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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父子 공과 재평가하고 덩샤오핑 길로 가라”

카자흐스탄 개혁·개방 이끈 방찬영 총장의 김정은을 위한 고언

  • 방찬영│카자스흐탄 키멥대 총장

“김일성 父子 공과 재평가하고 덩샤오핑 길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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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김정일 극복해야

이와 같은 정치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사람은 북한에 오직 한 사람밖에 없다. 김정은이 북한의 통치이념을 변경하고 우호적 대외정책을 수립하려면 과연 어떤 장벽을 뛰어넘어야 할까?

첫째 장벽은 김일성의 유훈을 위임받아 3대로 이어진 세습, 다시 말해 통치권력의 전수에 대한 합법성(legitimacy) 문제다. 통치이념의 변화는 김일성이 위대한 사상을 구현해 이룩한 지구상에서 유일한 ‘사회주의 지상낙원’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또한 경제개혁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그간의 사회 모순과 관련한 책임 일부가 과거 60여 년간 북한을 통치해온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돌아갈 소지가 크다. 김정일이 집요하게 추진해온 김일성 신격화 작업으로 인해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위해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 한층 높아졌다고 하겠다.

둘째는 통제(command) 기능의 와해와 사회적 진통과 관련된 문제다. 개혁에 나서면 필수적으로 통제 기능의 약화가 야기될 것이다. 또한 북한 사람들은 엄청난 사회적 진통을 겪을 것이다. 국영 기업이든 집단농장이든 개혁과 개방은 단기적으로 엄청난 파장과 진통을 안겨준다.

북한에서는 원칙적으로 누가 어디서 살며,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얼마만큼의 생필품을 배급받을지 등을 당에서 결정한다. 이 같은 시스템은 중앙계획당국(Centralized Planning Bureau)의 기능이 살아 있을 때 운용이 가능하다. 스탈린 체제하에서 그 형태를 드러낸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중앙집권적 통제경제(Centralized Command Economy)라고 하는 까닭이다.



시장경제를 위한 개혁· 개방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 체제 해체 △국영기업 사유화 △경제 활동 자유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현재 북한의 생산시설은 턱없이 낙후되고 노후화돼 있다. 이러한 국영기업이 사유화하면 거의 예외 없이 도산하게 될 것이다. 집단농장의 사유화 과정 역시 엄청난 파장과 진통을 안겨준다.

경제현대화의 주역은 인간이다. 개혁·개방이 성공하려면 북한 사람들을 새로운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시켜야 한다. 또한 그들을 생산적이고 유능한 인력으로 개조하는 일이 필요하다. 필자는 4, 5년 전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연설문 한 구절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현재 중국이 달성한 괄목할 만한 경제 발전과 현대화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대학에서 교육받은 엘리트에 의해 주도됐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셋째,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7번에 걸쳐 북한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 과정을 수용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모든 경제 지원을 중단할 뿐만 아니라 경제 제재를 철폐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주의자로 이름난 미트 롬니(Mitt Romney)가 당선되면 대북 제재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르바초프의 실패

“김일성 父子 공과 재평가하고 덩샤오핑 길로 가라”

1991년 알마티에서 고르바초프(왼쪽) 당시 소련 대통령을 만난 방찬영 키멥대 총장.

북한이 개혁·개방을 단행하기로 결심한다면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체험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어느 국가는 개혁에 성공한 반면 다른 국가는 실패한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공산주의 중앙집권적 통제 계획 경제를 탄생시키고 이를 여러 나라에 전수한 구소련을 예로 들어보자.

필자는 누루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주선으로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관장하는 전문위원회(Expert Committee, 이른바 개혁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고르바초프를 두 번 만났다. 아마도 필자가 당시 소련과 카자흐스탄에서 각각 진행 중이던 개혁·개방 정책과 관련해 고르바초프와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서방의 유일한 학자인지도 모른다.

나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생산수단의 국가 소유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단행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대화를 통해 알았다. 그는 국영기업에 동태적 시장력(Market Forces)을 가미하면 중앙집권적 통제 계획도 시장경제 체제와 마찬가지로 경제현대화와 지속적 경제 발전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고르바초프는 “나는 헌신적이고 자부심 있는 공산주의자로 무덤에 묻혔다고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튿날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 고르바초프와의 토론 요지를 전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 소련의 개방 시도가 실패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실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와 같은 나의 예견은 적중했을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으로까지 이어졌다.

북한의 경우를 보자.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시행하고 성공시키려면 먼저 북한이 과거에 단행한 정책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체득해야 한다. 독자는 북한이 1984년과 2002년에 단행한 일련의 정책이 소련 모델과 유사한 것을 보고 놀랄 것이다. 북한은 1984년 8월과 9월 각각 ‘8·3 인민 소비 제안’과 ‘합영법 제정’을 공식 발표했다. 이러한 실험은 소유 형태와 시장 규제를 그대로 유지한 상황에서 이뤄졌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카자흐스탄은 옛 사회주의 국가 중 성공적으로 개혁·개방을 이뤄낸 사례로 꼽힌다. 카자흐스탄은 괄목할만한 경제 발전을 이룩하면서 중앙아시아의 선도적 국가로 부상했다. 이 같은 성공에는 탁월한 정치적 지도력과 집요한 집념으로 개혁·개방을 추진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역량과 기여가 영향을 미쳤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개혁·개방의 궁극적 목표를 중앙집권적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를 해체하고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데 두었다. 카자흐스탄은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다음과 조치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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