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프로필의 주인은 최근 연예계의 ‘대세’로 떠오른 수지(18·본명 배수지)다. 수지는 2010년 4인조 걸 그룹 미쓰에이 멤버로 데뷔했다. 고교 1학년이던 16세에 가수가 된 것이다. 미쓰에이는 그해 비트가 강한 댄스곡 ‘배드 걸 굿 걸’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수지의 이름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수지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이듬해 예술고를 배경으로 한 학원 드라마 ‘드림하이’에 여주인공 고혜미 역으로 출연하면서다. 기자가 그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마스크도 신선하고, 연기도 곧잘 하던 그 신인배우는 올해 4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의 아역을 맡으며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비롯해 여러 차례 수상의 기쁨도 맛봤다.
10월 중순 미쓰에이가 새 앨범을 낸 후 인기에 민감한 방송과 광고계에선 그에게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 때문에 누구보다 바쁜 그와의 만남은 11월 5일 오전 8시30분에 이뤄졌다. 남녀를 불문하고 아침 일찍 사진 촬영이나 인터뷰에 나서는 연예인은 흔치 않다. 얼굴이 붓거나 화장이 안 받을 것을 염려해서다. 그런데도 약속시간에 맞추려고 꼭두새벽에 일어나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하고 온 그를 어찌 예뻐하지 않을 수 있으랴.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18층 스튜디오, ‘내 집’에 온 손님을 위해 미리 준비해둔 다과를 내밀었다. 이른 아침이라 달달한 시럽과 우유를 넣은 카페라테를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수지는 말없이 아메리카노가 든 잔을 집어 들었다. 살찔까봐 그러나 했더니 열량 높은 치즈케이크도 잘 먹는다. 시커멓고 쓰디쓴 커피를 마시면서도 마냥 해맑게 웃는 표정이라니, 이 여고생 스타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연기보다 무대서 열정 더해
▼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기분이 어떤가요?
“기분은 좋은데 부담스럽고 신경 쓰이는 부분도 많아요. 늘 첫사랑 이미지이기를 바라는 분이 많다보니 그런 이미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는 행동을 해도 실망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예를 들어 진한 화장을 하고 무대에 서거나 섹시한 화보를 찍거나 하면 싫어하더라고요.”
▼ 평소에는 어떻게 하고 다니나요?
“화장을 한 듯 만 듯이 하고 다녀요. 편한 옷을 좋아해 청바지에 티셔츠 같은 캐주얼 차림이나 빈티지 룩을 즐겨요.”
11월 2일 미국 빌보드 케이팝 차트에 따르면 10위권 내 순위는 별, 현아, 에일리 등 여자 솔로가수들이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톱10에 든 아이돌 그룹의 노래는 미쓰에이의 ‘남자없이 잘살아’가 유일하다. 멜론, 올레뮤직 등 국내 음원차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 이번에 낸 싱글 앨범 타이틀곡 반응이 꽤 좋다면서요?
“사실 요즘은 아이돌 그룹의 노래 중에서 잘되는 곡이 별로 없는데 저희 노래가 그나마 10위 안에 계속 들어 있어요. 지금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배제한 것이 오히려 대중에겐 신선한 느낌을 주나봐요. 대박은 아니지만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어서 저희도 신나게 활동하고 있어요.”
▼ 가수와 배우 중 어느 쪽이 더 끌리나요?
“원래 가수가 꿈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수활동에 더 애착이 가요. 연기할 때보단 무대에 섰을 때 더 강한 열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연기에 애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연기 데뷔작인) ‘드림하이’를 찍을 때만 해도 연기 욕심이 없었어요. 연기에 재능이 있다거나 적성에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근데 ‘건축학개론’에 출연하면서 연기도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고요.”
▼ ‘드림하이’ 찍을 때 힘들었나요?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모든 게 너무 낯설고 어려웠어요. 게다가 촬영장이 되게 추워서 연기에 몰입하기가 힘들었어요. 연기를 안 해봐서 대사도 국어책 읽듯이 달달 외웠어요. 고맙게도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시고 다른 배우들이 조언을 많이 해줘서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