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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리더십 ⑤

좋은 리더 되려면 온몸의 감각 깨워라

  •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명지전문대 총장 kwkim0117@mjc.ac.kr

좋은 리더 되려면 온몸의 감각 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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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힘

좋은 리더 되려면 온몸의 감각 깨워라

인기 배우 출신 정치인 강신성일 전 의원. 이외에도 정한용 강부자 최불암 최종원 전 의원 등이 배우 출신으로 정치에 도전했다.

레이건 같은 배우 출신은 아니지만, 외국 정치인의 감각은 우리나라 정치인과 다르다. 유머감각을 비롯해 일반적으로 감각이 빼어나다. 특히 서양 정치인이 그렇지만, 동양에도 유머감각이 출중한 인물이 많다.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는 외국인들로부터 “저우언라이가 있어 중국 공산당의 미래는 밝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훌륭했다. 서구 기자가 그에게 중국에는 기생이 있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의 답은 “대만에 있지요”였다. 대만이 중국의 영토라는 점과 대만이 부패했다는 것을 동시에 담은 위트였다. 또 중국을 방문한 미국 대표단 중 한 사람이 미국인은 고개를 들고 다니는데, 중국인은 왜 고개를 숙이고 다니느냐고 물었을 때는 “미국은 내리막길을 가고 중국은 오르막길을 가기 때문”이라고 정중히 답했다. 얼마나 유머러스하고 위트가 있는가?

우리나라에도 배우 출신 정치인이 적지 않게 있었다. 신성일, 이주일, 정한용, 최종원 등이 대표적인데, 대개는 국회의원 자리만 차지하다 말았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이주일은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국회를 떠난다”는 말을 남겼다. 배우만 한 고두심은 “어떤 분야에서 인기를 얻었다고 정치에 나서는 게 우습다”며 “요즘 대선주자들은 연기하듯 거짓말을 잘하더라”고 했다. 그렇다고 연기가 거짓말과 동의어는 아닐 것이다.

1960년대에 나와 함께 하와이 동서문화센터에서 공부했던 안민수 동국대 석좌교수는 “연기는 곧 과학”이라는 철학을 갖고 배우훈련 방법론을 체계화했다. 배우는 종합예술의 전면에 나서는 궁극적인 표현 매체라고도 했다. 배우는 신체와 영혼을 함께 담고 있는 몸통이기도 하다. 영감과 그것을 표현하는 기술도 표현 매체인 몸통 안에 담겨 있다. 이는 물리적인 현상이면서 동시에 ‘나’라는 생명을 가진 존재가 된다. 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대중 앞으로 나와, 본연의 모습이 아닌 작품 속의 역할자(Role Performer)로서 활동한다.

서울대 리더십센터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은 늘 서울 혜화동 게릴라극장에 간다. 그곳의 예술감독 이윤택은 배우는 일상적 삶의 습관을 뛰어넘는 형이상학적 존재이며, 창조적 주체라고 말한다. 그리고 배우는 자신과 타인, 인간과 자연,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넘나드는 직관과 영감의 영역에서 노니는 인간이라고 했다. 훌륭한 배우가 되려면 스타니슬라프스키(Stanislavskii) 시스템을 습득해야 하는데, 이는 배우 스스로 캐릭터를 상세하게 이해해서 실제 캐릭터의 내면 요소까지 연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배우 장두이는 맡은 배역을 사랑하라, 그리고 확신을 갖고 연기하라고 하면서 맡은 역할의 색깔·무게·형태를 분석하라고 말한다.



감각보다 논리의 중요성이 강조된 적도 많았다. 데카르트는 감각을 합리적인 정신작용을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보고 생각을 강조했다. 반면 데모크리토스는 인식에는 사고로 하는 것뿐 아니라 감각으로 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블링크’에 따르면 사람은 눈 한번 깜빡거리는 0.2초의 순간에 세세하게 분석할 때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농구감독은 공이 선수의 손에서 떠나기 전에 선수의 동작만 보고도 3점 슛의 성공 여부를 안다. 골동품 평가자는 한눈에 작품이 진품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위대한 정책결정자는 모든 정보를 오랜 시간 들여다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변수 중 몇 개만 골라 집중적으로 사고하고 감각적으로 판단한다.

리더가 되려면 뛰어난 감각으로 남보다 먼저 의미를 파악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미각, 음과 리듬감각, 시간감각과 공간감각, 상황감각 등이다. 나아가 여러 감각이 결합된 공감각이 있으면 응용력과 다양성이 생기고, 균형감각까지 발전하면 윤리와도 맞닿을 수 있다. 이러한 감각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몇몇 대선주자처럼 뒤늦게 클라리넷, 색소폰, 드럼 같은 것을 한다고 예술성이 갑자기 솟는 것은 아니다. 감각은 어릴 때부터 키워야 한다.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어봐야 미각이 자란다.

리듬감각, 상황맥락지능

음악적 감각은 일의 절차와 순서에 강약, 완급, 고저 등을 나타내 사람을 멋지게 보이게 하고 여유를 보탠다. 리듬이 있으면 같은 일이라도 훨씬 여유와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소리는 원래 움직임이다. 리듬은 모든 움직임의 시간 및 흐름과 관련이 있다. 리듬론은 우리가 선택한 자극의 단위 길이를 기준으로 흐름과 패턴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리드미컬한 흐름에 반응한다는 것은 각 요소가 갖는 유기적인 표현 패턴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리더에게 리듬감각이 없다면 상황의 흐름도, 조화도 알지 못한 채 자기 생각과 주장만 내세우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전략에서 리듬은 필수 요소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머리가 좋아 전문가가 된 사람이 감각으로 직조된 리더십 없이 리더가 되는 것이 큰 비극이다. 공 하나 제대로 던질 줄 모르는리더가 많다. 몸치는 반쪽 리더에 불과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안철수가 몸치다.

막스 베버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세 가지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들었다. 이 중에서 균형감각은 사물과 사람에 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이다. 내적으로 집중력과 평정심을 갖고 현실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능력이다. 균형감각은 정열적인 정치가를 눈에 띄게 하고, 단순한 정치 아마추어와 구별하게 하는 감각적인 능력이다.

리더는 지식을 갖춰야 하지만 기본 바탕은 지능이다. 지능 중에서도 감각지능이 발달하지 않은 사람은 리더 자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리더십 에센셜(원제·The Powers to Lead)’에서 리더가 갖춰야 할 여러 가지 지능을 소개했다. 리더는 이성적 호소와 추종자의 자율성이 더해진 소프트 파워와, 채찍과 당근으로 가능한 하드 파워를 가져야 한다. 이 중 소프트 파워는 지능 외에도 비전, 커뮤니케이션, 센스, 직관 등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요소들을 겸비해야 나온다. 즉 감정적으로 성숙하고 지혜롭고 동시에 자아 인지력이 강해야 리더가 된다는 것이다. 조지프 나이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합친 것을 스마트 파워라고 하고 이것이 리더십의 정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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