가지로 기자 역시 이 공항에 대해 흠을 잘 찾지 못하겠다.

    해외여행객은 적어도 두 개의 국제공항을 비교체험하게 되는데 내 경험의 한계 내에서 인천국제공항은 서구의 어떤 국제공항에 비해서도 더 세련되어 보이고 더 쾌적하고 더 빠르고 더 정확하며 사람의 욕망을 채워줄 더 풍부한 상업적 시설물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인천국제공항은 좋은 기분으로 여행을 시작하도록 해주고 산뜻하게 여행을 마무리하도록 해주는 ‘여행의 신(神)’으로도 비친다.

    요즘 이 공항의 탑승대기실에선 외국인이 수십 명 단위로 군집을 이뤄 기다리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환승객들이다. 예를 들어 많은 수의 중국인, 동남아시아인, 인도인은 미국으로 갈 때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탄다. 심철웅 작가(서울대 교수)의 표현대로 인천국제공항은 ‘멜팅 아일랜드(melting island·여러 국적과 인종의 사람이 모여 녹아드는 섬)’가 되고 있다.



    심지어 한 해외 인터넷사이트의 평가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잠자기 편한 공항 2위’에 오를 정도로 ‘인간적’이기도 하다. 대다수 외국 공항의 탑승대기실 의자는 딱딱한 데다 여행객이 누울 수 없도록 설치되어 있지만 인천국제공항은 의자가 푹신하고 의자와 의자 사이에 경계가 없어 피곤에 지친 여행객이 누워서 눈을 붙이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올해 초 유럽 공항들이 화산재로 폐쇄되어 인천국제공항의 수많은 유럽인 환승객이 며칠 동안 꼼짝없이 발이 묶인 적이 있다. 이때 인천국제공항은,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음에도, 잠자리와 먹을거리(햄버거 쿠폰)를 무상으로 지급해주었다. 인천국제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유럽으로 떠나면서 ‘공항으로부터 인간적인 돌봄을 받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여러 건의 감사의 글을 남겼다.

    인천국제공항은 올해까지 5년 연속으로 ‘세계 공항서비스평가 1위’에 올랐다. 1992년 11월 착공해 2001년 3월 개항한 이 공항에 대해 정부 한 관계자는 “무형의 서비스업계의 삼성’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의 역대 국책사업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을 만하다”고 했다.

    서비스업계의 삼성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을 소유, 운영하는 공기업이다. 공항 터미널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옥이 있다. 주변으로 탁 트인 녹지가 펼쳐져 있어 도심의 여느 대기업이나 공기업 사옥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곳에서 이채욱(李采郁·63) 사장을 만났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영남대 법학과를 나온 그는 삼성물산 해외사업본부장, GE 코리아 회장을 지냈고 한국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 회장,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 등을 맡기도 했는데 2008년 9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공개채용에 응모해 임명됐다.

    이 사장은 “인천국제공항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요즘 외부 강연 요청이 밀려든다”고 했다. 전날에도 전국 여성 행정가 500여 명 앞에서 강연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그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되기 전부터 강의를 잘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고 한다. 전경련 부설 국제경영원은 2007년 3월 이채욱 당시 GE 헬스케어 아시아 총괄사장에게 ‘우수강연상’을 수여했다. 이 사장은 ‘백만 불짜리 열정’이라는 책을 냈는데 출판사 측은 저자에 대해 “GE의 파울로 프레스크 부회장이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편지를 써서 전격 스카우트해온 남자. 이채욱은 재계 최고의 인기 강사로 불릴 만큼 열정적인 대외 강연으로 유명하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책에서 이채욱 사장은 성공의 4대 노하우로 열정, 겸손, 자기 확신, 따뜻한 배려를 꼽는다.

    5년 연속 세계 1위 공항 달성 영종도 ‘아시아 대표 관광지’로 만든다

    인천국제공항 야경

    그는 삼성과 GE 시절에 대해 “삼성이라는 최고의 기업에서 근무했으니 나는 행운아다. GE코리아에서는 고정석 없는 문화, 투명한 윤리를 체험했다. 모든 판단의 중심은 일이었다. 그 기준대로 하면 가장 정확하다. 관료주의, 보고를 위한 보고와 같은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세계 최고의 공항을 만들어가는 거죠.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지속적인 성장과 성과, 윤리, 인재육성, 사회적 책임입니다. 이번에 우리 회사 신입사원 채용 때 533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어요.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들어온 인재를 사장시킨다면 그건 일종의 죄악이죠. 취임 후 나는 조직이 더 활발히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움직이도록 시스템을 만들면 움직입니다.”

