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호

뭇 남성 사로잡은 첫사랑 아이콘 미쓰에이 수지

“한쪽 눈만 쌍꺼풀진 남자가 좋아요”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입력2012-11-21 1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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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쇼핑몰 모델 하며 용돈 벌어
    • 아빠한테 혼나지 않으려고 가출해
    • 운명 바꾼 ‘슈퍼스타K’이후 스타덤
    • 절친 아이유와 처음엔 인사도 안 해
    • 성년 되면 당당히 쫑파티 가고파
    뭇 남성 사로잡은 첫사랑 아이콘 미쓰에이 수지
    ‘1994년생 개띠, 광주시 북구 출생, 1남 2녀 중 둘째, 광주무등초등학교와 광주문화중 졸업, 서울공연예술고 3학년 재학 중.’

    이 프로필의 주인은 최근 연예계의 ‘대세’로 떠오른 수지(18·본명 배수지)다. 수지는 2010년 4인조 걸 그룹 미쓰에이 멤버로 데뷔했다. 고교 1학년이던 16세에 가수가 된 것이다. 미쓰에이는 그해 비트가 강한 댄스곡 ‘배드 걸 굿 걸’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수지의 이름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수지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이듬해 예술고를 배경으로 한 학원 드라마 ‘드림하이’에 여주인공 고혜미 역으로 출연하면서다. 기자가 그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마스크도 신선하고, 연기도 곧잘 하던 그 신인배우는 올해 4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의 아역을 맡으며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비롯해 여러 차례 수상의 기쁨도 맛봤다.

    10월 중순 미쓰에이가 새 앨범을 낸 후 인기에 민감한 방송과 광고계에선 그에게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 때문에 누구보다 바쁜 그와의 만남은 11월 5일 오전 8시30분에 이뤄졌다. 남녀를 불문하고 아침 일찍 사진 촬영이나 인터뷰에 나서는 연예인은 흔치 않다. 얼굴이 붓거나 화장이 안 받을 것을 염려해서다. 그런데도 약속시간에 맞추려고 꼭두새벽에 일어나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하고 온 그를 어찌 예뻐하지 않을 수 있으랴.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18층 스튜디오, ‘내 집’에 온 손님을 위해 미리 준비해둔 다과를 내밀었다. 이른 아침이라 달달한 시럽과 우유를 넣은 카페라테를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수지는 말없이 아메리카노가 든 잔을 집어 들었다. 살찔까봐 그러나 했더니 열량 높은 치즈케이크도 잘 먹는다. 시커멓고 쓰디쓴 커피를 마시면서도 마냥 해맑게 웃는 표정이라니, 이 여고생 스타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연기보다 무대서 열정 더해

    ▼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기분이 어떤가요?

    “기분은 좋은데 부담스럽고 신경 쓰이는 부분도 많아요. 늘 첫사랑 이미지이기를 바라는 분이 많다보니 그런 이미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는 행동을 해도 실망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예를 들어 진한 화장을 하고 무대에 서거나 섹시한 화보를 찍거나 하면 싫어하더라고요.”

    ▼ 평소에는 어떻게 하고 다니나요?

    “화장을 한 듯 만 듯이 하고 다녀요. 편한 옷을 좋아해 청바지에 티셔츠 같은 캐주얼 차림이나 빈티지 룩을 즐겨요.”

    11월 2일 미국 빌보드 케이팝 차트에 따르면 10위권 내 순위는 별, 현아, 에일리 등 여자 솔로가수들이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톱10에 든 아이돌 그룹의 노래는 미쓰에이의 ‘남자없이 잘살아’가 유일하다. 멜론, 올레뮤직 등 국내 음원차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 이번에 낸 싱글 앨범 타이틀곡 반응이 꽤 좋다면서요?

    “사실 요즘은 아이돌 그룹의 노래 중에서 잘되는 곡이 별로 없는데 저희 노래가 그나마 10위 안에 계속 들어 있어요. 지금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배제한 것이 오히려 대중에겐 신선한 느낌을 주나봐요. 대박은 아니지만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어서 저희도 신나게 활동하고 있어요.”

