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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 18

강력수사의 귀재 장영권 경감

“흉악범일수록 다루기 쉬워 … 형사이기 전에 인간으로 다가서라”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강력수사의 귀재 장영권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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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청송 재소자들이 그가 근무하던 경찰서 서장한테 그의 선행을 알리는 편지를 보냈다. 그 일로 그는 서장 표창을 받았다. 지금도 적잖은 재소자가 그에게 편지를 보내온다. 대부분 “인생의 선배로 모시겠다” “형사님의 말 한마디가 내 인생을 바꿨다” 따위의 감사편지다.

그는 평소 긴밀한 관계를 맺어둔 청송 사람들 덕분에 많은 사건을 해결했다. 대표적인 게 2001년 12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은행현금수송차량 탈취사건이다. 그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7년 충북 옥천에서 일어난 동일한 종류의 사건이었다.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미제(未濟)사건으로, 용의자는 증거부족으로 풀려난 상태였다. 유일한 증인이던 제보자가 차에 치여 죽은 게 결정적 원인이었다. 무죄로 석방된 용의자는 경찰이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았다며 관계기관에 진정했고 결국 담당형사 2명이 옷을 벗었다.

조작된 알리바이를 깨라

강력수사의 귀재 장영권 경감

형사가 천직이라고 말하는 장영권 경감.

1999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강·폭력반장이던 장 경감(당시 계급은 경사)은 옥천 사건 용의자이던 A씨의 전과기록을 면밀히 살폈다. 울산이 고향인 A씨는 청송교도소 출신으로 절도 12범이었다. 청송 출신 재소자들 주변을 탐문한 장 경감은 청송교도소 시절 A씨와 알고 지낸 B씨를 찾아냈다. B씨는 장 경감에게 “최근 A씨가 통화하는 내용을 우연히 엿들었는데 옥천 사건의 범인이 맞는 것 같다”고 제보했다. 문제는 증거였다. A씨 일당은 모두 세 명. 다들 멀쩡한 직업인으로 카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다. 장 경감은 그들의 동태를 감시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2000년 2월 이번엔 부산에서 현금수송차량 탈취사건이 일어났다. 범행수법이 옥천 사건과 똑같았다. 장 경감은 A씨의 범행이라는 심증을 굳혔으나 이번에도 증거가 없었다. A씨 일당의 알리바이가 완벽했기 때문이다. 범행이 일어난 시각, CCTV와 휴대전화 통화기록에 따르면 그들은 울산에 있었다.



장 경감은 B씨를 이용해 도난당한 수표의 행방을 추적했다. 장 경감과 짠 B씨는 A씨에게 수표를 바꿔준다며 접근해 자신이 알고 지내던 사채업자를 소개해줬다. A씨가 사채업자에게 수표를 건네는 장면은 장 경감이 몰래 설치해둔 비디오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장 경감은 A씨가 사채업자에게 건넨 수표를 조사했다. 부산 은행에서 도난당한 수표 한 장이 발견됐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A씨가 수표의 출처를 모른다고 잡아떼면 굴복시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2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2001년 12월. A씨 일당은 경주시내 대로에서 현금수송차량을 털었다. 옥천, 부산 사건과 똑같은 방식의 범행이었다. 사전에 현금수송차량의 번호판과 동선을 파악한 공범 2명이 은행 앞에서 대기하다 차량이 출발하자 오토바이를 타고 뒤를 쫓았다. 수송차량이 교통신호에 걸려 대기하는 순간 차 뒤에 바싹 붙어 트렁크를 따고 돈 보따리를 꺼내 오토바이에 싣고 달아났다.

경찰은 A씨 일당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하지만 또다시 알리바이가 발목을 잡았다. 앞선 사건과 마찬가지로 CCTV와 휴대전화 통화기록이 그들의 알리바이를 입증했다. 이번에도 그들은 범행시간에 울산에 있었다.

장 경감은 다시 한번 A씨의 청송 동기인 B씨를 활용했다. A씨는 “수표를 안전하게 바꿔주겠다”는 B씨의 제안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잡힐 때가 됐는지, 그는 사건 직후 땅속에 묻어뒀던 수표 뭉치를 들고 나타났다. A씨가 사채업자에게 건넨 수표는 고스란히 장 경감에게 넘어갔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A씨 일당을 잡아들였다. 처음에 그들은 알리바이를 내세우며 버텼다. 하지만 A씨가 사채업자에게 수표를 건네고 현찰을 받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와 그 자리에서 나온 경주 은행 수표들을 들이밀자 더는 부인하지 못했다. A씨가 수표 바꾼 걸 미처 몰랐던 공범 두 명이 A씨에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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