    ▼ 그 시스템이란 대표적으로 어떤 거죠?

    “상관이 부하직원을 직접 채용하는 ‘잡 포스팅(Jop Posting·직위공모제)’이라는 인사제도를 도입했어요. 사장이 본부장들을 임명하면, 본부장은 자신을 도와 함께 일할 처장들을, 처장은 팀장들을, 팀장은 팀원들을 직접 임명하는 거죠. 조직 내부에선 누가 일을 잘하고 못하는지 다 압니다. 자연히 일 잘하는 직원은 인기가 좋고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쉽게 받게 됩니다.” 이와 관련, 공사 관계자는 “실제로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하는 직원이 나오고 있다. ‘잡 포스팅’ 제도하에서는 열심히 일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고 했다. 공사는 조직규모를 20% 이상 줄였고 인력도 102명(전체의 11%)을 감축했다고 한다.

    ▼ 인천국제공항이 국가경제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요?

    “공항은 해외여행을 떠날 때 찾는 곳이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특별히 따져보지 않는 경향인데요. 사실 인천국제공항은 사람의 이동뿐 아니라 물자의 이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죠. 즉,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물동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00억달러(연간) 어치의 물동량을 취급하고 있어요.”

    ▼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가 서해 해상에 대규모 국제공항을 짓기로 다소 모험적 결단을 내려 지금의 인천국제공항의 모습이 갖춰진 건데요. 지금 와서 보면 이 전략은 잘된 건가요?

    “당시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바다를 메워 1700만평(5600여만㎡)이라는 광활한 면적의 공항을 확보한 거죠. 경쟁하는 다른 해외 공항과 비교해 항공기 이착륙 소음에 의한 민원 걱정이 없다는 점이 큰 경쟁력입니다. 24시간 공항운영이 가능하죠. 또한 지반침하 등 부작용도 거의 없고 토지조성단가가 싼 점도 아주 유리합니다. 그만큼 저렴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거죠. 풍향은 비행기 이착륙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데 이곳에선 연중 바람이 거의 같은 방향으로만, 남북으로만 불어 이착륙이 용이해요.”

    인천공항의 지정학적 강점

    ▼ 그렇다면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인천국제공항의 특성은 어떤가요?

    “인천국제공항은 인구대국이자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있어요. 우리가 잘하면 기가 막히게 좋은 위치이고 잘못하면 양국에 끼여 망하는 위치죠. 다행히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봅니다. 인천국제공항은 연평균 8%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국제여행수송 세계 12위, 국제화물수송 세계 2위 공항으로 발돋움했으니까요.”

    사장 등 경영진의 집무실이 있는 층의 복도에는 이 회사가 그간 수상한 상패가 진열되어 있다. 5년 연속으로 받은 ‘ACI 세계 공항서비스평가 1위’ 상패들도 눈에 띄었다. 이 사장은 “공항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ACI 공항서비스평가에서 전세계 1700여 공항과 경쟁해 5년 연속 1위에 오른 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이 유일하다. 평가점수도 5점 만점에 4.99점으로 사상최고 점수였다”고 했다.

    5년 연속 세계 1위 공항 달성 영종도 ‘아시아 대표 관광지’로 만든다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내부전경(위) 환승객을 위한 라운지와 편의시설(아래)

    인천국제공항은 이밖에도 스카이트랙스(Skytrax) 선정 ‘세계 최고 공항’, 글로벌 트래블러(Global Traveler) 선정 4년 연속 ‘최고 공항’, 비즈니스 트래블러(Business Traveler) 선정 ‘세계 최고 공항’, 에어 카고 월드(Air Cargo World) 선정 ‘최우수 화물공항’, 씨에이피에이(CAPA) 선정 ‘올해의 공항도시’, 프로스트 · 설리번(Frost · Sullivan) 선정 ‘아·태 최우수 공항’, 루트 디벨로프먼트 그룹(Route Development Group) 선정 ‘2009 동북아 항공마케팅 최우수공항’ 등의 상을 수상했다. 이 사장은 “외국인 중 상당수는 대한민국 하면 인천국제공항을 떠올린다. 인천국제공항의 질 좋은 서비스와 압도적인 수상 실적은 국가브랜드 가치와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 수상 실적이 화려하네요. 그러나 여행객이 체감하는 현실과는 다를 수 있지 않을까요?

