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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경쟁 유도 박정희 용인술의 再版

박근혜의 不信 리더십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충성경쟁 유도 박정희 용인술의 再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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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이 20그룹에 속하는 핵심 참모 대부분도 박 후보 앞에선 눈치만 살피고 쓴소리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한다. 최경환 의원이 박 후보 비서실장직을 사퇴하면서 “이제는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나는 무엇을 했는지, 나는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솔직하게 돌아보자”고 토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최근 당내에서 “후보를 빼고 모두 바꿔야 한다”는 고언이 나왔다. 박 후보는 “내일모레가 선거이기 때문에 지금은 힘을 모을 때”라고 일축했다. 그러자 눈치를 보던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가 버텼다.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전 의원은 10월 9일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특강에서 “위기의 근본 의원은 1인 지배체제, 박 후보의 리더십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진정한 민주적 정당체제를 갖추려면 최고위원들이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고 의원 전원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쇄신파 김성태 의원도 “박 후보가 자신에게 편한 사람들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고 했다. 박 후보의 소통 부족 용인술과 후보 눈치만 보는 참모들의 행태가 정치적인 판단 실기(失幾)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스러운 선대위 구성, 소통 부재의 근저엔 박근혜식 불신의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가 좀체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말은 여의도 정가에선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 사례와 함께 회자되어왔다.

사람들은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심 측근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목숨을 잃은 사건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또한 육영수 여사 서거 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신군부가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권력암투와 배신의 스토리를 너무 많이 봐온 것도 사람에 대한 불신을 키웠던 것으로 추정한다.



박정희 사후 배신 경험

충성경쟁 유도 박정희 용인술의 再版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이 8월 14일 입국하고 있다.

이런 가족사, 헌정사의 굴곡에 따른 감정적 배경과 함께 박 후보는 박정희의 통치스타일, 리더십, 용인술을 어깨너머로 배웠을 것이다. 유신 시절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박 후보를 곁에서 지켜본 한 인사는 “최근 박 후보의 언행을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박근혜의 몸에는‘박정희 DNA’가 진하게 흐르고 있음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원은 “박근혜 용인술이 박정희 용인술의 재판(再版)”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황 수석연구원의 말이다.

“가장 이상적인 용인술인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믿기 어려운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신뢰에 터 잡은 위임의 리더십’이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 박정희의 ‘분리통치(divide and rule)의 리더십’을 금과옥조와 같이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절대로 2인자를 두지 않는다. 여러 명의 측근군(群)을 두어 맹렬한 충성경쟁을 유도하려고 든다. 상황이 좋을 때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나빠졌을 때는 보스가 외톨이가 되고 배신당할 수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3대 콤플렉스로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후보에 대해 ‘아버지 콤플렉스’ ‘배신 콤플렉스’ ‘독신자 콤플렉스’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최 소장은 최근의 박 후보 행보에서 변화의 한 자락을 발견했다. 아버지 콤플렉스는 유신 반대자의 과감한 영입으로, 배신 콤플렉스는 김무성 전 의원의 중용으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독신자 콤플렉스의 경우 박 후보가 “국가와 결혼했다”고 말했듯 이미 초월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박 후보는 자신이 정치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동고동락했던, 의원실 보좌진 4명에게는 가족처럼 무한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누리당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인적쇄신 파동이 일어나자 당내에서는 이들의 2선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언론은 이들을 “박근혜 핵심 4인방”으로 지칭하면서 “문고리 권력” “환관 권력”이라고 자극적으로 보도했다.

핵심 4인방

박 후보의 몇 안 되는 ‘가신그룹’으로도 표현되는 네 사람은 박 후보가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당선돼 정치권에 입문한 뒤 14년 동안 줄곧 곁을 지켜온 4급 보좌관과 5급 비서관 각 2명이다. 이재만 보좌관(46)은 정책, 이춘상 보좌관(47)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호성 비서관(43)은 메시지를 담당한다. 안봉근 비서관(46)은 박 후보 수행을 맡다가 최근 일정조정으로 업무를 바꿨다.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비롯해 4·11 총선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10월 8일 박 후보 비서진의 2선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후보를 둘러싼 비서진이 오늘의 사태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박 후보는 과연 이들 4명의 보좌진에게 어느 정도의 신뢰를 보내고 있을까. 실제로 중진 국회의원을 능가하는 임무를 부여하고 전권을 위임했을까. 새누리당 의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네 사람이 박 후보와의 접근성과 충성심을 바탕으로 대선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 후보를 대신해 일정을 짜고, 연설 메시지를 다듬고, 보고서의 요지를 정리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박 후보만의 특별한 현상도 아니다. 거의 모든 유력 정치인의 경우 비서진이 손발이 되어주며 비서진의 이러한 역할은 실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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