    ▼ 가수와 배우 중 어느 쪽이 더 끌리나요?

    “원래 가수가 꿈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수활동에 더 애착이 가요. 연기할 때보단 무대에 섰을 때 더 강한 열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연기에 애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연기 데뷔작인) ‘드림하이’를 찍을 때만 해도 연기 욕심이 없었어요. 연기에 재능이 있다거나 적성에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근데 ‘건축학개론’에 출연하면서 연기도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고요.”

    ▼ ‘드림하이’ 찍을 때 힘들었나요?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모든 게 너무 낯설고 어려웠어요. 게다가 촬영장이 되게 추워서 연기에 몰입하기가 힘들었어요. 연기를 안 해봐서 대사도 국어책 읽듯이 달달 외웠어요. 고맙게도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시고 다른 배우들이 조언을 많이 해줘서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박진영과 연기 데뷔 동기

    ▼ 연기 공부를 따로 안했나요?

    “연기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드라마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난감했어요. 하지만 시간도 얼마 없는데 허둥지둥 연기지도를 받느니 차라리 캐릭터 연구에 좀 더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같은 고교생 역할이니까 캐릭터만 잘 이해하면 될 것 같아서 감독님과 배우들이랑 자주 만나 리딩 연습하고 그랬어요.”

    ▼ 처음 하는 연기치고는 무난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아니에요. 제 눈엔 이상해 보였어요. 하하하. 제가 맡았던 고혜미 캐릭터가 저처럼 무뚝뚝하고 뻣뻣한 캐릭터라서 큰 잡음 없이 지나간 거예요.”

    수지를 비롯한 미쓰에이 멤버들은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서브 레이블인 AQ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미쓰에이의 이번 싱글 앨범뿐 아니라 그동안 발매한 모든 음반은 박진영 JYP 대표가 프로듀싱하고 수록곡도 대부분 직접 만들었다.

    ▼ 박진영 대표도 지난해 ‘드림하이’로 연기에 첫발을 들였는데 같은 배우로서 평가한다면…?

    “찌질 연기는 정말 최고예요(웃음). ‘드림하이’ 찍을 때는 대표님이 인간적으로 편하게 대해주셔서 부담 없이 촬영에 임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저만 보면 ‘데뷔 동기’라고 하세요. 잘하지 못할 때는 정신이 번쩍 나도록 따끔하게 혼내고, 잘하면 기꺼이 칭찬하는 그런 분이세요.”

    ▼ 박 대표가 ‘건축학개론’을 보고나서 뭐라고 하던가요?

    “수지야, 난 네 연기가 정말 좋아, 그러셨어요. 가만 보니 눈가가 촉촉해졌더라고요. 원래 연기 평을 잘 안 하시는데 뜻밖의 칭찬을 받아 흐뭇했어요.”

    ▼ 노래할 때보다 연기할 때 존재감이 강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워요. 가수로서 무대에서 빛나고 싶고, 더 멋지게 보이고 싶은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무대에서도 빛나고, 연기자로서도 빛나야죠(웃음).”

    ▼ 인기가 많아지면 우쭐하게 되지 않나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딜 가나 잘해주니까요. 하지만 인기는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초연하려고 해요. 지금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그게 너무 좋은데 인기에 연연하면 나중에 받을 상처도 그만큼 커지잖아요. 사랑받을수록 주위 사람들에게 평소보다 배로 잘해야 하더라고요. 전과 똑같은 행동을 해도 사람들은 변했다, 달라졌다고 하기 때문에 좀 더 오버해서 잘해줘야 하죠. 그게 힘든 것 같아요.”

    ▼ 멤버 간에 질투나 시기는 없나요?

    “여자 그룹이니까 없을 수는 없죠. 근데 저희는 서로 잘 이해해주고 그러기 때문에 팀워크가 좋아요.”