    “상당수 외국인 여행객은 인천국제공항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깨끗한 공항이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여기에 더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출입국수속은 세계 공항의 롤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의 출국 소요시간과 입국 소요시간은 각각 16분과 13분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제시한 기준인 60분과 45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요. 외국인 여행객은 놀라움을 금치 못해요.”

    ▼ 여행에서 쇼핑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일 텐데요.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점은 질과 양에서 대단하죠. 매출 규모 기준으로 보면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면세점에 이은 세계 2위로 일본인, 중국인 등 외국인 여행객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쇼핑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공항 내 레스토랑 등 식음료 판매시설도 수준급이고요. 외국인이 부채 제작 등 한국의 문화예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는데 인기가 좋아 두 군데를 더 늘렸어요. 공연행사도 합니다. 외국인 환승객을 위한 라운지는 고급호텔 수준으로 안락하며 샤워장, 잠잘 수 있는 곳, 마사지 서비스, 비행기 기다릴 동안의 공항 주변 및 서울 관광 상품(2시간, 4시간, 1박) 등을 제공하는데 정말 평이 좋아요.”

    이와 관련, 얼마 전 인천국제공항을 취재한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 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의 차이점은, 미국 공항은 하드웨어에만 집중하는 반면 인천국제공항은 문화소프트웨어를 중시한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 외국인 환승객을 위한 서비스는 환승객 유치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나요?

    “인천국제공항의 전체 이용객 중 환승객의 비중은 18%에 달합니다. 화물의 환적률은 50%에 달하고요. 지난해 환승객은 5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는 550만명이 목표예요. 환승객의 절대 다수는 물론 외국인입니다.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외국인 환승객이 늘어나는 이유는 비행기를 갈아타는 환승연결시간(MCT)이 45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은 120분 걸립니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각 도시로 연결하는 항공노선도 770편으로 다양하지요. 또한 외국인 여행객은 자국 공항을 이용하는 것보다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게 더 경제적이에요.”

    ▼ 그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데, 사례로 설명해준다면….

    “예를 들어 일본 소도시의 여행객이 해외여행을 하려면 공항에서 비행기로 도쿄 하네다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한 뒤 전철 등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 도쿄 인근 나리타국제공항으로 다시 이동해야 해요. 그 때마다 짐을 찾고 수속도 새로 해야 하고요. 그런데 이 여행객이 살고 있는 도시의 공항에서 비행기로 인천국제공항으로 오면 그러한 시간적 금전적 손실 없이 신속하게 원하는 국제선 노선에 탑승할 수 있죠. 중간에 짐을 찾아 끌고다니는 수고도 할 필요가 없고요. 또한 환승객에게 제공하는 차별화된 여러 서비스를 즐길 수 있어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도 않죠. 일본의 경우 여행사들이 적극적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환승공항으로 이용하고 있어요.”

    에어시티의 미래는?

    공사 측 계산에 따르면 일본 후쿠오카의 여행객이 인천국제공항에서 환승해 프랑스 파리의 사를르 드 골 공항으로 가는 데는 1977달러에 14시간50분이 소요되는 반면 자국의 나리타국제공항을 통해서 가면 4078달러에 17시간45분이 걸린다고 한다. 중국 칭다오에서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미국 LA의 LAX공항으로 가는 데는 1077달러에 14시간10분이 걸리지만 자국의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을 거쳐 가면 754달러로 비용만 줄고 여행시간은 17시간20분으로 3시간 늘어난다.

    ▼ 그렇다면 이러한 외국인 환승객 유치는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사안인가요?

    “환승객 유치는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발돋움하는 핵심 기반이며 동시에 우리나라 관광·서비스 산업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어요. 외국인이 한국에 일부러 오지는 않더라도 환승을 위해선 쉽게 올 수 있고 잠시 머무는 동안 지갑을 열게 됩니다. 지난 3월부터 인천국제공항은 환승객에게 1만원 상당의 환승요금을 받고 있는데 일년에 환승객이 500만명이면 이것만으로 연간 500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거죠.”

