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원호 한반도 전쟁소설

2014

10장 인민혁명군

2014

2/20
2014년 8월1일 금요일 오전 11시, 개전 8일째.

“이해가 안 되는군” 하고 해병사령관 정용우가 말했다. 이곳은 오산 시내 중심가의 해장국집 안이다. 전쟁 8일째여서 국민의 긴장감은 많이 느슨해졌지만 여전히 군은 전시상황을 유지했으며 계엄도 해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산 연합사벙커에 상주하다시피 했던 지휘관들은 3교대 체제가 되었다. 다 모여 있는 것보다 8시간씩 교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흘 전부터 정용우는 상황실을 나오면 오산 시내 해장국집 남원옥에서 해장국을 먹는 것이 버릇처럼 되었다.

“지금 밀고 올라가면 통일이 되는 거야. 각 인민혁명군 부대가 우리를 열렬히 환영할 것이고 4군단, 12군단이 장악한 황해남북도는 이미 우리 땅이나 마찬가지란 말야. 이건 도무지.”

수저를 내려놓은 정용우가 앞에 앉은 참모 최재창을 쏘아보았다. 이것은 닷새 전부터 한국군 일각에서 나왔던 의견이지만 연합사 지휘부에서 묵살되었다. ‘확전을 피하고’ ‘놔두면 상황이 더 이롭게 될 테니 기다리자’는 것이 한미 양국 정상 간의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군은 군인이 지휘해야 돼. 정치가들한테 맡기면 군이 시위대 정도가 되어버린단 말야.”



정용우가 투덜거렸을 때 최재창이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말했다.

“중국군을 몰아내려면 인민혁명군이 나서야 됩니다. 김정일군은 물론이고 중립군도 나서지 못할 테니까요.”

이미 그것도 지휘관들 사이에 논의된 사항이어서 정용우는 대꾸하지 않았다. 전력상 숫자가 많을지 몰라도 북한군의 전의가 약해지고 있다. 이런 군대로 전쟁을 치르면 백전백패다.

“빌어먹을 중국 놈들.”

정용우가 혼잣소리처럼 투덜거렸다. 중국군이 진입하지 않았다면 북한은 마른 모래성처럼 이미 허물어져 내렸을지도 모른다. 인민혁명군과 중립군이 연합해 전연지대를 개방해버리면 한국군은 무혈 북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고립된 김정일군과 김경식군은 무기력해져서 저항 한번 못하고 흩어지게 된다. 이것이 전략가들의 예측이었다.

“하지만 현 상황이 비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최재창이 정색하고 말을 잇는다.

“인민혁명군이 바로 북한 인민이니까요.”

“제88전차여단은 이정국 대좌가 장악했습니다.”

호위총국 부사령관 윤국순 상장이 김정일에게 보고했다. 주석궁의 지하 상황실 안이다. 김정일의 시선을 받은 윤국순이 말을 이었다.

“반란자 윤기열, 고동수, 그리고 참모 두 명과 연대장 하나, 탱크 중대장 넷을 즉결처형했습니다.”

상황실 안은 조용해서 옅은 기계음 소리만 울린다. 호위총국 소속의 88전차여단이 중국군과 합류했다가 하루 만에 반란 지휘부가 소탕된 것이다. 중국군과 합류했던 여단장 윤기열 중장, 참모장 고동수 소장 등은 제3연대장 이정국 대좌가 일으킨 역(逆)쿠데타에 의해 처형되었고 다시 호위총국 소속이 되었다. 머리를 든 김정일이 벽에 펼쳐진 상황판을 보았다. 순천 주위에 수십 개의 노란색 등이 켜져 있다. 그리고 평양특별시 위에도 3개의 노란색 등이 깜박이고 있다. 중국군 부대다. 그러나 평양특별시 안은 동요하지 않는다. 88전차여단 한 곳만 반란을 일으켰다가 소탕되었을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철저한 충성심으로 뭉쳐져 있는 것이다. 김정일이 상황판 앞쪽에서 깜박이는 전광시계를 보았다. 오후 1시10분이다. 개전 8일째.

“서울로 전화 연결해.”

김정일이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한곳에 모여졌다. 그러나 입을 여는 사람은 없다. 명령을 받은 부관 서너 명이 소리 없이 움직이더니 곧 전화기를 들고 다가와 김정일에게 내밀었다.

“남조선 대통령입니다.”

서울이란 곧 박성훈 대통령을 말하는 것이다. 김정일이 전화기를 받아 귀에 붙였다.

“대통령님, 저올시다.”

“예, 위원장님.”

2/20
목록 닫기

2014

댓글 창 닫기

2020/03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