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새연재 | 기업호민관과 함께하는 혁신기업, 혁신국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확립이 혁신경제의 시작

  • 이민화│기업호민관 mhlee@homin.go.kr│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확립이 혁신경제의 시작

3/4
이러한 논리에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중소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가기관에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제소하고 공정위가 신속하게 불공정 행위를 징계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그러나 그건 정말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 힘없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제소하는 것은 ‘회사 문을 닫는다’는 각오를 하지 않고는 못 할 일이라는 걸 그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 바로 ‘대기업의 보복’ 때문이다. 물론 하도급법(19조)은 ‘원사업자가 이 법을 위반하였음을 관계 기관 등에 신고한 행위’에 대하여 보복할 경우 형사처벌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법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일단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또 다른 보복의 이유가 된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듯이 중소기업에 대기업의 보복은 언제나 목을 죄는 현실로 다가온다. 기업호민관실이 무기명 신고제, 신고 대행제, 입증 책임 전환제도 등을 주장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정위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신고를 하지 않는 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고 강변한다. 신고만 한다면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한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불공정한 단가 인하

중소기업들이 겪는 애로사항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불공정한 단가 인하’다. 단가 협상 때 대기업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원가계산서를 중소기업에 공공연히 요구함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을’의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원가를 공개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대기업이 정해주는 가격이 곧 적정가격이 된다. 중소기업에 영업비밀이란 있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공정한 거래를 위한 장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대기업이 공정위에 신고한 후에만 중소기업에 원가계산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등록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또 원가 확인을 한다는 이유로, 경영지도라는 명목으로 수시로 이뤄지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현장 감사도 제한돼야 마땅하다. 중소기업이 어렵게 개발한 특허의 공유를 요구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대·중소기업이 협상할 때 비밀유지 약정을 의무화하는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표준에 맞는 구매 관행도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이제는 애플, 시스코 같은 글로벌 기업들처럼 6개월 전에 중소기업에 물량 예측치를 제공하고 최소 3개월 전에는 구매요구서를 제공하도록 하는 관행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표준이 성장의 새로운 역량이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구두발주, 구두취소 같은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징벌적 배상제 등 강력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업호민관실은 지난해 7월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대·중소기업 불공정거래 사례를 수집해왔다. 그리고 ‘대·중소기업 선순환 생태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무총리실, 언론 등이 호민관실의 연구에 관심을 보였고 문제해결에 동참했다.

지난 7월1일에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관계 부처 책임자들이 첫 모임을 갖기도 했다.

대·중소기업 선순환 생태계는 크게 공정거래 부분과 상생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합법적인 영역인 공정거래 문제는 공정위의 몫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합리적인가 아닌가’의 기준이 되는 거래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세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 기업호민관실은 현재 ‘호민인덱스’라는 평가 지표를 별도로 개발하고 있다.

호민인덱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구매 물량 장기 예측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무슨 대단한 관행처럼 되어 있다. 따라서 납품 중소기업은 설비 증설 판단을 하기가 아주 어렵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구매요구서를 빨라야 한 달 전에 중소기업에 제공한다. 그렇게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납품을 위한 원자재 수급에는 두 달 정도가 걸린다. 중소기업은 사전에 눈치껏 원자재를 발주하지 않으면 납품 지연으로 대기업에 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에 전념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3/4
이민화│기업호민관 mhlee@homin.go.kr│
목록 닫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확립이 혁신경제의 시작

댓글 창 닫기

2019/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