    ▼ 유료화에 대한 불만은 나오지 않나요?

    “유럽 공항은 대부분 환승요금을 받고 있고 환승요금이 30유로에 달하는 곳도 있으니 환승객의 불만은 없습니다. 환승객은 환승요금 지급 외에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식음료를 사먹으며 우리나라 국적기를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 우리는 앞으로 인천국제공항 주변 국제업무지역 등에 수준 높은 병원(7월 착공), 테마파크, 워터파크(경정 경기장 및 수상레저시설), 카지노, 고급호텔, 컨벤션 시설, 상업시설, 업무시설 등을 조성해 더 많은 외국인이 이들 지역에서 더 오래 머물도록 할 예정이에요. 인천국제공항과 영종도 일대를 연결하는 도시형 자기부상열차(2013년 운행 예정)는 새로운 명물이 될 거고요. 이러한 공항복합도시(Air City)는 세계인이 즐겨 찾는 아시아의 랜드마크이자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서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하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환승객 시장의 놀라운 경제성”

    ▼ 중국인의 해외 관광이 늘고 있는데 이점도 고려하고 있겠군요.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비행 3.5시간 이내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가 60여 개에 달합니다. 한국, 일본은 올림픽 개최 이후 해외여행을 자유화했는데 중국도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을 개최한 만큼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개방할 가능성이 높아요. 이럴 경우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수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2020년 중국인, 일본인 아웃바운드 여행객은 연간 2억4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인천국제공항을 환승공항으로 이용하고 우리나라 국적기를 선택할 것이므로 우리나라의 항공·관광·서비스산업은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요. 우리는 이 점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공사 측은 2015년까지 환승률 30%를 달성해 동북아 대표 허브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한편 세계적 공항 운영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높아진 국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공항건설 시장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이라크 쿠르드 지방정부 및 아르빌국제공항 당국과 3150만달러의 컨설팅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12월엔 러시아 하바로프스크공항 당국과 120만달러의 마스터플랜 용역계약을 맺었다. 공항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전세계 공항 관계자 4500여 명이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했다. 이 사장은 “인천국제공항은 지금도 국책사업 중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지만 미래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이어지는 이 사장의 설명이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국민 1인당 해외여행 횟수가 늘게 되요. 우리 공항을 벤치마킹하러 온 덴마크 코펜하겐공항 사장 일행의 말로는 덴마크 국민의 1인당 연 평균 해외여행 횟수는 4~5회 정도랍니다. 우리나라 5000만 인구가 연 평균 4번 해외여행을 하게 되면 내국인만으로 공항 이용 연인원이 2억명이 돼요. 거기에다 인구대국인 중국인과 일본인 이용객의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죠. 지난해 경기가 나빠 내국인 이용객은 줄었는데 외국인 환승객은 오히려 24% 늘었거든요. 인천국제공항은 2년 연속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6년 연속 1000억원대 흑자를 기록 중이지만 향후의 이용객 증가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인천국제공항의 매출과 수익은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공사 측은 인천국제공항이 벌어들인 수익 등 4조원으로 2012~15년 3단계 공항 확장을 단행해 여객·화물 수송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현 여객터미널 북측 맞은편에 제2 여객터미널을 새로 짓고 기존 화물터미널과 계류장도 확충해 여객수송능력을 연간 4400만명에서 6200만명으로 확대하고 화물수송능력은 450만t에서 580만t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KTX가 인천공항으로 온다”

    ▼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역이 전철로 연결된다는데 향후 어떤 효과를 낼까요?

    “개항 당시 영종대교로 국한된 교통접근성이 인천공항철도, 인천대교 개통으로 대폭 개선됐죠. 여기에 올해 말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을 잇는 인천공항철도가 마포 공덕역, 서울역까지 연장되면 서울 시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의 이동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지금까지는 인천공항철도 이용객이 많지 않았지만 서울역과 연결되면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봐요.”

    5년 연속 세계 1위 공항 달성 영종도 ‘아시아 대표 관광지’로 만든다

    인천국제공항 주변 개발개획.