    ▼ 연기지도를 받고 있나요?

    “지금은 못 받는데 KBS ‘빅’이라는 드라마를 하기 전에는 좀 받았어요. 대신 틈틈이 ‘미드(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연기하는지,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관찰해요. 미드 중 ‘뱀파이어 다이어리’를 재밌게 봤어요.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이죠.”

    현재 광고계에서 수지는 섭외 1순위다. 출연 중인 광고만 10여 편에 달한다. 앨범 홍보를 위한 라디오와 TV 출연 스케줄도 아침부터 밤까지 꽉 차 있다.

    ▼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하나요?

    “따로 운동할 시간은 없어요. 그래서 드라마 찍을 때도 틈틈이 줄넘기를 하거나 배드민턴을 해요. 자기 전에는 윗몸일으키기와 스트레칭을 하고요. 체력관리를 잘 못하고 있어서 힘들 땐 정신력으로 버텨요(웃음).”

    ▼ 쉬는 날에는 뭐하나요?

    “회사 가서 춤 연습하고, 책도 보고, 친구도 만나요. 간혹 한강둔치를 거닐며 산책하기도 하고요. 모처럼 생긴 여가를 무의미하게 보내기 싫어서 시간을 알차게 쓰는 편이죠.”

    뭇 남성 사로잡은 첫사랑 아이콘 미쓰에이 수지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

    가수 꿈 키우며 밤마다 춤 연습

    아이돌 그룹 멤버가 되려면 적어도 3~4년의 연습생 기간을 거친다. 또 연습생을 오래한다고 해서 다 데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수지는 ‘행운아’나 ‘능력자’인 게 분명하다. 광주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으니 연습생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을 텐데도 아이돌 가수가 됐으니 말이다.

    ▼ 연습생 생활을 오래했나요?

    “1년 정도 했어요. 그때 (미쓰에이의 다른 멤버인) 민 언니는 뉴욕에 가 있었고 페이 언니와 지아 언니는 같은 숙소를 쓰고 있었는데 전 다른 방에서 지내 서로 친해질 기회가 없었어요. 이제 막 숙소에 들어간 제겐 하늘 같은 언니들이었죠. 언니들이 춤도 잘 추고 하도 멋있어서 볼 때마다 존경심이 우러나 깍듯이 인사하던 기억이 나요.”

    ▼ 어쩌다 JYP로 들어간 건가요?

    “중 3때 광주에서 열린 ‘슈퍼스타K’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JYP 관계자가 절 보더니 마음에 든다며 연락처를 받아 갔어요. 그러더니 다음 날 바로 연락이 왔어요. ‘서울로 올라와라. 오디션 보자’ 하고요. 신기하잖아요. 그래서 서울로 와서 오디션을 봤죠. 그때는 하나도 안 떨었어요. ‘내가 왜 안 떨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당하게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을 시키는 대로 다 보여줬어요. 그러고 나서 광주로 내려가는 도중에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완전 초스피드로 계약했죠.”

    ▼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았나요?

    “제 뜻을 흔쾌히 받아주셨어요. 원래 제가 공부에 관심이 없다는 걸 부모님도 알고 계셨기 때문에 공부하라며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어요. 춤과 노래를 좋아해서 노래방에도 자주 가고, 축제 같은 것을 하면 제가 직접 안무를 다 짜서 팀을 꾸려 연습하고 그랬어요. 댄스 팀에도 들어가 밤 11시까지 춤 연습을 했어요. 길거리에서 춤추는 힙합댄스 팀인데 이름이 ‘빅 사이즈’였어요. 큰 옷을 입고 춤춘다는 의미죠. 비보이도 있었어요. 20대 중반 오빠들이 대부분이었고 여자는 저랑 제 친구, 둘뿐이었죠.”

    ▼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겠네요.

