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뉴스 사이언스

성생활 잦으면 오래 못산다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daum.net

성생활 잦으면 오래 못산다

2/3
성생활 잦으면 오래 못산다

유전자의 최대 관심은 종의 번식이다. 몸의 수명은 부차적 사안이다.

남녀의 수명 차이가 남성호르몬보다는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연구도 있다. 인간뿐만 아니라 포유동물은 대개 암컷이 수컷보다 수명이 길다. 왜 그럴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체내 항산화 효과를 강화해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있다. 폐경기 증상 때문에 에스트로겐 요법을 받은 여성들은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골절,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이 줄어들고 인지 기능이 향상되는 등 건강이 좋아진다. 그러나 남성이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으면 수명이 늘어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오히려 호르몬 균형이 교란되어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어 남성은 남성호르몬 요법을 받고 여성은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으면 건강과 수명에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일까? 병원이 반길 사안인지는 모르지만 부작용 등 아직 모르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일부 연구는 성호르몬보다는 성호르몬의 합성을 조절하는 황체형성호르몬이나 여포자극호르몬이 수명에 더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본다. 또한 이런 조절 호르몬은 알츠하이머병 같은 노화 관련 질병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호르몬들은 젊을 때에는 번식할 수 있도록 성장과 발달을 자극하지만 번식 연령이 지난 뒤에는 노화를 유도한다.

진화학자 조지 윌리엄스는 같은 유전자들이 이렇게 상반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착안해 길항적 다형질 발현이라는 노화 이론을 내놓기도 했다. 즉 젊을 때는 좋은 쪽으로 일하던 유전자들이 번식 연령이 일단 지나면 해로운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럼으로써 노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이유를 염색체로 설명하는 이론도 있다. 여성은 X염색체를 2개 지닌 반면, 남성은 X와 Y 염색체를 하나씩 지닌다. 나이가 들수록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쌓이고 이런저런 이상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여성은 X 염색체가 둘이어서 한쪽에 이상이 생겨도 다른 한쪽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반면에 남성은 X 염색체가 하나이므로 이상이 생기면 세포가 고스란히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으로써 남성의 세포는 더 일찍 제 기능을 잃고 노화한다는 것이다.



노화와 죽음의 네 가지 원인

우리는 조선시대 환관의 사회경제적 지위도 고려해봐야 한다. 영화에서는 환관이 궁내에서 벌어지는 온갖 음모와 계략의 한 축을 담당하는 양 묘사된다. 100세가 넘는 사람도 3명씩이나 나오는 등 환관들이 이렇게 장수를 누렸다는 것은 대체로 음모나 계략과는 거리를 두었다는 의미일지 모른다. 연구진은 환관이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대부분 궁 밖에서 생활했고 아내와 수양 자식을 두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꾸렸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상생활은 일반인과 별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다.

환관은 사회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했고 업무 스트레스도 덜 받았을 수 있다.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읽거나 방탕한 생활을 하는 양반들에 비해 생활도 규칙적이었을 것이다.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니 거칠게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분노를 폭발하는 행동도 덜 했을지 모른다. 아울러 일반 남성들보다 근력을 쓸 일도 적었을 테니 음식도 덜 먹지 않았을까? 남성호르몬보다는 이런 요인들이 수명 연장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성호르몬과 수명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것은 노화 이론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늙고 죽을까? 노화의 원인은 네 가지로 수렴된다. 몸이 자원을 번식으로 돌리는 데 쓰기 때문에 노화가 일어난다는 일회용 체세포 이론, 종족 번식을 끝낸 뒤에는 유전자가 해로운 기능을 함으로써 늙는다는 길항적 다형질 발현 이론, 돌연변이가 쌓이면서 세포에 이상이 생긴다는 돌연변이 축적 이론, 산화물질에 계속 공격당해 서서히 세포가 망가져 간다는 활성 산소 이론이 그것이다.

이 이론들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고 서로 겹치는 부분도 있다. 특정 측면을 아주 잘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환관의 거세와 관련해선 번식 억제가 수명 연장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환관 연구진은 노화 이론 중에서 일회용 체세포 이론의 관점을 주로 사용한 것 같다.

2/3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daum.net
목록 닫기

성생활 잦으면 오래 못산다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