    ▼ 서울역과 인천국제공항의 연계는 수도권 이외 해외 여행객에게 영향을 줄 수 있나요?

    “그렇죠. 해외여행객은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뒤 곧장 공항철도로 인천국제공항으로 갈 수 있어 여행의 정시성이 강화되고 더욱 편리해지죠. 서울역에서 국제선 체크 인 하고 짐 부치면 돼요. 현재도 95개 버스노선이 인천국제공항과 전국 각 도시를 연결해주고 있는데 철도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허준영 코레일 사장과는 어떤 점을 더 협의하나요?

    “KTX가 바로 인천국제공항까지 들어오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어요. 기술적으로 2012년쯤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데 가급적 빨리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측은 ‘탄소중립 녹색공항’을 추구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전세계 항공·공항업계의 당면과제인데 이 문제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2020년까지 2500억원을 투자해 721만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겠다”며 사무실의 창문 너머를 가리켰다. 서해 바람을 맞으며 세 개의 날개를 힘차게 돌리고 있는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서 있었다. 그는 “우리 공항의 상징 탑인 ‘플라잉 투 더 퓨처(Flying to the future)’도 태양광으로 야간조명을 하고 있다. 공항 내부 조명도 친환경 LED로 모두 교체할 예정”이라고 했다. 자전거 전용 도로를 늘리고 자기부상열차를 도입하는 것도 녹색공항 조성의 일환이라고 한다.

    항공기는 항공유를 연료로 사용하므로 운항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이와 관련, 인천국제공항은 신소재 사용으로 무게를 종래의 128㎏에서 68㎏으로 줄인 항공기용 컨테이너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공사 측 설명에 따르면 짐의 무게가 가벼워지면 항공유 소모도 줄고 이산화탄소도 덜 나오게 된다. 그런데 만약 항공유로 쓰는 석유자원이 거의 고갈상태가 되면 인류의 비행기 여행과 공항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이 사장은 “대체연료가 나올 것이다. 결국 그렇게 가게 된다”고 예상한다.

    공사 측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패밀리 데이(Family Day·가족의 날)로 지정해 직원들이 휴가를 내고 가족과 함께 보내기를 권장한다. 직원의 30%는 영종도에 살고 나머지는 인근 인천, 경기, 서울에 거주해 직장 내 회식도 빨리 끝내는 편이라고 한다. 이 사장은 “지역 학교 특성화 지원, 세계평화의 숲 조성, 공항 문화 복지관 건립, 언어장벽 없는 공항 구현 등 지역사회와 외국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의 조직문화는 한마디로 ‘벽이 없는 문화’”라면서 “세계 1위 5연패는 공사 직원뿐 아니라 인천국제공항에 입주해 출입국수속 등의 업무를 보는 570여 개 기관 3만5000여 종사자로부터 공동의 비전과 화합을 이끌어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21세기의 벽란도

    인터뷰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서 해수욕장 방면으로 차를 몰고 가봤다. 영종도의 탁 트인 평지 곳곳에서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에어 시티 사업현장도 보였다. 반면 바닷가에는 해물요리를 파는 식당들이 옛 모습 그대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심철웅 작가는 ‘영종도는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일상의 삶 주변에서 진화가 진행되는 곳’이라고 했다.

    영종도는 우리나라 국토 중에서 연간 수백만 명의 외국인이 녹아드는 단 하나의 ‘점’이라는 희귀성을 가진다. 우리나라 어느 도시도 이렇게 많은 수의 외국인을 제한된 공간에 끊임없이 밀집시켜 놓을 수 없다. 이것은 상당히 큰 상업적 잠재력일 수 있다. 글로벌화로 고려시대의 번영을 이끈 ‘벽란도’가 연상된다. ‘코리아’라는 이름도 그 섬에서부터 세계로 알려졌다. 누구도 한 지역의 운명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영종도는 우리가 국가적 차원에서 베팅해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성과로서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기 원하는 지도자는 이 섬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기자가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인천국제공항과 영종도 운영·개발의 주체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 해외매각 문제는 좀 더 숙고해달라는 것이다. 정부정책 수행을 위한 재원은 다른 데서 마련할 수도 있다. 배당금을 배분받는 게 최우선인 외국투자자가 끼어들어선 국가적 중장기전략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현재로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팔아서 그 이상의 국익을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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