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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은 통독을 어떻게 인식하나

  • 김학준│동아일보 고문 hak@donga.com│

독일인들은 통독을 어떻게 인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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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은 통독을 어떻게 인식하나

베를린장벽은 붕괴했으나 심리적 통합은 아직 미흡하다.

필자 내외는 특히 동베를린 지역을 광범위하게 여행했다. 필자가 이 지역을 처음 여행한 때는 1988년 10월이었다. 이때는 통독 이전이어서, 서독에 속한 뮌헨에서 자동차를 타고 동독으로 들어간 뒤 동독 국토 안에 위치한 서베를린을 먼저 방문하고 거기서 동베를린으로 들어갔다. 이 여행은 필자로 하여금 동서독 사이의 발전격차를 쉽게 느끼도록 만들어주었다. 간단히 말해, ‘잘사는 서독’과 ‘덜 잘사는 동독’을 확인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격차는 통독 20주년을 맞이한 오늘날의 시점에서도 여전했다. 통일 이후 통독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통해 지난날의 동독이 생활여건에서 훨씬 개선되도록 노력을 했고, 그 결과 도로를 비롯한 사회기반시설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베를린 한 곳만 놓고 보아도, 옛 동베를린지역이 옛 서베를린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기가 덜하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카를 마르크스 거리

옛 동베를린의 거리를 걸으면서 ‘스탈린 거리’가 ‘프랑크푸르트 거리’로 바뀌었음을 확인했다. 베를린 시민들은 스탈린이라는 이름 자체가 싫었던 것이다. 1953년 3월에 소련의 철권독재자이면서 동독을 포함한 소련권의 최고권력자였던 스탈린이 죽은 이후 소련권에서 최초로 반소(反蘇)운동을 전개한 곳이 바로 동베를린이었다. 그 운동은 곧바로 탄압됐으나, 스탈린으로 상징되는 소련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남았다. 그런데 동독의 공산정권이 붕괴되면서 동독이 서독으로 합류함과 동시에 통일이 실현된 데 이어 소련이 해체되자, 베를린 시민들은 ‘스탈린 거리’라는 이름을 없앤 것이다.

독일인들은 또 동독의 초대 대통령 빌헬름 피크 그리고 동독의 집권공산당이던 독일사회주의통일당의 초대 서기장 및 2대 대통령 발터 울브리히트도 같은 대접을 받았다. 그들의 이름이 들어갔던 거리 또는 광장은 다른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이 일련의 일들은 소련이 해체된 뒤 레닌그라드 시민들이 이 도시의 이름을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환원시킨 것을 연상시킨다. 레닌그라드 시민들만이 아니라 러시아 국민들은 유서 깊은 제정러시아의 300년 수도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사랑한다. 그들은 소련의 건국과 더불어 소련건국의 아버지 레닌의 이름을 따서 개명됐던 이 도시의 이름을 원래의 이름으로 되돌린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서 분단 이전의 시기에 사회주의운동 또는 공산주의운동을 이끌었던 사상가들과 정치가들의 이름은 지워지지 않았다. 예컨대, ‘로자 룩셈부르크 거리’, ‘로자 룩셈부르크 광장’, ‘카를 리프크네히트 거리’는 그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독일은 사회주의의 역사와 전통이 깊은 나라다. 사회주의운동가들의 제의와 노력에 자본가들과 역대 부르주아민주주의정부들의 화답이 결합돼, 독일은 사회복지에서 또는 사회안전망구축에서 선진적인 국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한 만큼, 독일인들은 19세기 이후 국제사회주의운동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 독일의 사상가들과 정치가들을 결코 잊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사회주의의 시조로 평가되는 카를 마르크스는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 독일의 한 작은 도시 켐니츠(Chemnitz)는 동독에 편입되면서 ‘카를 마르크스 시’로 개명됐었다. 그러나 공산정권의 붕괴 이후 카를 마르크스의 이름을 버리고 옛 이름을 되찾았다. 이 경우를 제외하곤, 마르크스는 독일에서 일정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동베를린의 ‘카를 마르크스 거리’는 존속하고 있으며, 동베를린의 ‘알렉산더 광장’에 세워진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거대한 동상 역시 존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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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준│동아일보 고문 h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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