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호

시월이 붉어지거든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월이 붉어지거든
호곡號哭소리를 들으시라.

잘못 복사된 사본처럼

푸른 젊음이 결핍된 엽맥葉脈 구석구석

바람 행로만 기록한

저 깊은 소沼에 홀연히 젖어든



돋은 그늘을 보라

초여름 돌기마다 회오리 휘돌아

붉게 산발한 머리채 이고

인적 없는 계곡에서

한 풍경을 도려내는

저 핏빛 號哭소리를 들으시라

남루한 방조자여

때론 잎 그늘 아래 덧칠한 제 그림자

벗어둔 채

붉게 낡아가는 허공에서

울음 찾으려

슬픔 찾으려

그릉그릉 그리 오르시는가

분신焚身한 몸, 저 불타는 만장을 보시라

빼곡한 문장과 무성한 사연의 흉상이

뒹구는 길가에 선

방조자여

한여름 행적을 기억하시라

10월이 붉어지는 것은

沼에 얼비친 葉脈의

슬픈 눈자위 때문임을

붉은 號哭소리에 조문하시라

-박희호

박희호

● 1954년 대구 출생
● 1978년 동인지 ‘시문’으로 작품 활동 시작
● 작품집: 시집 ‘그늘’ ‘바람의 리허설’‘거리엔 지금 붉은 이슬이 탁본되고 있다’

●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문학평화포럼 부회장, 일간문예뉴스 문학in 주필




시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