    “제가 여자고 어리니까 나이 많은 오빠들과 같이 있는 것도, 집에서 먼 연습실에 다니는 것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매일 밤늦게까지 춤 연습을 하니까 그만두라며 회유하기도 하고, 호되게 야단치기도 하셨어요. 그때마다 전 다 무시하고 ‘춤 연습하러 가겠다. 딴 길로 새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말씀드렸고요. 제 뜻이 하도 완고해서 부모님도 꺾진 못하셨어요. 그래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엄마가 연습실에 몰래 와서 보곤 하셨는데 그때마다 제가 머리가 다 젖을 정도로 열심히 춤추고 있었대요. 그 모습을 보고 ‘쟤가 뭐라도 하겠구나’ 싶어 묵묵히 지켜봤다고 하시더라고요.”

    ▼ 언제부터 춤에 관심이 생겼나요?

    “초등학교 때부터요. 보아 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언니가 TV에 나올 때마다 춤 동작을 따라 하고 혼자 연습하면서 언젠가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제가 익힌 춤을 1학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했어요.”

    ▼ 거의 매일 길거리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고 들었어요.

    “장르를 불문하고 길거리에서 정말 많은 캐스팅 제의를 받았어요. 용돈 벌려고 중2 땐 광주에서 쇼핑몰 모델로 활동했어요. 10대를 겨냥한 인터넷 쇼핑몰이었는데 제가 나이보다 좀 성숙해 보여서 활동하기가 편했어요.”

    ▼ 고3인데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나요?

    “지금은 매일 아침부터 촬영 스케줄이 있어서 학교에 못 나가요. 시험 기간에는 가서 시험을 보고요. 그래도 ‘드림하이’ 끝나고는 시간이 나서 매일 아침 학교에 갔는데 친구를 많이 사귀진 못했어요.”

    ▼ 평범한 학창시절을 동경해본 적은 없나요?

    “있죠. 학교를 계속 다니고 있으면 별로 가고 싶지 않을 텐데 못 가니까 가고 싶어요. 그런 것은 아쉬운데 욕심 부리진 않아요. 다 가질 순 없으니까요.”

    ▼ 진로를 정했나요?

    “당분간은 대학에 들어가도 충실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안 가려고요. 영영 안 가겠다는 건 아니에요. 나중에 공부할 뜻이 생기면 그때 가고 싶어요.”

    ▼ ‘건축학개론’ 촬영이 끝난 뒤에는 심리학에 깊은 관심을 보였는데…?

    “그때는 심리학책에 심취해서 심리학을 전공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심리학 얘기를 했던 거고요. 나중에 심리학이든, 다른 학문이든 깊이 공부해보고픈 것이 생기면, 제 힘으로 노력해서 대학 가고 싶어요.”

    롤 모델은 엄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는 장난기 많은 소녀 같더니만 가까이서 보니 말본새가 진지하고 반듯하다. 그러면서도 말하는 중간 중간 생글생글 웃는 버릇이 있다.

    ▼ 원래 성격이 밝은가요?

    “예전엔 단순 무식하게 밝고, 생각 없고, 이런 밝음이었어요. 그게 세상 살기에는 편하더라고요. 근데 연예 활동을 하다보니 마냥 밝을 순 없는 것 같아요.”

    ▼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요?

    “전 원래 표현을 잘 안 해요. 남에게 투정부리고 떼쓰고 그런 것을 질색해서 혼자 끙끙 앓는 스타일이에요. 다 참고…. 근데 그게 정말 안 좋다는 것을 알았어요. 고치려고 하는데 제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힘들더라고요.”

    ▼ 부모님에게도 말을 못하겠네요.

    “예전에는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제가 피곤한 목소리로 전화하거나 좀 힘든 내색을 하면 걱정하실까봐 아예 전화를 안 하거나 마냥 밝은 얘기만 하거나 거짓말도 좀 했는데 엄마는 그게 더 수상했나봐요. 힘들 텐데 힘들다는 얘기는 안 하고 좋은 얘기만 하니까 더 안쓰러워 하셨어요. 그러는 게 엄마를 더 걱정하게 하는구나 싶어 이제는 시시콜콜 다 얘기해요. 좋았던 일, 짜증났던 일, 힘들었던 일을 다 털어놓으면 제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더라고요.”

