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송 사장의 집무실 한쪽에 마련된 파일 보관장에는 LH가 통합 이후 추진하고 있거나 완료한 사업에 관한 모든 내용이 순서대로 정리돼 있다. 이 사장이 보물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다. 이 사장은 그 서류들을 읽고 판단할 때 “국민의 편에서 생각해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처럼 지난 3년간 LH는 과연 국민의 편에서 사업을 벌여왔을까. 출범 3년을 맞이해 LH의 사업 파일을 열어본다.
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통합 이전 국토개발과 국민 주거복지 향상에 기여해온 게 사실이다. 여의도 면적의 213배에 달하는 618㎢를 개발해 공공택지의 81%를 공급하고, 여기에 448만 호의 주택을 짓거나 짓게 해 주택난 완화와 도시환경 개선에 기여했다.
주공과 토공의 역할

이지송 LH 사장.
산업단지 조성에도 앞장서 두 기관이 조성한 전국 70개 산업단지 178㎢에 8500여 기업이 입주했다. 생산효과는 169조 원, 고용창출 32만 명에 달했다. 이렇게 두 기관이 택지, 신도시, 도시재생, 산업단지 개발 등의 사업을 통해 제공한 토지는 총 916개 지구 1068㎢로, 전체 도시면적 1만7420㎢의 6.1%에 달한다. 서울시 면적의 1.7배에 해당하는 넓이다.
이런 국가적 공헌에도 불구하고 두 기관은 중복개발의 폐단과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개발, 물량 위주의 택지 공급, 신도시의 베드타운화 등의 문제가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통합론이 제기됐다. 결국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정책의 일환으로 LH의 통합을 결정했다. 수장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의 이지송.
이지송 LH 사장은 “택지개발사업의 기능 중복으로 동일 사업에 대한 중복투자, 경쟁적 개발에 따른 비효율성, 택지와 주택 건설의 분리로 주택건설비가 높아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통합할 수밖에 없었다. 민간과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로 택지개발에 대한 공기업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도 한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이런 사연을 안고 출범한 LH호는 출항부터 난항을 겪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재무위기가 찾아온 것. 당시 LH의 재무상황은 심각했다. 2009년 말 기준으로 LH의 재무현황은 자산 130조 원, 부채 109조 원, 금융부채 75조 원이었고, 금융부채비율은 자본금 21조 원 대비 361%에 육박했다. 통합 전 주공, 토공 두 기관이 사업구조와 재무역량을 넘은 과도한 사업을 경쟁적으로 펼친 게 원인이었다.
택지개발이나 대단위 아파트 건설사업의 경우 한번 투자하면 투자기간이 평균 7년이 걸린다. 그 금액을 회수하는 데도 12년이 걸려 그 사이 기간에는 투자금이 모두 부채가 된다. 임대주택 한 채를 건설할 때마다 9300만 원의 부채가 늘어났고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경기침체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세종시, 혁신도시 개발 등 재무역량을 넘어서는 과도한 국책사업을 수행하고 법령에 근거가 없는 지자체의 과도한 기반시설 설치 요구를 수용한 것도 화근이었다.
先재무, 後사업
이 사장은 취임 즉시 “재무 부실의 원인과 해법을 낱낱이 밝혀 국민 앞에 고하겠다”고 선언한 뒤, ‘선(先)재무, 후(後)사업계획’의 기치를 내걸었다.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LH 재무 부실의 원인과 대책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겠다는 것이었다. 이 사장은 즉시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재무개선특별위원회를 조직해 109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줄이고 단기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재무구조 개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우선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재무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LH 부채가 이토록 많아진 원인과 내용을 규명했다. 그 결과로 나온 게 재무개선 100대 과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