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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 절집 숲에서 놀다 ⑨

전등사의 명상 숲

‘나’를 벗어버리고 ‘나’를 놓아버리게 하는 곳

  • 전영우│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전등사의 명상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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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추녀 끝의 나부상

전등사의 명상 숲

600년 묵은 전등사의 은행나무.

남문에서 북문을 거쳐 사고지에 이른 나의 숲 순례 행각은 삼성각과 명부전과 약사전과 향로각을 거쳐 대웅전에 다다른다. 전등사 대웅전은 숲과 나무라는 실존적 관점에서 산림학도의 관심을 끄는 곳이다. 1749년 영조임금이 왕실의 종찰(宗刹)을 중건하는 데 필요한 목재를 시주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목재가 어느 곳에서 운반되어 온 것인지 알 수 없다. ‘조선왕조실록’을 샅샅이 훑었지만 아쉽게도 소나무 산지에 관한 어떤 내용도 찾을 수 없었다. 왕실의 종찰을 축조하는 데 사용된 소나무 산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을 찾는 일은 소나무와 관련된 옛 이용 관행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임업사적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대웅전의 나부상은 전등사의 홈페이지에 실려 있을 만큼 전등사의 판타지로 유명하다. ‘절의 중건에 참여한 도편수가 절을 짓는 동안 아랫마을 주모와 정이 들었다. 그래서 노임으로 받은 돈까지 주모에게 맡겨 관리하게 했다. 그러나 주모는 불사가 끝나기 전에 도편수의 순정을 배반하고 맡겨놓은 돈을 챙겨 달아나버렸다. 이에 상심한 도편수는 절 지붕의 처마 들보에 자신을 배반한 주모의 형상을 한 나부상을 만들어 끼워 넣어 날마다 독경소리를 들으면서 참회하게 하였다’는 게 나부상에 관한 전설이다. 전등사 주지를 한때 역임했던 고은 시인은 이 나부상에 얽힌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시로 풀고 있다.

강화 전등사는 거기 잘 있사옵니다.

옛날 도편수께서 딴 사내와 달아난



온수리 술집 애인을 새겨

냅다 대웅전 추녀 끝에 새겨놓고

네 이년 세세생생

이렇게 벌 받으라고 한

그 저주가

어느덧 하이얀 사랑으로 바뀌어

흐드러진 갈대꽃 바람 가운데

까르르

까르르

서로 웃어대는 사랑으로 바뀌어

거기 잘 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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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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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 절집 숲에서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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