    ▼ 아빠보단 엄마와 더 친한가봐요?

    “아무래도 같은 여자니까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제 롤 모델이 바로 엄마예요. 엄마는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오셨어요. 저도 그런 엄마를 닮고 싶어요.”

    ▼ 집안 분위기는 어떤가요?

    “언니 한 명 있고 남동생도 한 명 있어요. 엄마는 카페를 운영하시고 아빠는 당구장을 하세요. 다들 좀 무뚝뚝하고 그렇게 밝은 성격은 아닌데 그래도 나름 화목해요. 가족이기에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정이 있어요.”

    ▼ 일탈해본 적 있나요? 이를테면 가출 같은 거요.

    “가출해본 적 있어요. 중학교 1학년 때요. 그때 뭔 일이 있어서 집에 들어가면 혼날 게 뻔했어요. 아빠한테 혼나는 게 무서워서 친구 집에서 잤어요. 짐도 안 싸가지고 그냥 나갔죠. 처음엔 다시 안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다음 날 갑자기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은 거예요. 딱 한 번만 엄마 목소리 듣고 안 들어가야지 하면서 공중전화로 전화를 했는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도 엄마는 저라는 것을 직감하고 ‘수지냐?’ 하시는 거예요. 엄마아빠가 종일 절 찾아다녔다는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약해지더라고요. 바로 들어갔죠(웃음).”

    ▼ 성년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뭔가요?

    “일단 쫑파티에 참석하고 싶어요. 드라마 끝나고 쫑파티를 할 때마다 나이 때문에 낄 수가 없어서 서러웠어요. 가더라도 다들 흥에 겨워 술 마실 때 저만 가만히 있어야 하거든요(웃음). 아차, 운전면허도 빨리 따고 싶어요.”

    ▼ 술 마셔본 적 있나요?

    “맥주 마셔봤어요. 엄마가 마실 때 옆에서 살짝 맛을 봤죠. 술 마셔도 별다른 반응이 없더라고요. 맛있지도 않았고요.”

    ▼ 나중에 술 잘할 것 같은데.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하하하.”

    “좋아한 사람 있었지만…”

    불현듯, ‘건축학개론’에서 수지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수지는 극중에서 결국 첫사랑의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속설처럼.

    ▼ 첫사랑을 해봤나요?

    “좋아한 사람은 있어요. 그게 첫사랑이었구나 하고 나중에 깨달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첫사랑이 뭔지 느낌이 안 와요.”

    ▼ 사귀고 싶은 이성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배려심이 많고 나랑 잘 맞고 나와 함께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고, 쌍꺼풀이 없거나 한 쪽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 한쪽 눈에만 쌍꺼풀이 있으면 바람둥이라던데요?

    “그래요? 어릴 때부터 괜찮다고 생각했던 애들은 한쪽 눈에만 쌍꺼풀이 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강동원 선배님도 그렇고…. 참 신기해요.”

    ▼ ‘드림하이’에서는 김수현, ‘건축학개론’에선 이제훈과 애틋한 사랑을 하는데 누가 더 이상형에 가깝나요?

    “두 분 다 이상형에 가까운 것 같아요. 쌍꺼풀이 없고 상대를 잘 배려해주거든요.”

    이날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후 한 방송에서 진행한 이상형 월드컵에서는 결승에 오른 김수현과 이제훈 사이에서 고민하다 김수현을 선택했다. 이상형 후보 리스트에는 이들 외에도 평소 수지가 좋다거나 이상형이라고 밝힌 배우 여진구 조정석, 개그맨 허경환 양상국, 신화 멤버 앤디, 엠블랙 멤버 이준, 방송인 하하, 가수 허각 등 다양한 분야의 남자연예인이 이름을 올렸다. 최근 프리랜서로 전향한 아나운서 전현무도 방송에서 수지가 좋다고 여러 번 말했다. ‘수지앓이’ 중인 남자연예인은 이밖에도 많다.

