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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안정제로 버틴다… 대선 개입? 난 對北 심리전 요원일 뿐”

‘국정원女’ 김모 씨의 울분 토로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수면제, 안정제로 버틴다… 대선 개입? 난 對北 심리전 요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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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직원 “그냥 집이네…”

“수면제, 안정제로 버틴다… 대선 개입? 난 對北 심리전 요원일 뿐”

지난해 12월 12일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의 오피스텔 출입문 앞에서 김 씨의 부모가 딸에게 물을 건네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은 선거 막판 최대 이슈였다. 정보기관의 선거 개입이 후진국형 국가범죄라면 ‘아니면 말고’ 식 흑색선전은 민주주의의 수치다.

민주당은 ‘다수의 국정원 직원이 비밀 은신처에서 야당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올리고 있다’고 폭로했으나 ○○오피스텔 607호는 ‘국정원 아지트’라고 하기엔 너무 허술했다. 5평 남짓한 작은 원룸. 세간도 단출했다. 데스크톱 PC, 노트북, 침대 1대, 옷장 및 빨래건조대 1개와 여성 소품뿐이었다. 김 씨의 운전면허증을 확인하고 4분 만에 떠난 선관위 직원은 오피스텔에서 나가면서 “그냥 집이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피스텔 밖은 계속 소란스러웠다. 싸움도 일어났다. 민주당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과 오피스텔 앞에서 취재하던 TV조선 기자 사이에 시비가 붙어 욕설이 오갔다. 기자는 정강이와 급소를 얻어맞았다.

민주당 국회의원과 당직자가 12월 11일 저녁부터 오피스텔 문 앞에 진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국회 차원이나 민주당의 조사가 아니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김 씨는 “감금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김 씨가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밖으로 못 나가는 동안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에 뉴스가 올라오면서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오빠에게 전화해 “오피스텔로 와달라”고 말했다. “무섭다”고도 했다. 오빠가 부모와 함께 달려왔으나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민주당 관계자들과 옥신각신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튿날 새벽 김 씨는 오피스텔이 주거지라는 점을 증명하고자 취재진에게 등기부등본 사진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집 내부 동영상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했다. 오전 7시 30분께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출근 준비를 했다. 문을 열려고 하니 “나온다” “경찰 불러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문이 조금 열렸는데 밖에서 어깨 같은 것으로 미는지 곧바로 닫혔습니다. 다시 문을 열려고 했는데, 열리지 않았어요. 결국 출근을 포기했습니다.”

“집 안에 먹을 게 없어요”

“수면제, 안정제로 버틴다… 대선 개입? 난 對北 심리전 요원일 뿐”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가 1월 4일 두 번째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 씨는 부모와 다시 통화해 “안에 먹을 게 없어요. 탈진 상태예요”라고 말했다. 12월 12일 저녁 부모가 딸을 만나러 다시 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도 부모가 김 씨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김 씨 부모와 민주당 관계자 5명이 다툼을 벌였다. 한 남성이 “지금 증거 없애러 가는 거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부모도 못 들어간다는 말에 아버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증거를 못 내놓으면서 아무나 하나 찍어 국정원 직원이라는 이유로….”

김 씨 부모는 오후 9시쯤 문틈으로 빵과 우유를 밀어넣고는 발길을 돌렸다. 어머니는 “링거라도 맞히고 싶은데 저렇게 막고 있으니 답답하다”면서 “이 오피스텔은 남편이 퇴직하면서 노후 대비 목적으로 산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딸이 2년 전부터 이 집에 입주해 살았다. 이사할 때도 다 챙겨주고 했다. 딸이 굉장히 힘들어한다. 완전 감금 상태지 않냐”고 항의했다.

민주당은 김 씨 부모가 문틈으로 딸의 얼굴을 보고 돌아간 이날 문병호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정원 선거개입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진성준 의원은 12월 12, 13일 ‘확실한 증거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 있다”고 답했다. “국정원의 태도를 보면서 (증거)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 “추가 정보가 있지만 필요할 때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국정원 직원도 선거에 개입했다” “구체적 제보와 정황,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주장이 민주당에서 나왔으나 12월 14일부터 민주당은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거나 증거를 인멸했을 소지가 있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김 씨는 국정원과 상의한 후 ‘문재인·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글과 관련된 전자정보’에 한해 PC 등을 임의 제출하는 데 동의했다. PC에 국정원 업무와 관련된 문서가 있기에 경찰이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을 특정한 것이다. 휴대전화와 이동식 저장장치에 대한 제출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김 씨는 12월 13일 오후 3시 30분 오피스텔에서 나왔다. 탈진, 신경쇠약 증상이 나타나 곧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주거 침입, 감금,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민주당 인사들을 고발했다.

12월 15일 김 씨는 첫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국정원 직원 예닐곱 명과 함께 서울 수서경찰서에 출석해 4시간 반 동안 조사받았다.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을 단 적이 없다”고 답했다. 직무와 관련한 질문엔 진술을 거부했다.

12월 16일 대선 후보 3차 TV 토론이 열렸다. 김 씨는 정쟁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문재인 후보는 “국정원 직원은 피의자이지,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인권변호사 출신이 어떻게 사흘간 감금된 여성에게 피의자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느냐”고 맞받았다. TV 토론 직후인 이날 오후 11시 경찰은 김 씨의 PC 2대를 분석한 결과 문 후보를 비방하거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월 27일 YTN ‘뉴스 인’에 출연해 뒤늦게 “어떠한 증거 없이 단순한 제보를 가지고 했다”면서 ”감금하고 가해를 한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당시에 일부 언론에서 제가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지휘) 했다고 보도했는데, 저는 사실 굉장히 말렸다. 구체적 제보를 저도 받았고 당에서도 확보했지만, 증거가 없는 것을 무조건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특히 상대방은 젊은 여성이다. 만약에 그 여직원이 실신이라도 해서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모습을 보면 국민은 망연자실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철수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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