    ▼ 스토커처럼 따라다니거나 괴롭히는 팬은 없나요?

    “없는 것 같아요. 제 팬들은 되게 착하고 낭만적이에요. 힘들 땐 팬들이 써서 보내준 편지를 읽어요. 그걸 보면서 감동하고 위안을 얻어요.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으면 안 되겠구나, 팬들이 이렇게 날 좋아하고 응원해주니 기운 내야지’ 하고요. 생일선물로 저한테 쓴 편지를 모아서 책처럼 만들어 보내준 팬도 있어요. 제 사진만 모아서 사진첩을 만들어 보내기도 하고요. 팬들에게 정성이 듬뿍 담긴 그런 선물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요. 답장을 못해줘서 미안할 뿐이에요.”

    ▼ 잘난 척, 예쁜 척을 안 해서 좋다는 팬이 많더군요.

    “왜요? 저도 가끔은 거울 보면서 제가 예쁘다는 생각을 해요(웃음). 원래 예쁜 척하거나 잘난 척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연기로라도 그런 척을 하려면 민망하더라고요. 감정 표현이 투박하고 무뚝뚝한 편인데 그래도 이런 게 좋아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지키고 싶어요.”

    “팜 파탈 연기 해보고 싶어”

    수지는 가장 친한 연예인으로 가수 아이유를 꼽았다. 두 사람은 ‘드림하이’에 함께 출연했는데 촬영 당시에는 서먹서먹했다는 게 아이유의 전언이다. 아이유는 지난해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연예인 중에 수지보다 예쁜 사람을 못 봤다. 수지와 친해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 둘이 언제 친해졌나요?

    “‘드림하이’ 때는 언니하고 완전 서먹서먹했어요. 서로 봐도 ‘안녕하세요’라는 말도 안 했는데 드라마가 끝날 때쯤 ‘수고했어요’‘왜 쫑파티에 안 왔어요?’ 하고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제가 MC를 맡은 음악프로그램에 언니가 나오다보니 계속 마주쳤어요. 그때부터 어색하게 말을 놓고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친해졌어요. 언니 생일 때 제가 ‘카톡(카카오톡)’으로 노래를 불러줬거든요. 그때부터 마음이 열렸던 것 같아요. 그 뒤로 따로 만나면서 속마음까지 터놓고 지낼 정도로 가까워졌죠.”

    ▼ 서로 잘 맞나요?

    “잘 맞는 것 같아요. 연예계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친구 사귀기가 힘들잖아요. 진정으로 마음이 통하고, 이 사람이라면 내가 얘기를 다해도 될 것 같고, 이런 느낌이 드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잖아요. 언니를 만난 게 제겐 행운인 것 같아요. 이쪽 일을 누군가에게 털어놨을 때 연예계 사정을 전혀 모르면 그냥 들어줄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언니는 같이 겪는 일이고 돌아가는 상황을 다 아니까 어떤 얘기를 해도 잘 이해해주고 그래서 든든해요.”

    ▼ 10년 후 자화상을 그려본다면…?

    “노래와 연기를 병행하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을 것 같아요. 솔로를 하면 정말 슬프고 조용한 발라드를 부를 것 같아요. 그때는 섹시하고 멋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 배우로서 욕심나는 역은요?

    “슬픈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비련의 여인도 해보고 싶고, 우울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팜파탈도 연기해보고 싶고….”

    청순미인 수지가 팜 파탈로 변신하겠다고? 솔직히 상상이 안 된다. 아니, 상상하기 싫다. 지금 이대로의 순진무구한 표정을 볼 수 없을 것 같아서다. 그의 팬들도 바라지 않을까. 먼 훗날에도 추억 저편에서 가슴 설레게 만드는 첫사랑 같은 수지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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